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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여배우의 자가용인 만큼 내부는 마치 달리는 응접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넓은 좌석에 세 명이 올라타고 차가 출발하자, 진저는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아까 그건 대체 뭐 하자는 짓이야? 천재지변이라도 나려는 건가 싶었어."

역시 두 사람이 붙어 있는 모습이 상당히 기괴하게 보였던 거겠지.

하지만 진저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재스민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당신이 없으면 난 못 살아요 타입의 유부녀를 연기해봤을 뿐인데, 이상해?"

"이상할 거야 없지. 조금 기분이 나빴을 뿐이야. 실태를 알고 있으니까."

전에도 그랬지만 진저는 재스민과 이야기할 때만은마치 여고생 같은 말투가 된다.

"당신, 혹시 그 기사 신경 쓰는 거야?"

"난 이 남자를 쫓아낼 생각이 없으니까, 오류를 정정해주려는 것뿐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 지나쳤어. 아, 그렇지! 영화, 진짜 감상은 어때?"

재스민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돈과 정성이 엄청나게 들었다는 것만은 잘 알겠지만, 대체 어디가 사랑과 감동의 대서사시라는 건지 잘 모르겠어. 감동할 만한 이야기였던가?"

진저는 물어본 자기가 바보였다는 듯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건너편에 앉아 있는 켈리를 바라봤다. 뭔가 물어보고 전에 켈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왕 의견에 동감이야. 그 이야기의 어디가 감동적이라는 거지?"

예, 괜한 소리를 물어본 제가 정말 어리석었습니다, 라는 듯이 진저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택에 도착하자 진저는 같이 목욕이나 하자면서 재스민을 끌고 갔다.

그때 일단 "당신도 같이 들어올래요?" 라며 켈리에게도 물었지만, 켈리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괜히 방해라도 했다가 나중에 무슨 짓을 당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여기는 욕실이 다섯 개니까 내 집이라 생각하고 마음대로 써요. 뭔가 필요한 게 있으면 가정부한테 말하고."

그렇게 말한 뒤 진저는 재스민과 함께 2층으로 사라졌다.

가정부는 40대의 자그마한 여성으로 이 집의 가사를 전부 담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상당히 유능한 사람인 듯, 켈리가 가만히 있자 뭔가 필요한 것이 없느냐고 물어왔고 켈리는 1층 방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저택의 1층은 아무나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상관없는 공간인 경우가 많고, 2층은 사적인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건물의 구조를 확인하는 것은 켈리에게 있어서 처음 와보는 장소에서는 기본 상식이다.

재스민과 결혼한 뒤 그때까지 인연이 없던 대저택이라는 것들을 지겹게 보아왔지만 이 저택도 여자 혼자서 살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훌륭한 성채였다.

내원이나 분수의 장식, 내부 장식이나 가구 하나만 봐도 우아하고 섬세하며 여성적인 느낌이 든다. 단순히 호화롭기만 한 게 아니라 묘하게 요염한 분위기랄까. 덕분에 조금 불편할 정도였다.

그중에서 비교적 소박한 분위기의 응접실에 들어가 소파에 앉은 뒤 스크린을 작동시켰다.

뉴스나 볼까 했는데, '호화선박, 해적에 습격당하다'라는 보도가 대대적으로 흘러나왔다.

켈리는 저도 모르게 눈을 껌벅거리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호화선박 따.위.를 습격하다니, 대체 뭐 하는 놈인가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호화선박이라는 건 이름뿐인 단순한 유람선일까 생각했지만, 습격당한 선박의 등급은 트리플 크라운.

의심할 바 없는 최고급 호화선박이다.

상업용 여객선은 모두 배의 크기나 능력, 정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크라운 마크는 그 배의 수준을 보장하는 상징으로 배의 성능과 안전성, 호화로움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며 대상이 되는 것은 주로 유람선이다.

스테이션에서 멀리 떨어진 구역을 오랫동안 항해하면서 여기저기에 기항하다보면 그것만으로도 위험이 커진다. 그렇기에 여행자는 이 마크를 기준으로 배를 선택한다. 마크가 붙어 있는 배는 일단 안심할 수 있다는 말이고, 트리플 크라운쯤 되면 어지간한 배에는 부여되지 않는다. 그 영예를 얻을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의 우수하고 안전한, 엄청나게 호화로운 배뿐이다.

