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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뒷받침하듯,왜소한 몸과 황록색 단발 머리에, 긴 귀도 아래쪽으로 처져 있었으며,얼굴은 울기 직전의 상태에서 고정된 듯한 표정이었다. 랜덤 생성된 것치고는 너무나도 현실의 그를 방불케 하는 그 모습을,게임에 다이브한 직후 처음 보았을 때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레콘이 보기에도 리파의 모습 또한 현실의 그녀와 매우 닮았다고 한다.

실프 종족의 소녀 치고는 약간 선이 굵은 몸에, 눈썹은 굵고 눈은 또렷하며 큼직했다.

하다못해 가상세계에서는《나긋나긋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습을 기대했건만,뭐 객관적으로 보자면 귀엽다고 해도 괜찮을 용모이긴 하다.

그것은 이 세계에서는 상당한 행운을 타고나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니ㅡ만족할 만한 모습을 얻을 때까지 추가 요금을 월정액 몇 년치를 투자한 용자도 제법 있다고 한다一리파가 불만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덧붙이자면 ALO에서 용모는 캐릭터의 성능에 일절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레콘이 금세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은 순전히 그의 평형감각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리파는 손을 내밀어 레콘이 장비한 브레스트 아머(breast armor) 뒤를 붙잡고는 억지로 일으켰다.

등에서 뻗어 나온 투명한 네 장의 날개를 들여다보니,비행력이 회복되었다는 증거로 연녹색 인광(憐光)에 휩싸여 있었다.

“좋아,이젠 날 수 있겠지? 이번엔 숲을 빠져나가는 거야.”

“에이~……. 분명 추적대도 다 따돌렸을 거야~. 조금만 더 쉬자”

“얘가 뭘 모르네!! 살라만더 중에 색적(索齡) 스킬 높은 놈이 하나 있었단 말이야! 운 나쁘면 벌써 들켰을지도 몰라. 우리 둘만 가지곤 다음 에어레이드(Air Raid)에서 못 버텨. 근성으로 우리 영역까지 날아가는 거야!!”

“네에……”

레콘은 한심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더니 왼손으로 허공을 쥐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손안에 반투명한 스틱 형태의 오브젝트가 나타났다.

짧은 막대 끝에 조그만 구체가 붙어 있는 그것은 ALO에서 비행할 때 사용하는 보조 컨트롤러였다.

레콘이 가볍게 자기 몸 쪽으로 스턱을 당기자,네 장의 날개가 파르르 펼쳐지며 살짝 빛을 더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리파는 자신의 날개를 펼쳐 두세 번 진동시켰다.

그녀는 컨트롤러를 사용하지 않는다.

ALO 일류전사의 상징이자 고등기술인《자유비행》을 마스터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럼 간다!!”

낮은 목소리로 외치고 리파는 단숨에 땅을 박차 날아올랐다.

등의 날개를 있는 힘껏 뻗어 나뭇가지 틈으로 보이는 만월을 향해 급상승했다.

바람이 뺨을 두드리며 긴 포니테일을 흔들었다.

몇 초간 숲을 가로질러,리파는 수해(撤每)의 상공으로 올랐다.

시야한가득알브헤임의 풍경이 펼쳐졌다.

한없는해방감.

“아아……”

아득히 높은 곳을 향해 상승하며 리파는 황홀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 순간,이 감각만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눈물을 흘리고 싶을 정도로 고양되는 기분.

아득한 옛날부터 인간은 하늘을 나는 새를 동경했다.

그리고 마침내 손에 넣은 것이다.

자신의 날개를, 이 환상의 세계에서.

시스템적으로 부과된 체공 제한시간이 원망스럽다.

마음 닿는 데까지,어디까지고 높이,멀리 날 수 있다면 그 무엇을 희생해도 아깝지 않으리라.

사실 그것은 알브헤임에서 싸우는 모든 플레이어들의 바람 이기도 하다.

