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서로를 겨눈 채 말이 없었다.
먼저 총구를 내린 것은 주였다.
너지? 그 날, 날 보고 도망간 사람.
맞아. 네가 들고 있는 그 권총.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대. 나한테 준 사람이 말했어.
맥이 총구를 내리며 말했다. 침묵이 흐른다.
석양은 저문 지 오래고, 세상은 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먼저 말을 건넨 것은 주였다.
창문을 봐. 지금이 몇 시 같아?
그건 왜 물어? 약속이라도 있어?
약속? 있지. 어딘가의 맥주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랑 맥주 한 잔 하면서 오해를 풀기로 했어.
맥은 뜬금없는 주의 말에 긴장이 풀린 듯 소탈하게 웃었다.
하하, 음, 못해도 호프집이 열 시간 같네. 일단 모실까요. 레이디?
좋아요. 신사분, 내 취향에 맞으려면 고생 좀 해야 할 거에요.
호프집은 언제나처럼 조용하고 편안했다. 여느 때와 같이 두 사람 앞에 맥주 잔이 두 개 놓였다. 이야기하기 좋은 분위기와 적당한 술에 그들은 입을 쉴 새 없이 열었고, 취기가 오른 둘은 서로의 과 거를 이야기하다가 그 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나저나, 네 부모님을 죽인 건 내가 아니야. 그 때, 내가 갔을 때는 두 분 모두 돌아가 계셨어.
알아.
응? 안다고? 어떻게?
그 때, 소음기 소리가 났어. 너무 어려서 그 때는 몰랐지만,
조금 크고 나서는 그 소리가 총의 소음기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지.
결정적으로 맥, 네 총에는 소음기가 달려있지 않잖아.
왜? 내가 소음기만 따로 뺐을 수도 있잖아.
주는 자신 앞에 놓인 맥주 잔을 비우며 말했다.
흥. 퍽이나. 눈 마주쳤다고 도망가는 겁쟁이가 잘도 그런 짓 하겠다.
아니면 아까 그 짓거리 계속하자는 거야?
하하. 그럴리가. 괜히 경찰이 아니구나.
그러니까, 나는 널 쏠 이유가 없어.
너는 왜 쏘지 않았어? 존 버리. 네 형이잖아.
실험 보고서를 봤어. 버리라는 성이 워낙 눈에 띄어야지.
네 형 우리 부모님 때문에 죽은 거잖아.
근데 왜 날 쏘지 않았어? 네 복수를 끝마칠 기회인데.
맥은 비어있는 맥주 잔을 만지며 고민에 빠졌다. 주는 그가 충분한 답을 내리길 바라는 듯 조용히 기다려주었다.
주, 너는 부모님과 달라. 너는 너의 부모님이 아니야. 너의 부모님도 네가 아니고. 너는 죄가 없어.
그 날 내 복수는 거기서 끝난 거야. 그러니 나도 널 쏠 이유가 없어. 너와 같아.
그 말에 충격이라도 먹은 듯 주는 맥에게서 눈을 떼지 못 했다. 바텐더가 어느새 다시 채운 맥주를 따라 두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조명 탓일까. 한 껏 달아오른 뺨을 만지며 부끄러워 하는 주를 보고 맥은 안심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말해줄 줄 몰랐어. 어쩐지 고맙네. 미안하고. 그리고..., 사랑해.
나도. 앞으로는 즐거운 시간만 있으면 좋겠어.
나도 그래. 새 출발의 의미에서 그거 할까?
그거? 좋아. 그럼.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