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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질주해, 방황의 숲 입구에 도달했다. 이 필드 던전은 바둑판 같은 에리어로 무수히 나뉘며, 각 에리어를 연결하는 포인트가 랜덤하게 바뀌기 때문에 지도가 없으면 답파는 불가능하다.

나는 지도를 펼쳐 마커를 달아놓은 에리어를 노려보고, 그곳에 이르는 경로를 역으로 산출했다. 머릿속에 루트를 단단히 새겨놓곤 한밤중의 어두운 숲속으로 혼자 발을 들였다.

어떻게든 피할 수 없는 전투를 두 번 거쳤을 뿐. 나는 비교적 순조롭게 목표한 전나무가 있는 에리어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시간은 앞으로 30분 이상이나 남았다.

이제부터 내 목숨을 빼앗을지도 모를-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훨씬 높은 보스 몬스터와 단독으로 싸우려 하는데도 내 마음에는 공포가 찾아올 기색조차 없었다. 혹은, 오히려 나는 그렇게 되는 것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치의 목숨을 되살리기 위해 싸우다 죽는 거라면, 그것은 내게 유일하게 허락된 죽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죽을 곳을 찾는다는 영웅적인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죽음에 의미를 찾을 자격이, 사치를, 그리고 네 동료를 허무하고 죽게 만든 내게 있을 리가 없기 때문에.

이런 것에 무슨 의미가 있어? 사치는 내게 그렇게 물었다. 그 물음에 나는 의미 따위 없다고 대답했다.

지금이야말로, 나는 그 말을 진실로 만들 수 있다. 카야바 아키히코라는 미친 천재가 만들어내 무의미한 데스게임 SAO 안에서 사치는 허무하게 죽었다. 마찬가지로 나는 그 누구의 눈에도 들지 않는 곳에서, 그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고, 그 어떤 의미도 남지 않고 죽는 것이다.

만약, 설령 내가 살아남아 보스를 쓰러뜨릴 수 있다면 그때는 소생 아이템의 소문은 진실이 될 것이 틀림없다. 나는 근거도 없이 그렇게 생각했다. 사치의 영혼은 황천이나 레테의 강에서 돌아와, 그때야말로 나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드디어, 그 순간이 온다…….

마지막 수십 미터를 걸어가기 위해 발을 내디디려는 그 순간, 등 뒤의 워프 포인트에서 여러 플레이어가 출현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숨을 들이켜고 뒤로 펄쩍 물러나 등의 검에 손을 가져갔다.

나타난 집단은 약 열 명. 선두에 선 것은 사무라이처럼 가벼운 갑옷으로 무장하고 허리에 긴 카타나를 꽂고 반다나를 한 남자-클라인이었다.

길드 풍림화산의 주요 멤버들은 각각 긴장된 표정으로 마지막 워프 포인트 앞에 선 내게 다가왔다. 클라인의 얼굴만을 똑바로 응시하며, 나는 갈라진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미행당한 건가」

클라인은 반다나를 거꾸로 세운 머리를 북북 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지. 추적 스킬의 달인이 있어서 말이야」

「왜 나지?」

「네녀석이 모든 트리 좌표의 정보를 샀다는 정보를 샀지. 그리고, 만약을 위해 49층의 전이문에 매복시켜든 녀석이, 네가 어느 정보에도 나오지 않은 플로어로 향했다라고 하지 않냐. 난,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네녀석의 전투능력과 게임에 대한 감만은 정말로 굉장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공략조 중에서도 최강……그 히스클리프 이상이라고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네녀석을, 이런 장소에서 죽게 내려버릴 수는 없다고, 키리토!」

뻗은 손가락 끝으로, 똑바로 나를 가리키며, 클라인은 외쳤다.

「솔로 공략이라던가 무모한 소린 집어치워! 우리들과 합동 파티를 짜는 거야. 소생 아이템은, 드롭받은 녀석 것으로 하고, 그걸로 불만 없겠지!」

「……그래선……」

클라인의 말이, 내 몸을 걱정한다는 우정에서 나왔다는 것조차, 나에게는 이미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선, 의미가 없다고……나 혼자 하지 않으면……」

칼자루를 강하게 쥐며, 나는 광적인 열기에 휩싸인 머리로 생각했다.

