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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터 미국으로 돌아갔으므로 집에는 스구하 혼자뿐이었다.

1층의 거실 테이블에 놓아둔 바구니에서 치즈 머핀을 하나 꺼내 아무렇게나 입에 물고, 오렌지주스 팩을 한 손에 든 채 툇마루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크게 한 입 깨물었을 때ㅡ현관 쪽에서 자전거를 끌며 앞뜰로 들어오는 카즈토와 딱 눈이 마주쳤다.

“후구욱!!”

머핀 조각이 그대로 넘어가 식도를 막아버렸다.

황급히 오른손의 주스를 마시려 했지만 아직 빨대를 꽂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국, 우구국~”

“야，야”

뛰어온 카즈토가 주스를 빼앗아선 재빨리 스트로를 꽂아 스구하의 입에 대주었다.

필사적으로 차가운 액체를 들이켜 목에 걸린 덩어리를 꼴깍꼴깍 삼켰다.

“푸하아! 주……죽는 줄 알았어……”

“덜렁대기는. 좀 침착하게 먹어라.”

추욱 어깨를 늘어뜨리는 스구하.

카즈토는 바로 곁에 앉더니 신발 끈을 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곁눈으로 보며 다시 머핀을 한 입 깨물었을 때, 문득 카즈토가 말했다.

“맞다，스구. 어젯맘에 말인데……”

다시 목이 막힐 것 같아 황급히 주스를 한 입 마셨다.

“그, 뭐라고 해야 하나……, 고맙다.”

“어……?”

생각지도 못한 말에 스구하는 카즈토를 빤히 쳐다보았다.

“스구 덕에 기운이 났어. 나，포기하지 않을래. 반드시 아스나를 구해내고 말겠어.”

시큰하는 가슴의 통증을 억누르며 스구하는 웃음을 지었다.

“응……. 기운 내. 나도 아스나 언니 만나보고 싶어.”

“분명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

카즈토는 스구하의 머리를 와샥와샥 쓰다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따 보자.”

그 말을 남기고 2층으로 올라가는 카즈토를 지켜보며，스구하는 마지막 머핀 한 조각을 입으로 밀어 넣었다.

68p부터 -타이핑:서유이-

一나도…… 기운 내서 도전해볼까…….

앞뜰로 내려와 연못가에서 스트레칭을했다.

몸이 어느 정도 달아올랐을 때 죽도를 쥐고는 후리기를 시작한다.

여느 때 같으면 잡념은 있는 힘껏 죽도를 휘두르는 동안 사라졌겠지만,오늘은 언제까지 해도 머릿속에 뱅글뱅글 맴도는 것이 떨어지질 않았다.

ㅡ정말로，좋아해도 되는 걸까.

어젯밤, 카즈토의 곁에 누워 있으면서 한 번은 포기하려고 생각했다.

카즈토의 마음속에는 그 사람밖에 없다는 것을 뼈 저리게 깨달았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어쩌다 이렇게까지 카즈토를 의식하게 된 걸까，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두 달 전，병원에서 연락을 받은 후 어머니를 기다리지도 않고 뛰어온 스구하를 보고，침대 위의 카즈토는 눈물을 글썽이며 웃었다.

손을 내밀고，그리운 목소리로

“스구”라고 불러주 었다.

그때부터 스구하의 마음에 이 감정이 싹튼 것이다.

언제나 곁에 있고 싶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 기분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곁에서 보고 있기만 해도 괜찮다고 자신을 타이르면서, 스구하는 허공을 향해 죽도를 휘둘렸다.

움직임을 멈추고 거실의 시계를 쳐다보니，어느샌가 정오가 지나려 하고 있었다.

“아,내 정신 좀 봐. 약속이 있었는데”

혼잣말을 하며 죽도를 정리하곤，곰솔나무 가지에 걸쳐놓았 던 타월로 땀을 닦았다.

고개를 들자 구름 틈으로 파란 하늘이 살짝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휴대전화를 자동응답 모드로 바꿔놓은 후 침대 위에 앉았다.

가방 지퍼를 열고 에길에게서 받은 게임 패키지를 꺼냈다.

《알브헤임 온라인》.

에길의 정보로 판단컨대，제법 부딪쳐볼 만한 가치는 충분할 것 같았다.

다행인 것은 레벨제가 아니라는 점.

스탯이 부족해 자유로이 움직이지 못하는 사태는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MMORPG에 손을 댈 거라면 사전에 인터넷이나 잡지를 통해 정보 수집을 해야겠지만，나는 도저히 느긋하게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패키지를 뜯고 조그만 ROM 카드를 꺼낸 다음, 벽걸이 선반에 놓아둔 너브 기어의 전원을 켜고 슬롯에 카드를 삽입했다.

깜빡거리던 메인 인디케이터는 몇 초 만에 점등 상태로 바뀌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두 손으로 헤드기어를 눈앞에 들어보았다.

한때 진청색으로 빛나고 있던 그 기계는 이제 군데군데 도장이 벗겨지고 흠집이 나 있었다.

나를 2년 동안 묶어두었던 족쇄이자, 동시에 고장 한 번 나지 않고 움직여준 전우이기도 하다.

ㅡ다시 한 번，내게 힘을 빌려다오.

가슴속으로 중얼거리고，나는 너브 기어를 머리에 장착했다.

밑에서 잠금장치를 고정하고 실드를 내린 후 눈을 감았다.

불안과 흥분으로 빨라지는 심장 고동을 억누르며 나는 말했다.

“링크 스타트！”

꽉 감은 눈꺼풀 너머로 느껴지는 어렴풋한 빛이 스윽 사라졌다.

시신경에서 전해지던 입력이 끊어지고 진짜 어둠이 나를 휩쌌다.

하지만 금세 눈앞에 무지갯빛 광채가 터져 나왔다.

부정형의 빛은 너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