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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

아스나와 키리토는, 눈앞에 펼쳐진 전장을 방불케 하는 아침식사 풍경을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시작의 마을 동7구 성당 1층의 홀, 커다란 접시에 높이 쌓인 계란과 소시지, 채소 샐러드를 스무 명도 넘는 아이들이 와글와글 떠들어대며 먹고 있다.

「하지만, 굉장히 재밌어 보여」

약간 떨어진 둥근 테이블에 키리토, 유이, 사샤와 함께 앉은 아스나는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입가에 가져갔다.

「매일 이래요. 아무리 조용히 하라고 해도 듣질 않아서」

그렇게 말하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샤의 얼굴에는 사랑스럽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아이들, 좋아하시나 봐요」

아스나가 말하자 사샤는 부끄러운 듯 웃었다.

「저쪽에서는, 대학에서 교육학과를 다니고 있었어요. 그, 학급붕괴니 하는 문제가 많이 있었잖아요? 내가 아이들을 이끌어줘야지 하면서 불타올랐죠. 하지만 여기 와서 저 아이들과 지내기 시작하니, 보고 들은 것과는 천지처이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의지하고 도움을 받는 부분이 더 클 정도에요. 하지만 그래도 괜찮달까……. 그게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어쩐지, 알겠어요」

아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옆자리에서 진지하게 스푼을 입으로 가져가는 유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유이의 존재가 가져다주는 온기는 놀라울 정도였다. 키리토와 함께 있을 때처럼 가슴속이 옥죄어드는 듯 애절해지는 사랑스러움과는 다른, 눈에 보이지 않는 날개로 감싸는, 혹은 감싸인 듯한 조용한 편안함을 느꼈다.

◆ ◆

어제, 수수께기의 발작을 일으키고 쓰러졌던 유이는 다행히 몇 분 만에 눈을 떴다. 하지만 금방 장거리를 이동하거나 전이문을 쓸 생각이 사라진 아스나는, 사샤의 간곡한 청도 있고 해서, 교회의 빈방을 하룻밤 빌리기로 했던 것이다.

오늘 아침은 유이도 기운이 있는 것 같아 아스나와 키리토는 일단 안심했다. 하지만 상황은 변한 것이 없었다. 어렴풋하게 돌아온 유이의 기억에 따르면 시작의 마을에 온 적은 없었던 모양이고, 애초에 보호자와 함께 살았던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유이의 기억장애, 유아퇴행 같은 증상의 원인도 전혀 알 수 없어 더 이상 무엇을 해야 좋을지도 판단이 서질 않았다.

하지만 아스나는 마음속으로 생각을 다지고 있었다.

앞으로 유이의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함께 지내자. 휴가가 끝나고 전선으로 복귀할 날이 와도, 무언가 방법은 있을 것이다-.

유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스나가 생각에 잠겨 있으려니 키리토가 컵을 놓고 말을 꺼냈다.

「사샤 씨……」

「네?」

「……군의 일인데요. 제가 아는 한, 그놈들은 제멋대로긴 해도 치안유지에는 나름 열심이었어요. 그래도 어제 본 녀석들은 마치 범죄자였다…….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거죠?」

사샤는 딱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방침이 변경된 느낌이 들었던 것, 반년 정도 전이네요……. 징세라고 하면서 공갈 같은 행위를 시작한 사람들도 나왔고, 반대로 이걸 단속하려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군 멤버끼리 대립하는 모습도 몇 번인가 봤고요. 소문에 따르면 위쪽에서 권력다툼 같은 게 있었다던데……」

「음……. 하기야, 지금도 멤버가 천 명이 넘는 거대 집단이니 결속력이 그리 좋지는 못할 테지만……. 그래도 어제같은 일이 매일 일어난다면 방치할 수는 없겠는걸. ……아스나?」

「왜?」

「녀석은 이 상황을 알고 있는 거야?」

녀석, 이라는 말의 언짢은 감정을 통해 그것이 누구를 말하는 건지 깨달은 아스나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알고 있, 지 않을까……. 히스클리프 단장은 군의 동향에도 훤하니까. 하지만 그 사람, 뭐랄까, 하이레벨 공략 플레이어 이외엔 흥미가 없어 보여서……. 키리토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지만, 살인 길드인 《래핑·코핀》 토벌 때도 맡긴다, 의 한마디뿐이었고, 그러니까 아마 군을 어떻게 하기 위해 공략조를 움직이는 일은 없을 거야」

「뭐, 녀석이라면 그렇겠지만……. 그래도, 그렇다면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얼굴을 찡그리며 차를 마시려던 키리토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교회 입구 쪽을 노려보았다.