다른 종족보다 먼저《세계수》위에 있는 전설의 ,수중도시에 도착해 진정한 요정《알프》로 환생한다一그러면 체공 제한시간은 모두 사라지고,명실공히 이 무한한 하늘의 지배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리파는 자신의 스탯을 강화하는 데도,레어 아이템을 얻는데도 관심이 없었다.

이 세계에서 끝없이 싸우는 이유는 오직 하나.

지금은 아직 도달할 수 없는 금색 달을 향해,리파는 날갯짓 소리를 한층 크게 울렸다.

뚝뚝 떨어지는 빛의 입자가 혜성처럼 녹색 꼬리를 그리며 밤하늘에 흘러갔다.

“리,리파아~, 기다려어~.”

ㅡ그런 힘없는 목소리가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바람에 리파의 의식은 현실로 돌아왔다.

상승을 멈추고 내려다보니 컨트롤러를 쥔 레콘이 필사적으로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보조 시스템을 시용한 비행으론 속도를 많이 낼 수 없기 때문에,리파가 큰맘 먹고 날면 레콘은 쫓아오지 못한다.

“자자,조금만 더,조금만 더! 파이팅,파이팅!!”

리파는 날개를 펼쳐 호버링하며 레콘에게 양손으로 손짓한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고,광대한 수해 저편, 어둠 속에서 한층 시커멓게 솟아난 세계수를 찾아낸 후,그곳을 기점으로 실프의 영지가 있는 방향을 살폈다.

레콘이 간신히 같은 고도까지 쫓아온 것을 확인하고, 이번엔 속도를 맞춰 히늘을 미끄러지듯 날기 시작했다.

옆에서 날던 레콘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고, 고도가 너무 높은 거 아냐?”

“높아야 기분 좋잖아. 날개가 지쳐도 많이 활강할 수 있고.”

“리파는 날기 시작하면 인격이 바뀐다니깐……”

“뭐라고 그랬어?”

“아,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잡담을 하면서 알브헤임 남서쪽에 위치한 실프 영지를 향해 순항한다.

오늘은 레콘을 포함한 다른 동료 넷과 만나 실프 영지의 북동쪽,중립지대 던전에서 사냥을 했다.

다행히 다른 파티와 맞닥뜨리는 일 없이 충실한 모험을 마치고 돈과 아이템을 잔득 벌어 돌아가려던 참에, 매복했던 살라만더 8인 파티에게 기습을 당하고 만 것이다.

ALO에선 다른 종족 간에는 전투가 가능하지만, 노골적으로 강도 같은 짓을 하는 플레이어는 오히려 소수파에 가까웠다.

다행히 오늘 모험은 현실 시간으로 평일 오후에 벌어진 것이라 습격부대가 나타나도 그리 숫자가 많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제대로 허를 찔리고 말았다.

도망치면서 두 번의 에어레이드를 벌인 끝에 적과 아군 모두 세 명씩 줄어들었다.

원래 인원이 적었던 리파네 파티는 겨우 두 사람만 남게 되었으나 살라만더보다 비행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을 살려 어떻게든 추적을 뿌리칠 수 있었다.

이제 실프 영지도 얼마 남지 않았다.

두 차례의 전투에 멀미를 일으킨 레콘의 회복에 시간을 빼앗기고 말았지만,이렇게만 간다면 영지까지 무사히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리파가 무심결에 등 뒤의 숲을 돌아본 순간一.

울창한 거목들 밑에서 오렌지색 섬광이 번뜩 빛났다.

“레콘!! 회피!!”

리파가 창졸간에 외치며 왼쪽 아래로 급속히 선회했다.

직후, 나뭇잎 틈새를 뚫고 지상에서 세 줄기의 불꽃이 맹렬한 기세로 날아들었다.

높은 고도를 유지했던 덕에 길게 꼬리를 끄는 열선은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두 사람이 조금 전까지 비행하던 공간을 불태우며 밤하늘로 사라졌다.

그러나 가슴을 쓸어내릴 틈도 없었다.

공격마법이 쁨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