-전부 베어버릴까.

한때, 이 데스게임이 시작됐을 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심자였던 클라인을 내버리고 혼자 다음 마을로 향했다. 그 사실을 나는 오랫동안 후회했으며, 클라인이 이렇게 훌륭하게 살아남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깊이 안도했다.

그 얼마 안 되는 친구 중 하나를 내 손으로 베어 죽이고, 레드 플레이어로 전략하면서까지 목적을 완수하는 것을 나는 이 순간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래선 의미가 없다고 어렴풋하게 외치는 마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무의미한 죽음이야말로 내가 바라고 바라던 압도적인 음량으로 다른 목소리가 외쳤다.

조금이라도 검을 뽑으면, 그 순간부터 나는 나 자신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며 끈질기게 노려보는 나를, 클라인은 슬픈 표정으로 가만히 바라보았다.

에리어에 제3의 침입자가 나타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게다가 이번 파티는 열 명 정도가 아니었다. 언뜻 본 것만 해도 그 세 배는 될 법했다. 나는 경악과 함께 그 대집단을 바라보고, 똑같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돌아본 클라인에게 불쑥 말했다.

「네놈들도 꼬리를 밟혔군, 클라인」

「……아아, 그런 것 같네……」

50미터 정도 떨어진 에리어 끝에서 풍림화산과 날 말없이 바라보던 집단 한가운데에는, 최근 한동안 개미계곡에서 빈번하게 마주쳤던 얼굴들이 수도 없이 섞여 있었다. 클라인의 곁에 서 있던 풍림화산의 검사 하나가 리더에게 얼굴을 가져다 대고 낮게 속삭였다.

「저놈들, 《성룡연합》인데요. 플래그 보스를 위해서라면 일시적 오렌지화도 신경쓰지 않을 놈들이에요」

그 이름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혈맹기사단과 나란히 명성을 자랑하는, 공략조 최대의 길드였다. 각 플레이어들의 레벨은 나보다도 밑이지만, 저만한 인원을 상대로 싸워 이길 자신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그것도, 결국은 같은 게 아닐까?

보스 몬스터에게 죽임당하든, 대 길드에게 죽임당하든, 그것이 개죽음이라는 데엔 변함이 없을지도 모른다. 문득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클라인과 싸우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 아닐까?

이번에야말로, 나는 등의 검을 뽑으려 했다. 이젠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도 짜증났다. 그저 기계가 되어버리면 그만이다. 오로지 검을 휘둘러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죽이고, 그러다 망가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클라인의 외침소리가, 내 손을 멈추게 했다.

「젠장! 이런 젠장할!!」

카타나 사용자는, 나보다도 먼저 허리의 무기를 뽑아들고 등을 돌린 채 소리를 질렀다.

「가라, 키리토! 여기는 우리들이 막겠어! 넌 가서 보스를 무찔러! 그래도 말이지, 죽지 말라고 자식아! 내 앞에서 죽는다면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

「……」

이제 시간은 거의 없었다. 나는 클라인에게 등을 돌리곤 고맙다는 말 한마디조차 없이 마지막 워프 포인트로 발을 들였다.

◆ ◆

전나무 거목은, 내 기억과 똑같은 장소에, 똑같이 구부러진 모습으로 조용히 서 있었다. 다른 나무가 거의 없는 네모난 에리어는 쌓인 눈으로 새하얗게 빛났으며, 모든 생명이 죽어버린 평원처럼 보였다.

시야 한구석의 시계가 0시가 된 것과 동시에, 어디선가 방울소리가 들려와 나는 나무 꼭대기를 올려다보았다.

칠흑의 밤하늘, 정확하게는 상층의 바닥을 배경으로 두 줄기의 빛이 내려왔다. 가만히 응시하니 무언가 기괴한 형상을 한 몬스터가 이끄는 거대한 썰매인 것 같았다.

전나무 바로 위에 도달한 것과 동시에 썰매에서 검은 실루엣이 뛰어내려 나는 몇 걸음 물러났다.

