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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결에 되물었다.

「뭔가 좋은 거 나오고 있어?」

「오우」

키리토가 재빠르게 윈도우를 조작하자, 그 표면에 철퍼덕 소리를 내며 검붉은 고깃덩어리가 떨어졌다. 그로테스크한 그 질감에 아스나가 얼굴을 찡그렸다.

「뭐……뭐야 그건?」

「개구리 고기! 유별날 수록 맛있다고 하잖아, 나중에 요리해줘」

「절, 대, 싫어!!」

아스나는 큰 소리를 외치더니, 자신의 윈도우를 열었다. 키리토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아이템란으로 이동해 《스캐벤져 토드의 고기 X24》라는 문자열을 드래그해 용서없이 쓰레기통 마크에 때려 넣었다」

「앗! 아아아아아아……」

잔뜩 풀이 죽은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는 키리토를 보고 참을 수 없었는지 유리엘이 배를 잡고 쿡쿡 웃었다. 그때.

「언니, 처음으로 웃었다!」

유이가 기쁜 듯이 외쳤다. 그녀도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있다.

그것을 보고, 아스나는 그러고 보니-, 하고 생각했다. 어제, 유이가 발작을 일으킨 것도, 군의 징세부대를 격퇴하고 아이들이 일제히 웃은 직후였다. 아무래도 유이는 주위 사람들의 웃는 얼굴에 특별히 민감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소녀의 타고난 성격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까지 줄곧 괴로운 경험만 했던 탓일까-아스나는 자신도 모르게 유이를 안아들어 두 팔에 힘을 주었다. 언제까지고 이 아이의 곁에서 웃어줘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자아, 앞으로 나아가죠!」

아스나의 목소리에, 일행은 더더욱 깊은 곳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던전에 들어선 후 한동안은 수중생물형이었던 몬스터 무리는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좀비며 고스트 같은 언데드 계통으로 바뀌어 아스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지만, 키리토의 쌍검은 개의치 않고 적들을 순식간에 물리쳐갔다.

원래 하이레벨 플레이어가 적정 레벨 이하의 사냥터에서 설치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 아니지만, 지금은 다른 플레이어들도 없으니 상관할 필요는 없다. 시간이 있다면 어시스트만을 받아 유리엘의 레벨업을 도울 수도 있으나, 지금은 싱커를 구출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두 시간 사이에도 맵에 표시된 현재 위치와 싱커가 있음직한 안전지대는 착실한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몇 마리째인지 모를 검은 해골검사를 키리토의 검이 산산조각으로 날려버린 그 너머에, 마침내 어렴풋한 빛이 새어나오는 통로가 보였다.

「앗, 안전지대야!」

아스나가 말함과 동시에, 색적 스킬로 확인했는지 키리토도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 플레이어가 한 명 있어. 그린이야」

「싱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소리를 지른 유리엘이 금속 갑옷을 울리며 뛰기 시작했다. 두 손에 검을 늘어뜨린 키리토와 유이를 안은 아스나도 허겁지겁 그 뒤를 따랐다.

오른쪽으로 완만하게 구부러진 통로를 빛을 따라 몇 초간 뛰어가니 마침내 전방에 커다란 십자 교차로와, 그 너머에 있는 작은 방이 눈에 들어왔다.

방은 어둠에 익숙한 눈에는 지나치게 밝은 빛으로 가득했으며 그 입구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역광 탓에 얼굴은 잘 알아볼 수 없었으나 이쪽을 향해 두 팔을 크게 휘젓고 있었다.

「유리엘-!!」

이쪽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남자가 큰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유리엘도 왼손을 흔들며 한층 속도를 더해 뛰어갔다.

「싱커-!!」

눈물을 머금은 그 목소리를 가로막듯, 남자의 절규가-.

「오면 안 돼-!! 그 통로는……읏!!」

그 말을 듣고 아스나는 깜짝 놀라 달리던 속도를 늦추었다. 하지만 유리엘에게는 이미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방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간다.

그때.

방 바로 앞 몇 미터 지점에서, 세 사람이 달리는 통로와 직각으로 교차하는 길의 오른쪽 사각 부분에 갑자기 노란색 커서가 하나 나타났다. 아스나는 황급히 이름을 확인했다. 표시는 《The Fatalscythe》-.

운명의 낫이라는 의미로 보이는 고유명사. 보스몬스터의 증거다.

「안 돼!! 유리엘 씨, 돌아와!!」

아스나는 절규했다. 노란 커서는 불쑥 왼쪽으로 움직이며 십자 교차점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유리엘과 충돌하게 된다. 이젠 몇 초도 남지 않았다.

「크윽!!」

돌연, 아스나의 왼쪽을 달리던 키리토가-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는 엄청난 속도로 대시한 것이다. 파앙 하는 충격음이 주위의 벽을 흔들었다.

순간이동에 가까운 기세로 몇 미터의 거리를 이동한 키리토는 등 뒤에서 오른손으로 유리엘의 몸을 끌어안더니, 왼손의 검을 바닥에 있는 힘껏 내리찍었다. 무시무시한 금속음. 어마어마한 불꽃. 공기가 그을릴 것만 같은 급제동을 걸어 십자로 바로 앞에서 정지한 두 사람의 바로 앞쪽 공간을 고오오오오 하는 땅울림과 함께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가로질러 지나갔다.

노란 커서는 왼쪽 통로로 뛰어들어 10미터 정도를 이동한 후 멈췄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몬스터가 천천히 방향을 바꾸고 다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키리토는 유리엘의 몸을 놓더니, 바닥에 꽂은 검을 뽑고 왼쪽 통로로 뛰어들었다. 아스나도 황급히 그 뒤를 따랐다.

멍하니 쓰러지려는 유리엘의 몸을 안아 일으켜 교차점 너머로 옮겨놓았다. 유이를 팔에서 내려놓고 유리엘에게 맡긴 후 아스나는 짧게 외쳤다.

「아 애와 함께 안전지대로 대피해주세요!」

편사가 창백한 얼굴로 끄덕이며 유이를 안아들고 방으로 달려가는 것을 확인한 후, 아스나는 세검을 뽑아들며 왼쪽으로 돌아섰다.

쌍검을 겨누고 우뚝 선 키리토의 등이 눈에 들어왔다. 안쪽으로 보이는 것은-신장이 2.5미터는 되는, 너덜너덜한 검은 법복을 걸친 인간형 실루엣이었다.

후드 안쪽과 소매에서 엿보이는 팔에는 밀도 높은 어둠이 꿈틀거렸다.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 안쪽에는, 생생한 혈관이 돋아난 안구가 둘을 뚫어지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른손에 쥔 것은 거대한 검은 낫이었다. 흉악하게 구부러진 칼날에서는 붉은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전체적인 모습은 흔히 말하는 사신의 모습 그 자체였다.

사신의 안구가 희번득 움직이더니 아스나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그 순간 순수한 공포가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오한이 전신을 꿰뚫었다.

하지만 레벨로만 치자면 별것 아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세검을 고쳐쥐려던 순간, 앞에 선 키리토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스나, 지금 당장 안전지대의 세 명을 데리고, 크리스탈로 탈출해」

「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