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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쿠어 재벌이 어떤 압력을 행사해도, 어떤 거래를 제시하더라도 군대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켈리는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여자가 굳이 그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당신도 나도, 현재 조금씩 고민이 있어. 대단한 건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지. 우리들이 서로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당신이 약간만 자존심을 누르고 내 지시에 따라서 힘을 빌려준다면 나도 당신을 돕겠어. 1년 뒤에 당신을 쫓아다니는 군함은 한 척도 없을 거라고 약속하지. 물론 경찰도."
켈리는 더욱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남자 꼬시는 게 능숙한데, 여왕."
"그거 영광이군.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야."
"하지만 너무 높이 치는 거 아냐? 어차피 난 평범한 해적에 불과해."
"말했을 텐데. 당신이 어떤 인간이든 상관없어. 내가 원하는 건 무엇보다도 신용할 수 있는 사람이야. 맹세해줄 수 있겠어?"
"당신 편이 되겠다고?"
"그래."
잿빛 눈망울이 진지하게 켈리를 바라보았다.
켈리는 이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여기까지 와서 일의 결정권을 넘겨주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된 것 아닐까. 그렇다고 이쪽을 놀리려는 것도 아닌 듯했다.
그녀는 상당히 신사적이라고 다이애나도 말했다.
필사적으로 부정하고는 싶었지만, 아니라고 부정만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억지스러운 '신사적'이라는 게 어떤 거냐는 점은 우선 차치하고, 최소한 이 여자는 켈리도, 켈리의 배도 무시하지 않았다. 다이애나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알면서도 눈빛조차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처음 만났을 때에는 알 수 없었던 사실들이 있다.
"당신, 언제나 그런 자살 공격을 하고 다녀?"
"몸통박치기 말야? 아, 그랬지. 당신 배가 조금만 작았어도 그걸로 세울 수 있었을 텐데. 과연 거기까진 무리더라구."
그 몸통박치기로 세울 수 있었더라면 배를 쏘지 않아도 됐을 거라고, 진심으로 분하게 여기는 듯한 말투였다.
하지만 얘기의 초점은 그게 아니었다.
고속항행 중에 몸통박치기를 해놓고도 무사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기적이다.
여전히 씁쓸하게 웃으면서 켈리는 말을 이었다.
"그런 무모한 짓을 했다간 보통 당신 쪽이 조각난다구. 퀸 비가 단단한 건지, 당신 실력이 좋은 건지. 어느 쪽이야?"
"굳이 말하자면 내 실력 쪽일까?"
자칫하면 오만해 보일 수도 있을 말을 태연하게 입에 담는다. 하지만 진실이니 어쩔 수 없다.
"옛날부터 자주, 그러고도 살아 있는 게 신기하다느니 비상식적이라느니, 어떨 때는 비과학적이라는 말까지 들었어. 하지만 요령이 있어. 연습기는 상당히 부숴봤지만 실전에서는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어."
"뭐 하러 몸통박치기 연습 따위를 하는데?"
이 질문에 여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신중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가 있어서 익혔다, 정도일까."
정말로 위험한 여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