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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던 부근의 수해에서 다섯 개의 검붉은 그림자가 튀어나와 급속도로 리파와 레콘을 향해 상승한 것이다.

“아우一, 끈질기긴!！”

리파는 투덜거리면서 북서쪽 방향을 응시했다.

실프 영지 한 가운데에 솟은 거대한《바람의 탑》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지. 전투 준비!！”

외치며 허리에서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장도(長刀)를 뽑아들었다.

“우앵ㅡ，이젠 싫은데…….”

우는소리를 하며 레콘도 단검을 발도하며 자세를 잡았다.

“저쪽은 다섯이니 져도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 하면 가만 안 둘 거야! 가급적 내가 상대해볼 테니 어떻게든 하나 정도는 잡아줘”

“노력해볼게……”

“가끔은 멋있는 모습 좀 보여.”

레콘의 어깨를 쿡 쥐어박고 리파는 표정을 다잡으며 다이브 태세를 취했다.

몸을 휘릭 말고 한 바퀴 돌아 반동을 주면서 날개를 예각으로 접고 맹렬한 기세로 급강하.

쐐기 모양 진형을 펼친 살라만더들을 향해 무모하다고도 할 수 있는 돌진을 감행했다.

ALO 초기부터 게임을 해온 고참 플레이어이며 경험도 장비도 충실한 리파네 파티가 꽁무니를 빼게 됐던 것은 적의 인원도 인원이지만，최근 살라만더들이 고안한 진형 전술 때문이 라고 해야 할 것이다.

기동력을 희생하며 헤비 아머로 단단히 무장한 다음, 반대로 그 중량을 살린 랜스(lance) 돌진공격을 반복하는 것이다.

수평으로 몇 자루나 늘어선 거대한 장창이 도처럼 밀려드는 중압감은 무시무시했으며，실프의 이점인 경쾌함을 발휘할 수 있는 난전으로 몰고 가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리파는 오늘 두 차례의 전투를 통해 이 전법의 약점을 어림풋이 깨닫고 있었다.

타고난 배짱을 발휘해 적 집단의 선두 하나만을 노리고 겁 없이 다이빙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거리를 좁혔다.

적이 겨눈 은색 랜스의 날카로운 끄트머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드높은 실프의 돌진음，그아아아아 하는 둔중하고도 금속적인 살라만더의 비행음이 자아내는 불협화음이 점점 커지며, 마침내 양측이 맞부딪친 순간.

대기를 뒤흔드는 폭발음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리파는 이를 악물고 고개만 살짝 돌려 필살의 위력이 담긴 적의 랜스를 회피했다.

뺨을 스친 창날에 불타는 듯한 열기를 느꼈지만 무시했다.

지체 없이, 양손으로 머리 위로 크게 치켜 들었던 장도를 적의 붉은 헬맷을 향해，

“하아아…….”

내리꽂았다.

“차아앗!!”

두터운 바이저 안에서 경악으로 부릅뜬 눈과 한순간 시선이 부딪쳤지만，이를 의식할 틈도 없이 황록색 이펙트 플래시가 터지며, 격렬한 손맛과 함께 적의 거구는 날아가버렸다.

견디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며 추락하는 적의 HP바는 중장갑 탓에 30퍼센트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에 그만한 충격을 받았으니 한동안은 전열에 복귀하기 힘들 것이다.

리파는 즉시 의식을 전환하며 속으로 외쳤다.

ㅡ지금이다!!

중장갑 돌진 전법의 약점은 교차 후 반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나머지 살라만더 넷과 엇갈린 순간，리파는 몸을 뒤틀고 날개를 한껏 펼쳐 억지로 왼쪽을 향해 선회했다.

무시무시한 횡방향 관성에 온몸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이를 견디면서 조금이라도 빨리 선회하기 위해 오른쪽 날개로는 추진을，왼쪽 날개로는 제동을 가하는 어려운 기동을 시도하며 시야 한구석으로는 역시 왼쪽을 향해 선회 중인 적의 대형을 포착했다.

중무장인 살라만더는 리파의 노림수를 깨달았지만 선회 반경을 줄일 수는 없었다.

그 옆구리를 향해，턴을 마친 리파의 검이 짓쳐들어간다.

왼쪽 끝의 적에게 리파의 몸통 수평베기가 멋지게 히트，진형이 흐트러졌다.

ㅡ이대로 난전으로 몰고 가주겠어!!

다섯 명의 적 중 자유비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조금 전 떨어뜨린 리더뿐，나머지는 모두 보조 컨트롤러를 들고 있었다.

혼전 때의 움직임은 리파가 훨씬 준민했다.

흘끔 레콘의 모습을 살피니 오른쪽 끝의 살라만더와 열전을 벌이고 있었다.

평소에는 미덥지 못하지만 그도 역시 베테랑 플레이어였다.

접근전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단검전사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장도전사인 리파 또한 노렸던 적의 등 뒤에 바짝 달라붙은 채 정확하게 대미지를 주고 있었다.

언뜻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일한 불안 요소는 조금 전의 화(火) 속성 마법 공격이다.

그것은 적 가운데 적어도 한사람의 메이지(mage)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원이 똑같은 금속 갑옷으로 무장한 것을 보면 보조용으로 마법 스킬을 찍은 마법전사겠지만，살라만더가 다루는 화염마법은 저급이어도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지녔다.

진형 전법의 상식상 메이지는 좌우 어느 한쪽 가장자리에 있을 거라고 리파는 예상했다.

다시 말해 지금 상대하고 있는 적 내지는 레콘이 붙잡은 채 야금야금 얄밉게 공격하고 있는 상대일 것이다.

이 거리에선 스펠 공격을 펼칠 여유가 없다.

이 두사람만 해치운다면 그 후에는 호각으로 승부할 수 있다.

“야아아아압!!”

리파는 기합성과 함께 다시 주특기인 양손 상단 수직베기를 날렸다.

멋지게 적의 어깻죽지에 히트해, 레드 존에 들어섰던 적의 HP바가 확 줄어들며 소멸했다.

“빌어먹을!!”

적이 욕설을 내뱉은 직후，그 몸이 진홍색 불꽃에 휩싸였다.

화르륵 하는 효과음과 함께 불타는 물방울이 터져나가고, 그 뒤에는 조그맣고 빨간 불꽃만이 남았다.

《리메인 라이트 (Remain Light)》라 불리는 이 불꽃이 사라지기 전에 소생마법이나 소생 아이템을 사용하면 그 자리에서 부활할 수 있지만, 1분이 경과하면 그는 자동적으로 영지에 전송되어 그곳에서 부활해야한다.

리파는 쓰러뜨린 적을 즉시 뇌리에서 떨쳐내곤 새로운 적을 향해 허공을 가로질렀다.

나머지 셋은 거대한 랜스를 다루는 데 아직 익숙하지 못한지，접근전에선 움직임이 둔했다.

무리한 돌격을 교대로 반복하고 있으나, 속도가 실리지 않은 찌르기 따위는 간파의 달인인 리파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다시 시선을 움직이자, 레콘도 지금 막 결정타를 날리려던 참이었다.

그의 HP바도 어느 정도 줄어들기는 했으나 회복마법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

5대2라는 압도적으로 불리한 에어레이드였지만, 이 정도라면 이길 수 있다一.

그렇게 확신 하고, 리파는 장도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그 직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