요란하게 눈을 파헤치며 착지한 것은 키가 내 세 배는 될 법한 괴물이었다. 일단 인간형이긴 했지만, 팔은 매우 긴 데다 자세까지 구부정해 거의 지면에 닿을 것 같았다. 툭 튀어나온 이미 밑의 어둠 속에 작은 붉은 눈이 반짝이고, 얼굴 아래쪽 절반은 뒤틀린 회색 수염이 아랫배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가장 기괴한 것은, 그 괴물이 붉고 흰 윗옷에 같은 색의 삼각모자를 뒤집어쓰고 오른손에는 도끼, 왼손에는 커다란 자루를 들고 있었던 점이었다. 아마도 이놈을 디자인한 개발자의 의도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산타클로스를 추악하게 캐리커쳐한 이 보스를 보고 웃고 떠들게 만드는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오직 홀로 《배교자 니콜라스》와 대치하는 내겐 보스의 디자인 따위 아무래도 좋은 것이었다.

니콜라스는 퀘스트에 수반한 대사를 읊을 생각인지, 무성한 수염을 움직이려 했다.

「시끄러워」

나는 중얼거리며, 검을 뽑고, 오른발로 힘껏 눈을 박찼다.

■4

1년간의 SAO 플레이를 통틀어 내 HP는 처음으로 적색의 위험영역에 돌입했고, 거기서 멈췄다.

보스가 쓰러지고 자루만 남긴 채 터져나갔을 때, 내 아이템란에는 회복 크리스탈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죽음에 다가섰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는데도 내 마음에는 환희도, 안도조차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살아남고 말았다는 실망과도 같은 감정이 있을 뿐이었다.

느릿느릿 검을 거둔 것과 동시에, 남겨진 자루도 빛줄기를 흩뿌리며 소멸했다. 보스가 드롭한 아이템은 모두 내 윈도우에 수납되었을 것이다. 크게 한 차례 한숨을 내쉰 후, 떨리는 손을 들어 창을 열었다.

신규 입수란에는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많은 아이템의 이름이 있었다. 무기와 방어구로 보이는 것들, 보석류, 크리스탈류, 식재에 이르기까지 뒤죽박죽 열거되어 있는 창을 신중하게 스크롤하며 나는 단 한 가지 물건만을 찾았다.

몇 초 후, 그것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내 눈앞에 튀어나왔다.

《환혼의 성정석(還魂の聖晶石)》, 그것은 그런 이름이었다. 내 심장은 두근두근 뛰며, 최근 며칠-혹은 몇 달 동안 마비되어 있던 마음의 일부에 갑자기 피가 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정말로 사치는 살아 돌아오는 것일까? 그렇다면 케이타도, 테츠오도 이제까지 SAO 안에서 목숨을 잃은 플레이어들의 영혼은 모두 소멸하지 않았던 걸까……?

사치와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내 마음이 떨렸다. 어떤 욕을 하건, 내 거짓말을 얼마나 책망하건, 이번에야말로 나는 그녀를 이 팔에 끌어안고, 그 까만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진심으로 말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너는 죽지 않아-가 아니라, 내가 널 지켜 주겠다, 고. 그러기 위해서 나는 열심히 강해진 거라고.

손가락이 떨렸다. 몇 번이나 조작을 실수하면서 나는 드디어 환혼의 성정석을 실체화시켰다. 위도우 위에 떠오른 그것은 계란만큼 커다란, 그리고 일곱 빛깔로 빛나는 매우 아름다운 보석이었다.

「사치……사치……」

소리내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나는 보석을 원클릭하고, 팝업 메뉴에서 헬프를 선택했다. 그곳에는, 익숙한 서체로 간소한 해설이 적혀 있었다.

【이 아이템의 팝업메뉴에서 사용을 선택하거나, 혹은 손에 들고 《소생:플레이어명》이라고 발성하는 것으로, 대상 플레이어가 사망한 뒤 그 이펙트광이 완전히 소멸하기까지 (약 10초)동안은, 대상 플레이어를 소생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약 10초.

겨우 그 한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