「누가 온다. 한 명……」

「에……. 또 손님이려나……」

사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당 안에 고음의 노크 소리가 울려퍼졌다.

◆ ◆

허리에 단검을 찬 사샤와, 만약을 위해 동행한 키리토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선 것은 키가 큰 여성 플레이어였다.

은색의 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냉철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날카롭고 단정한 얼굴 생김새에서 하늘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빛을 뿜어냈다.

머리 모양, 머리 색, 여기에 눈동자 색까지도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SAO지만, 원래 소재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이렇게 강렬한 색체 설정이 잘 어울리는 플레이어는 상당히 드물었다. 아스나에게도 한때 머리르 체리 핑크로 물들였다가 실의에 빠진 나머지 갈색으로 되돌렸다는 말 못할 과거가 있다.

미인이구나, 어른스럽구나 하고 동경을 품게 되는 첫인상을 느낀 후, 새삼 그녀의 장비에 시선을 돌린 아스나는 무심결에 몸을 경직시켰다.

철회색 망토로 가리고는 있지만 여성 플레이어가 몸에 걸친 진녹색 상의와 허벅지 부분이 느슨한 바지, 스테인레스 스틸처럼 날카롭게 빛나는 금속 갑옷은 틀림없는 《군》의 유니폼이었다. 오른쪽 허리에는 숏소드, 왼쪽 허리에는 돌돌 말린 검은색 가죽 채찍이 매달려 있었다.

그녀의 장비를 본 아이들도 일제히 입을 다물고는 눈에 경계의 빛을 띠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하지만 사샤는 아이들에게 웃으며 안심시키려는 듯 말했다.

「모두, 이 분은 괜찮아. 식사를 계속하려무나」

언뜻 못미더워 보이지만 아이들에게선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사샤의 말에 모두 안심했는지 어깨에서 힘을 뺐다. 식당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그 한가운데의 둥근 테이블까지 다가간 여성 플레이어는, 사샤가 의자를 권하자 가볍게 인사를 하곤 앉았다.

사정을 이해하지 못해 눈짓으로 키리토에게 묻자, 의자에 앉은 그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스나에게 말했다.

「에에또, 이 사람은 유리엘 씨. 아무래도 우리에게 할 말이 있다는 듯 해」

유리엘이라고 소개를 받은 은발의 편사(*鞭使:채찍사)는 아스나를 똑바로 한 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꾸벅하며 입을 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리엘이라고 해요. 길드 ALF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ALF?」

처음 듣는 이름에 아스나가 되묻자, 여성은 살짝 고개를 움츠렸다.

「아, 죄송합니다. 아인크라드 해방군, 의 약자에요. 정식명은 아무래도 좀 그래서……」

여성의 목소리는, 침착하면서도 매끄러운 알토였다. 항상 자신의 목소리가 어리게 느껴졌던 아스나는 한층 더 선망을 품으며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길드 혈맹기사단의-아, 아니, 지금은 일시탈퇴했지만요, 아스나라고 해요. 이 애는 유이」

시간을 들여 수프 접시를 비우고 지금은 한창 과일주스에 도전하고 있던 유이는 고개를 들어 유리엘을 주시했다. 살짝 고개를 갸웃하긴 했지만, 금세 빙긋 웃고는 시선을 되돌렸다.

유리엘은 혈맹기사단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하늘색 눈을 크게 떴다.

「KoB……. 과연, 녀석들이 손도 쓰지 못할만 하군요」

녀석들, 이란 것이 어제 만난 폭행 공갈 집단이라는 것을 깨달은 아스나는 다시 경계심을 품으며 말했다.

「……즉, 어제의 일에 항의하러 왔다, 라는 건가요?」

「아니아니, 천만에요. 그 반대에요, 좋은 일을 하셨다고 감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로」

「……」

사정을 파악하지 못해 입을 다문 키리토와 아스나에게 유리엘은 자세를 바르게 잡았다.

「오늘은, 두 분께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부,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