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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을 디디며 애용하는 투 핸드 블레이드를 머리 위로 번쩍 치켜들었다.

시선에 힘을 주어 살라만더들을 노려보았다.

“적어도 한 사람은 반드시 길동무로 삼겠어. 데스 페널티가 아깝지 않은놈부터 덤비시지.”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양쪽의 살라만더가 흥분에 못 이겨 괴성을 지르며 랜스를 휘둘러댔다.

그것을 두 팔로 저지하며 리더가 말했다.

“그만 포기하시지. 날개도 이미 한계일 텐데? 이쪽은 아직도 날 수 있어.”

실제로 그 말이 맞았다.

ALO에서 비행하는 상대에게 지상에서 공격당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포지션이었다.

1대3이 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다.

돈을 넘겨주고 목숨을 구걸하는 짓 따위 언어도단이다.

“당찬 아가씨로군. 할 수 없지.”

리더 또한 어깨를 으쑥하더니 랜스를 들고 날갯짓 소리를 울리며 떠올랐다.

좌우의 살라만더도 왼손에 스틱을 쥐고는 뒤를 따른다.

설령 세 자루의 창에 동시에 꿰뚫리더라도, 처음 덤벼드는 적에게 온 힘을 다한 일검을 날리겠노라 각오하며 리파는 팔에 힘을 주었다.

적이 세 방향에서 리파를 에워싸고一당장이라도 돌격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뒤쪽의 관목이 바스락 흔들리더니 시커먼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살라만더들의 바로 옆을 뚫고 지나가 공중에서 벙글벙글 도는가 싶더니,요란한 소리를 내며 풀밭 한 가운데에 추락하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리파와 세 살라만더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난입자를 응시했다.

“으윽, 아야야……. 착륙이 핵심이구만, 이거……”

긴장감 없는 목소리와 함께 일어난 것은 새까만 옷차림의 남성 플레이어였다.

뾰족뾰족 힘차게 솟구친 머리 모양,약간 치켜 올라간 커다란 눈, 어딘가 개구쟁이 소년 같은 분위기였다.

등에서 뻗어 나온 투명한 회색 날개는 스프리건의 상징이었 다.

까마득한 동쪽 변경에 영지를 두고 있는 스프리건이 이런 곳에서 왜一그렇게 생각하며 그의 장비를 체크한 리파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검고 간소한 더블릿(doublet)에 바지를 입었을 뿐, 갑옷이라곤 전혀 없으며 무기는 등에 걸친 빈약한 검 한 자루뿐.

아무리 봐도 초기장비 그대로였다.

뉴비가 이런 중립지역 깊숙한 곳까지 오다니,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아무것도 모르는 신참 플레이어가 무참하게 사냥당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어 리파는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뭐 하는 거야! 어서 도망쳐!”

그러나 검은 옷을 입은 소년은 움직일 기색이 없었다.

설마 다른 종족 간에는 PK가 자유롭다는 규칙을 모르는 것일까?

소년은 오른손을 주머니에 꾸욱 집어넣은 채 리파와 상공의 살라만더들을 두리번두리번 쳐다보더니, 불쑥 말했다.

“중전사 셋이서 여자 하나를 공격하는 건 좀 꼴사나운데.”

“뭐라고, 이 자식아!!”

느긋한 그의 말투에 도발된 두 살라만더가 허공을 이동해 소년을 앞뒤로 에워쌌다.

랜스를 아래쪽으로 향하고 돌진 자세를 갖추었다.

“큭……!”

도와주고 싶어도 리더 사내가 상공에서 이쪽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 일 수가 없었다.

“혼자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오다니,바보 아냐? 소원대로 당장 사냥해주지!”

소년의 앞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살라만더가 소리 높여 바이저를 내렸다.

그리고 활짝 펼친 날개에서 루비색 빛을 끌며 돌격을 개시했다.

후방에 있던 나머지 하나는 소년이 회피했을 때 해치우기 위해 시간차를 두고 덤벼들 생각인 모양이었다.

도저히 뉴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랜스가 몸을 꿰뚫는 순간을 보고 싶지 않아 리파가 입술을 깨물며 눈을 돌리려던一그 순간.

믿을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오른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아무렇게나 왼손을 내민 소년이, 필살의 위력이 담긴 랜스의 끝을 덥석 움켜쥔 것이다.

가드 이펙트의 빛과 소리가 공기를 쩌렁쩌렁 울렸다.

어이가 없어 눈과 입을 크게 뜨고 그 모습을 쳐다보는 리파의 눈앞에서 소년은 살라만더의 기세를 이용해 팔을 붕붕 돌리더니,움켜쥐고 있던 랜스와 함께 등 뒤의 공간으로 집어던졌다.

“으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날아간 살라만더가 대기하고 있던 동료와 충돌해,둘은 한데 얽힌 채 지면에 낙하했다.

철그렁철그렁! 하는 금속음이 겹쳐져 들렸다.

소년은 휘릭 돌아서더니 등 뒤의 검에 손을 대고ㅡ 움직임을 멈추나 싶더니, 약간 주저하는 표정으로 리파를 보았다.

“저기……, 저 사람들,베어도 괜찮은 거야?”

“……그야 괜찮겠지……. 적어도 저쪽은 그럴 생각이었을 테니까……”

이젠 뭐가 뭔지 알 수 없어 멍하니 대답했다.

“그것도 그러네. 그럼 실례……”

소년은 오른손으로 등에서 빈약한 검을 뽑아들더니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축 늘어뜨렸다.

베어도 되냐고 기세등등한 소릴 한 것치고는 움직임에 기합이란 것이 없었다.

스윽 중심을 앞으로 옮기며 왼발을 한 걸음 내밀고ㅡ.

갑자기 파파앙!! 하는 충격음과 함께 소년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제까지 어떤 적과 맞서건 상대의 검을 놓친 적이 없었던 리파의 눈으로도 따라갈 수가 없었다.

황급히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자,까마득히 떨어진 곳에 소년이 몸을 낮추고 정지하고 있었다.

검을 정면으로 내리그은 자세였다.

그리고 두 살라만더 중 일어나려던 쪽의 몸이 붉은 엔드 플레임에 휩싸였다.

그 직후 사산(四勒).

조그만 리메인 라이트만이 떠돌았다.

一빨라도 너무 빨라!!

리파는 격렬하게 전율했다.

이제까지 경험한 적이 없었던 차원의 스피드를 본 충격으로 온몸이 오싹오싹 떨려왔다.

이 세계에서 캐릭터의 운동속도를 결정짓는 것은 단 하나, 풀 다이브 시스템의 전자신호에 대한 뇌신경의 반응속도였다.

어뮤스피어가 펄스를 발하고 뇌가 이를 받아들여 처리한 후 운동신호로 피드백하는, 그 반응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캐릭터의 스피드도 상승한다.

타고난 반사신경도 필요하지만,일반적으로 장기간의 경험으로도 이 반응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자랑은 아니지만 리파는 실프들 가운데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스피드의 소유자라고 불린다.

오랜 기간 단련한 반사신경과 1년에 이르는 ALO 플레이 경력을 통해 일대일이라면 그 어떤 상대에게도 뒤지지 않을 거라고 요즘은 자신감을 품고 있었으나一.

리파와, 공중의 살라만더 부대 리더가 아연실색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소년은 불쑥 일어나 다시 검을 겨누며 돌아섰다.

간신히 돌진을 피한 나머지 살라만더는 아직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눈앞에서 놓친 상대를 찾기 위해 엉뚱한 방향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상대를 향해 소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