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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빛을 띠었다. 허리에서 커다란 브로드소드를 뽑아들더니, 노골적인 동작으로 철썩철썩 손바닥에 두드려대며 다가왔다. 검 표면이 저녁놀을 반사해 번뜩였다. 손상도, 수리 경험도 한 번 없는 무기 특유의 얄팍한 광채다.

「아니면 《바깥》에 갈까, 바깥? 어이?」

그 한마디를 들은 순간,

악다문 아스나의 이가 뿌득 소리를 냈다.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공포에 떠는 소년들을 본 순간 이미 분노는 한계를 넘어섰다.

「……키리토, 유이를 부탁해」

키리토에게 유이를 맡기자, 그는 어느샌가 실체화시켜 두었던 아스나의 세검을 한손으로 휙 던져주었다. 이를 받아드는 것과 동시에 칼을 뽑으며, 아스나는 리더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선다.

「어……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입을 뻐끔거리는 남자의 안면을 향해, 아스나는 느닷없이 온 힘을 다한 한손찌르기를 날렸다.

주위를 물들이는 자색 섬광. 폭발과도 같은 충격음. 남자의 몸이 뒤로 휘청 넘어가더니 멍한 얼굴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렇게 전투를 바란다면, 일부러 필드까지 갈 필요도 없어」

남자의 앞까지 다가가자 아스나는 다시 한 번 오른손을 번뜩였다. 두 번째 섬광, 그리고 굉음. 리더 사내의 몸이 튕겨져 나가듯 뒤로 굴러갔다.

「안심해, HP는 감소하지 않으니까. 그 대신, 언제까지나 계속되겠지만」

흐트러짐 없는 걸음으로 다가서는 아스나의 모습을 올려다보며, 리더는 겨우 그녀의 의도를 깨달았는지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범죄 방지 코드 범위 내에서는 무기 공격을 플레이어에게 명중시킨다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가로막혀 데미지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룰에도 허점이 있다. 다시 말해 공격자가 범죄자 컬러로 전략할 염려가 없다는 뜻이다.

이를 이용한 것이 《권내전투》이며, 보통은 훈련이나 모의전에 활용된다. 하지만 공격자의 파라미터와 스킬이 상승함에 따라 코드가 발동할 때의 시스템 컬러 발광과 충격음이 점점 더 커지며, 또한 소드스킬의 위력에 따라서는 약간이지만 넉백 효과도 발생한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HP가 줄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견디기 힘들다.

/IN

「히익……그, 그만……」

아스나의 검격으로 지면에 쓰러질 때마다 리더는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너희들……보지만 말고……어떻게든 해……!!」

그 목소리에 겨우 제정신을 차린 군 메범들이 차례차례 무기를 뽑아들었다.

남북으로 뚫린 통로에서도 예상치 못한사태를 알아차린 블록 담당 플레이어들이 몰려들었다.

반원형으로 주위를 에워싼 사내들에게 아스나는 광전사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형형한 안광을 뿜어냈다. 다짜고짜 지면을 박차고 집단의 정면으로 파고들어간다.

눈 깜짝할 사이에 굉음과 절규의 연속이 좁은 공터에 가득찼다.

약 3분 후.

제정신을 차린 아스나가 발을 멈추고 검을 내리자, 공터에는 겨우 몇 명의 군 플레이어들이 허탈 상태에 빠져 굴러다닐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리더를 내버린 채 달아난 모양이었다.

「후우……」

크게 숨을 내쉬고 세검을 칼집에 꽂으며 돌아서니-그곳에는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사샤와 교회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

아스나는 숨을 멈추고 한 걸음 물러섰다. 아까의, 분노에 몸을 맡긴 채 날뛰는 모습이 아이들을 겁먹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고개가 숙여졌다.

하지만 갑자기 아이들의 선두에 서 있던 그 붉은머리 소년이 눈을 빛내며 외쳤다.

「굉장해……굉장하다 누나!! 처음 봤어 그런 건!!」

「이 누나는 완전 강하다, 고 말했지?」

싱글거리며 키리토가 한 걸음 다가왔다. 왼팔로는 유이를 안고, 오른팔에는 검을 들고 있었다. 보아하니 몇 명은 그가 상대해준 모양이었다.

「……에, 에헤헤」

곤란한 듯이 아스나가 웃자, 아이들이 와 하고 환성을 지르며 일제히 달려들었다. 사샤도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 채 눈에 눈물을 머금고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때였다.

「모두의……모두의, 마음이」

가늘지만, 잘 들리는 목소리였다. 아스나는 흠칫 고개를 들었다. 키리토의 팔 안에서 어느샌가 눈을 뜬 유이가 허공에 시선을 향한 채 오른팔을 뻗고 있었다.

아스나는 황급히 그쪽을 보았으나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의 마음……이……」

「유이! 왜 그래, 유이!!」

키리토가 소리를 지르자, 유이는 두세 번 눈을 깜빡이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스나도 황급히 달려와 유이의 손을 잡았다.

「유이……뭔가, 생각해낸 거야!?」

「……나……나……」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인다.

「나, 여기에는……없었어……. 계속, 혼자서, 어두운 곳에 있었어……」

무언가를 생각해내려는 것처럼 얼굴을 찡그리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더니, 돌연-.

「으아……아……아아아!!」

고개를 뒤로 젖히며, 가는 목으로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

칙, 치직 하는, SAO에서는 처음 듣는 노이즈가 낀 목소리가 아스나의 귀에 들렸다. 그 직후 유이의 경직된 몸 여기저기가 붕괴되듯 격렬히 진동했다.

「유……유이……!」

아스나도 비명을 지르며, 그 몸을 두 팔로 끌어안았다.

「엄마……무서워……엄마……!!」

가느다란 비명을 지르는 유이를 키리토의 팔에서 안아들고 꼬옥 가슴에 끌어안았다. 몇 초 후, 괴현상은 사라지고 경직된 유이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뭐야……지금 건……」

키리토의 얼빠진 중얼거림만이, 정적으로 가득 찬 공터에 낮게 흘러갔다.

■3

「미나, 빵 하나 집어줘!」

「자자, 한눈팔면 흘리잖아!」

「앗, 선생님! 진이 달걀 프라이 집었어-!」

「대신 당근 줬잖아-!」

◆ ◆

「이건……굉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