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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 만큼 잠긴 목소리로 나는 클라인의 말을 가로막았다.

「내가 정말로 그 정도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면, 이제 너하고 할 말은 없어.……분명 그날 카야바가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요전 플로어 보스 합동 공략 때 KoB의 히스클리프가 말했잖아. 동료들의 목숨을 구할 확률이 1퍼센트라도 있다면 온 힘을 다해 그 가능성을 쫓아가라고. 그럴 수 없는 놈은 파티를 짤 자격이 없다고. 그놈은 마음에 안 들지만 말 자체는 옳아. 난 가능성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예를 들자면, 그래. 이 세계에서 죽은 사람의 의식은 현실로 돌아가진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아. 말하자면 보류 에리어 같은 곳에 옮겨져서, 거기서 마지막으로 게임이 어떻게 될지를 기다리는 거야. 그러면 소생 아이템이 성립될 여지도 있잖아」

나로서는 드물게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최근 내가 매달려 있는 덧없는 가설을 설명하자, 클라인은 분노의 빛을 거두고 대신 연민과도 같은 눈으로 가만히 날 바라보았다.

「……그러냐」

마침내 흘러나온 목소리는 완전히 조용해진 것이었다.

「키리토……네녀석, 아직도 못 잊고 있구나, 예전 길드의 일을……. 벌써 반년도 더 지났다고……」

나는 고개를 돌리고 변명하듯 말했다.

「그걸 말할 거라면, 아직 반년밖에 안 됐다고 해야지. 잊을 리가 없잖아……전멸했다고, 나 이외엔……」

「《달밤의 흑묘단(月夜の?猫?)》이었나? ……공략 길드도 아닌데, 최전선 근처까지 올라와서는, 시프가 알람 트랩을 건드렸잖아. 네녀석 책임이 아니야. 살아남은 너를 칭찬하면 모를까, 아무도 책망하진 않아」

「그런 게 아니야……. 내 책임이라고, 난 전선에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도, 보물상자를 무시할 수도, 알람이 울린 후에 길드 멤버들을 탈출시킬 수도 있었어……」

-내가, 내 레벨과 스킬을 동료들에게 감추지만 않았더라면, 클라인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그 사실을 가슴속에서 쓸쓸하게 곱씹었다. 이 요령 없는 카타나사가 어울리지 않게 위로하는 말을 입에 담기도 전에 나는 말을 이었다.

「확실히, 1퍼센트도 되지 않는 확률이지. 내가 크리스마스 보스를 발견할 가능성, 그녀석을 솔로로 쓰러뜨릴 가능성, 소생 아이템이 실존할 가능성, 그리고 죽은 사람들의 의식이 보존되어 있을 가능성……. 전부 합치면 사막에서 모래 한 알을 찾는 거나 마찬가지일지도 몰라. 그래도……그래도 제로는 아니야. 그렇다면 난 그걸 향해 최대한 노력해야만 한다고. 애초에……클라인, 너도 딱히 돈이 궁하진 않을 텐데? 그럼 보스를 노리는 이유는 나랑 동일하지 않아?」

내 물음에, 흥 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클라인은 지면에 놓아두었던 카타나의 캅집을 쥐며 대답했다.

「난 너처럼 몽상가는 아냐. 그래도……내 친구도, 전에 한 명 당해버렸으니까. 그녀석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잠자리가 나빠질 테니까……」

자리에서 일어나는 클라인에게 나는 슬쩍 쓴웃음을 지었다.

「똑같아」

「틀려. 어디까지나 우린 보물을 노리면서 덤으로 찾을 뿐이니까. ……어디, 녀석들만 가지곤 큰 개미가 나왔을 때 걱정이니까, 난 상태 좀 보고 오련다」

「아아」

짧게 수긍하고, 눈을 감으며 나무줄기에 깊이 몸을 기댄 내 귀에, 떨어져 가는 카타나사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그리고 말이야, 내가 네 걱정을 한 건, 딱히 정보를 캐내려고 떠보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고 이놈아. 무리해서 이런 데서 죽어도, 너한테 소생 아이템은 안 쓸 거야」

■2

「걱정해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출구까지 호위 부탁해도 좋을까요」

그것이, 길드 《달밤의 흑묘단》 리더·케이타가 제일 먼저 했던 말이었다.

SAO라는 이름의 데스게임이 시작되고 다섯 달 정도 지난 어느 봄날 저녁, 나는 당시의 전선에서 10층이나 아래쪽의 미궁구에 들어갔다. 무기의 소재가 될 아이템을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베타테스트 시절 지식을 살린 스타트 대시와 무리한 솔로 플레이로 고경험치 효율을 노린 탓에, 이미 최전선 몬스터와 단독으로 맞붙을 수 있을 만한 레벨에 도달한 내게 그곳에서 사냥하는 것은 따분할 정도로 편한 작업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를 피하며 겨우 두 시간 만에 필요한 양의 아이템을 확보하고, 돌아가기 위해 출구로 향하던 때, 조금 커다란 몬스터 무리에게 쫒기며 통로를 따라 도망치는 파티와 맞닥뜨렸다.

