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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 없이 두 번째 공격을 시도하려했다.

이번에야말로 놓치지 않겠노라고 리파는 눈에 힘을 주었다.

초동(初動)은 결코 빠르지 않았다.

언뜻 기운이 없어 보이는 느릿느릿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한 발 내디딘 발이 지면에 닿은 순간一.

다시 대기를 뒤흔드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그 모습이 흐려졌다.

이번엔 간신히 보였다.

영화 필름을 빠르게 돌린 듯 뚝뚝 끊기는 영상이 리파의 눈에 각인되었다.

소년의 검이 하단에서 솟아오르며 살라만더의 몸통을 분단했다.

광원 이펙트조차 한순간 늦게 터져 나왔다.

소년은 그대로 몇 미터를 이동해 검을 높이 치켜든 자세로 멈추었다.

다시 죽음을 알리는 불꽃이 솟아오르고，두 번째 살라만더도 소멸했다.

스피드에만 눈을 빼앗겼던 리파였으나，소년의 공격이 만들어낸 엄청난 대미지를 새삼스럽게 깨닫고 아연실색했다.

두 살라만더의 HP바는 회복 상태조차없이 거의 절반가량 남아 있었다.

그것을 단 일격에 날려버리다니, 보통 위력이 아니었다.

ALO에서 공격 대미지를 산출하는 요소는 그리 많지 않다.

무기 자체의 위력, 히트 위치，공격 스피드，방어 측의 장갑.

이것뿐이다.

이 경우 무기의 위력은 거의 최저, 그에 비해 살라만더의 장갑은 상당한 고레벨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다시 말해 이를 간단히 뒤집어버릴 만큼 소년의 공격 정밀도와，무엇보다도 스피드가 경이적이었다는 뜻이다.

소년은 다시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몸을 일으키더니，상공에서 호버링하고 있는 살라만더 리더를 올려다보았다.

검을 어깨에 짊어지고 묻는다.

“어떡할래? 댁도 싸울 거야?”

너무나도 긴장감이 없는 소년의 그 말에 제정신을 차린 살라만더가 쓴웃음을 짓는 기척이 느껴졌다.

“아니, 못 이길 테니 관두지. 아이템을 놓고 가라고 시키면 순순히 따르겠어. 이제 곧 마법 스킬이 900이라 데스 페널티를 받기는 아깝거든.”

“솔직하네.”

소년도 슬쩍 웃었다.

그리고 리파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그쪽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 저 사람과 싸우고 싶다면 방해 하진 않을게.”

난입해서 한껏 설쳐댄 주제에 그렇게 말하니 리파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죽더라도 하나는 길동무로 데려가겠다던 살기는 어느샌가 사라지고 말았다.

"나도 됐어. 다음번엔 이 빚을 갚아줄 거야，살라만더 씨.”

“솔직히 그쪽하고도 일대일로 싸워 이길 거란 생각은 안 들지만”

그렇게 말하더니 붉은 중전사는 날개를 펼쳐 인광을 남기며 나아갔다.

바스락 소리와 함께 한 차례 나뭇가지를 흔들고는 어두운 밤하늘로 녹아들듯 멀어져간다.

남은 것은 리파와 검은 옷의 소년，그리고 두 개의 리메인라이트뿐이었다.

그것조차 1분이 경과됨과 동시에 훅 사라졌다.

리파는 새삼스럽게 살짝 긴장하며 소년의 얼굴을 보았다.

“그래서, 난 어떡하면 돼? 보답을 해야 할까，도망칠까? 아니면 싸울까?”

소년은 오른손의 검을 휙휙 좌우로 털더니，등의 칼집에 소리를 내며 집어넣었다.

“음?, 내가 생각했던 건 정의의 기사가 악한으로부터 공주님을 구하는 장면이었는데.”

한쪽 뺨을 치켜 올리며 씨익 웃는다.

“감격한 공주님이 눈물을흘리며 안겨드는, 뭐 그런……”

“바,바보 아냐?!”

리파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얼굴이 화악 뜨거워졌다.

“그러느니 차라리 싸울 거야!!”

“하하하, 농담이야，농담.”

자못 재미난다는 듯 웃는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며 빠드득 이를 갈았다.

어떻게 되받아쳐줄까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려니，갑자기 어디선가 제3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맞아요! 그런 건 못써요!！”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그때 소년이 약간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앗，이런. 나오지 말라니깐”

시선을 돌려보니 소년의 윗옷 가슴주머니에서 무언가 빛나는 것이 튀어나오는 참이었다.

조그마한 그것은 차라랑 소리를 내며 소년의 얼굴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아빠에게 안겨도 되는 건 엄마랑 나뿐이에요！”

“아,아빠아?!”

어이없어하면서도 몇 걸음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니，그것은 손바닥에 올라갈 만큼 조그마한 요정이었다.

도움말 윈도우에서 소환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픽시였다.

하지만 그건 게임에 관한 기본적인 질문에 정해진 문장으로 대답만 해주는 존재 아니었나?

리파는 소년에 대한 경계심도 잊고 주위를 날아다니는 요정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어,아니, 이건……”

소년은 당황한 기색으로 픽시를 두 손으로 붙잡더니 뻣뻣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리파는 그 손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그거 혹시 프라이빗 픽시라는 거야?”

“응?”

“그거잖아? 프레오픈 때 홍보행사로 추첨 배포했다던……. 헤에，나 처음봤어.”

“아，저는요…….우읍！”

무언가 말하려던 픽시의 얼굴을 소년의 손이 덮었다.

“마,맞아，그거야. 나, 뽑기 운이 좋거든”

“흐음~”

리파는 새삼 스프리건 소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왜,왜 그래?”

“아니. 이상한 사람이다 싶어서. 프레오픈 때부터 참가한 것 치고는 완전 초기장비인데，그러면서도 굉장히 강하고.”

“어一，그건 말이지, 옛날에 계정만 만들었다가 시작은 최근에 했거든. 계속 다른 VRMMORPG를 하느라.”

어딘가 석연찮은 점도 있었지만，다른 게임을 한 덕에 어뮤 스피어에 익숙해졌다면 뛰어난 반사속도를 가졌다는 점도 납득이 가긴 했다.

“그건 알겠지만，왜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