당연히 요금도 초일류이고, 이런 배는 무장에도 엄청나게 돈을 들이므로 습격해봤자 상당히 고생하게 된다. 대치해서 싸우는 사이에 구원요청을 해버리면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해적이라는 것도 그 규모에 따라 노리는 사냥감의 범위가 정해져 있다.

소규모 해적은 개인 소유의 우주선을 노리고, 중간 규모쯤 되면 화물선을 덮친다. 어지간히 큰 규모쯤 되어야 간신히 여객선을 노릴 수 있지만, 이렇게나 눈에 띄게 바보 짓을 할 만한 해적은 없었다.

켈리는 채널을 돌려 이 뉴스에 관한 기사를 가능한 한 수집했다.

피해 선박은 제라크센의 후버 상사에 소속된 호화여객선 '펠리시티'.

아라시아 해로 불리는 유역에서 습격을 받았다.

센트럴에서 남쪽으로 5천 광년. 근처에는 유명한 휴양지인 류케인이 있다.

'펠리시티'는 류케인에 있는 별장이나 고급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부유층 인사 약 200여 명을 태우고 센트럴에서 출발했다. 일곱 개의 스테이션을 경유해 표준시간으로 약 닷새 뒤에는 류케인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습격을 받은 것은 나흘째였다.

갑자기 통신방해 전파가 발생해 구원요청이 불가능해지고, 배에 설치된 무기로 필사적으로 응전했지만 상대는 통신방해선 외에도 최소한 두 척 이상이 더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승선을 허락하고 통신기와 현재지 표시, 추진기관까지 파괴당한 '펠리시티'는 우주를 떠돌다 열흘만에 간신히 구조되었다.

아나운서는 구출된 사람들의 상태와 그 피해에 대해 설명했다.

승무원과 승객을 합쳐서 사망자는 52명. 대참사였다. 구저된 승객들도 짐을 뺏긴 것은 물론이고 몸에 걸치고 있던 것도 남김없이 빼앗겼다.

이렇게 비싼 여객선쯤 되면 승객들은 모두 걸어 다니는 금고나 다름없다. 이 배만은 절대로 안전하다고 믿었던 만치 보석과 귀금속을 안심하고 걸고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펠리시티'에서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경매가 열리고 있었다.

주 상품은 골동품으로, 지금은 매매가 금지된 희귀동물의 뼈나 껍질로 만든 장신구에 전설적인 공예가가 만든 유리 꽃병, 조각품 등 출품된 물건을 가지고도 외양형 우주선 한 척을 통째로 살 만한 금액에 필적한다.

해적들은 그런 보물들을 남김없이 강탈했다. 승객이나 경매주최자가 이 피해액을 청구하면 후버 상사는 도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사망자가 52명이라니, 너무 거친데."

어느 틈에 목욕을 마쳤는지, 켈리의 뒤에서 재스민이 뉴스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류케인 남쪽 변경이라면 몰라도 아리시아 해에서 이런 짓을 했다간 연방군을 자극시킬 뿐이야."

류케인은 아리시아 해에 인접해 있다.

유명한 휴양지인 류케인에는 연방군이 상주해 있고, 연방군에서 보자면 얼굴에 먹칠을 당했으니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원래 국제범죄는 연방경찰 담당이지만, 상대가 조직적인 우주해적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범인을 찾아내서 체포하는 것은 경찰이 할 일이지만, 그 범인이 저항할 경우 괴멸시키는 것은 연방군의 역할이었다.

켈리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마도 변경에서 기어 올라온 시골 해적이 분수도 모르고 설친 거겠지."

"그것만으로 호화선박까지 손을 댈 수 있겠어?"

어지간한 장비와 조직력이 있지 않고서는 이런 사냥감을 노릴 수 있을 리가 없겠지만, 켈리는 고개를 저었다.

"조직력만으로 말하자면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조직은 한두 개가 아니야. 나도 몇 개 정도는 알고 있지만, 중앙은하 놈들은 이런 무모한 짓은 안 해. 경찰이 정색하고 나오면 득 볼 리가 없으니까."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