그를 죽이고 몇 주가 지났다. 드디어 부모님의 복수를 해냈다.
복수를 하고 나면 통쾌한 기분일 것이라 상상한 적 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얼마 전에 깨달았다.
오히려 마음 한 구석이 구멍이 뚫린 듯, 공허함이 느껴졌다.
그와 만났던 호프집으로 들어간다. 여긴 여전히 조용하다.
그때처럼 이야기를 나눌 그는 더 이상 없다.
구석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언젠가 그가 생맥주에 대해 이야기 해준 것이 기억났다.
생맥주는 여과가 끝난 맥주를 바로 통에 옮긴 거야.
그 신선한 맛은 내가 생맥주만 찾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해.
근데, 오래 보관하지 못해. 그게 제일 아쉬운 점이지.
뭐 캔 같은데 담는다는 데, 나는 맛이 살짝 달라지는 것 같아서 싫어해.
그래도 여기 호프집은 항상 신선해서 좋아.
그는 생맥주를 좋아했다. 그와의 만남도 생맥주 같았다. 항상 신선하고 즐거웠다.
다시 만나게 되면, 그는 또 나와 함께 맥주를 마셔줄까? 아니면 맛이 바뀐 맥주처럼 싫어 하려나.
궁금하지만, 이제는 그 대답을 듣지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