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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때를 떠올려 보았지만….

"누나가 간병해 주러 왔었지…."

물론 하루 종일은 아니었지만 장을 봐 와서 밥을 해 놓고 갔었다.

대학에 들어간 뒤로는 여자 친구보다 꼼꼼하게 돌봐 준 니무라가 있었다.

"나란 사람은 도움이 되질 않네!"

건강한 내 몸뚱이가 오늘은 다소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러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좋았어!"

어쨌든 필요할 것 같은 물건을 모으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땀을 닦을 수건은… 어제 준비해 뒀지만, 또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음, 이 정도는 준비해 둬야겠네.

그리고… 히에피타(냉각 젤 시트 상품명. 발열 시에 체온을 저하시킴.)는 아직 안 갈아도 되려나?"

사실, 나는 히에피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기왕이면 시원한 수건이 더 기분 좋을 것 같았다.

"혼자 살아서 간병해 줄 사람이 없을 때는 편리하지만 오늘은 나도 있으니까."

그래, 젖은 수건도 준비해 두자.

"그러고 보니, 아까 식욕이 생겼다고 했었으니까 죽은 레토르트로 됐다 치고…. 역시 비타민을 섭취해야겠네. 이럴 때는… 사과! 역시 사과야!"

아픈 사람한테는 복숭아 통조림과 사과가 기본이지. 아쉽게도 우리 집에는 복숭아 통조림이 없고 사과뿐이지만.

그런데 사과는 갈아야 할까? 아니면 토끼 모양으로 예쁘게 깎아서?

"토끼 모양은 히나잖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거실을 어슬렁거렸더니 어느덧 다 안고있지 못할 만큼 짐이 불어나 있었다.

한 번에 옮기지 못할 테니 두세 번에 나눠서 옮기기로 하고….

"오빠, 뭐 하고 있는 거야? 어머! 그 짐은 도대체 뭐야?"

거실 입구에 의아스러운 표정의 소라가 미간을 찌푸리고 서 있었다.

"수건은 왜 그렇게 안고 있는 거야? 뭐 엎지른 건…아니지?"

"응. 아무것도 엎지르지 않았어…. 아니, 그보다, 안자고 뭐 하는 거야!"

"그게… 배고파서."

"뭐?"

"그러니까 배가 고프다고!"

약간 쑥스러운 듯이 대답하는 소라의 뺨에는 아직도 불그스레함이 남아 있었다.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힌 건지 열 때문인지 판단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젯밤이나 아까에 비하면 상당히 좋아진 것 같다.

"어제는 열이 좀 높았지만, 이제 내리기 시작하고 있으니까 간병 같은 건 안 해도 괜찮아. 밥 먹고 잘테니까 오빠는 정말로 학교에 가도 돼."

"그럴 수는 없다니까."

"그럼 식사 준비할 건데, 오빠도 같이 먹을래?"

그런 말을 하면 내 체면이 뭐가 되냐?

"아,아니, 그런 건 내가 만들 테니까!"

그래 봤자 레토르트 죽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