솔로 플레이어인 내가 봐도 밸런스가 나쁜 파티였다. 5인 편성 중 전위라고 할 만한 것은 방패와 메이스를 장비한 남자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단검만 든 시프형에, 쿼터스태프를 든 봉술사(奉事), 장창사가 둘. 메이스 사용자의 HP가 줄어들어도 스위치해 방패가 되어줄 동료가 없다 보니 주춤주춤 후퇴만 하게 될 것이 뻔한 구성이었다.

전원에게 시선을 맞춰 HP바를 확인해보니 이대로 출구까지 도망칠 만한 여유는 있을 것 같았지만, 도중에 다른 몬스터 무리에게 걸리면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나는 잠시 주저했지만, 숨어 있던 샛길에서 뛰어나와 리더로 보이는 봉술사에게 말을 걸었다.

「조금 앞, 맡아드릴까요?」

봉술사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며 잠시 주저하는 모양이었지만,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조금 부탁드려요. 위험할 것 갈으면 그냥 도망치셔도 되니까」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고, 나는 등에서 검을 뽑아 메이서의 등 뒤에서 스위치라 외침과 동시에 억지로 몬스터 앞에 끼어들었다.

적은 조금 전까지 내가 솔로로 박살을 내놓았던 무장 고블린 무리였다. 소드스킬을 전력으로 발휘하면 한 방에 쓸어버릴 수도 있으며, 저항하지 않고 얻어맞고만 있는다 해도 배틀 힐링 스킬로 회복되는 HP만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을 버텨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순간적으로 두려워졌다. 고블린이 아니라, 뒤쪽에 선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일반적으로, 하이레벨 플레이어가 하층의 사냥터를 휩쓸고 다니는 것은 전혀 칭찬받을 만한 행위가 아니다. 오랜 기간 계속하면 상부의 길드에 제거 의뢰가 날아가 호되게 혼이 난 후, 신문의 비매너 플레이어 리스트에 실리게 된다. 물론 지금은 긴급상황이니 괜찮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는 두려웠다. 고맙다는 말을 하는 그들의 눈에, 비터라고 나를 조롱하는 빛이 떠오르는 것이.

나는 소드스킬을 극히 초보적인 것으로 한정해 사용하며 일부러 시간을 들여 고블린과 싸웠다.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으로 이어질 것도 모르고.

◆ ◆

포션으로 HP를 회복한 메이서와 몇 번인가 스위치를 반복하며 고블린 무리를 모두 물리친 후, 낮선 파티 다섯은 내가 놀랄 정도로 요란하게 환성을 질렀다. 일일히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승리를 기뻐한다.

속으로 당황하면서도, 나는 익숙하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이 내미는 손을 하나하나 잡고 악수했다. 마지막으로 두 손으로 내 손을 덥석 쥔 홍일점인 흑발의 창술사는, 눈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몇 번이고 고맙다고 했다.

「고마워요……정말로, 고맙습니다. 굉장히, 무서웠어서……구해주셨을 때, 정말로 기뻤어요, 정말로 고맙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그녀의 눈물을 봤을 때, 내 가슴속에 찾아든 감정을 나는 지금도 무엇이라고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구해줘서 다행이다. 그리고 그들을 구해줄 수 있을 만큼 내가 강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 것만은 기억한다.

게임 개시 이래 솔로 플레이만을 고집하던 나였지만, 최전선층에서 다른 파티의 도움을 주는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략조 사이엔 필드에서는 서로 돕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자신이 언제 도움을 받는 쪽이 될지 알 수 없으니, 도움을 받은 쪽도 짧게 인사만 하는 정도로 끝낸다. 재빨리 전투 뒤처리를 마친 후 말없이 다음 전투로 향한다. 그곳에 있는 것은 추구할 수 있는 최대의 효율로 자신을 강화해 나가기 위한 단순한 합리성뿐이다.

하지만 그들-달밤의 흑묘단은 달랐다. 딱 한 번 전투에 승리한 것을 모두 함께 기뻐하고, 서로 전투를 치하했다. 스탠드얼론 RPG에 언제나 따라오는 전투 승리 팡파르가 들릴 법한 광경이 일단락된 후, 내가 먼저 출구까지 동행하겠다고 제안한 것은 그들의 너무나도 가족적인 분위기에 이끌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 SAO라는 미쳐버린 게임을 진정한 의미로 공략하고 있는 것은 그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나도 남은 포션이 아슬아슬해서……괜찮다면, 출구까지 같이 가지 않겠습니까」

내 거짓말에, 케이타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해줘서, 고맙습니다」

-아니, 흑묘단의 전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나는 그저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이기적인 솔로플레이어가 되어 쌓아올린 스테이터스로, 나보다 훨씬 약한 그들을 지켜주고 의지의 대상이 되며 쾌감은 느꼈던 것이다. 그저 그것뿐인 이야기다.

미궁구에서 탈출해 주거구로 돌아온 나는, 술집에서 한잔하자는 케이타에 말에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는 값비싼 것이었을 와인으로 축배를 올리고, 자기소개도 끝나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케이타는 작은 목소리로, 굉장히 어려워하며 내 레벨을 물었다.

나는 그 질문을 반쯤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는 이미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거짓 수치를 계산해 놓고 있었다. 내 입에서 나온 숫자는 정확히 그들의 평균 레벨보다 3 정도 위-그리고 내 진짜 레벨보다 20이나 아래였다.

「헤에, 그 레벨로, 그 장소에서 솔로 사냥이 가능한 건가요!」

놀란 표정을 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