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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겨보았다.

그러자 등의 날개가 쫘악 펼쳐지더니 어렴풋한 인광을 뿜기 시작했다.

그대로 스틱을 계속 당겨보았다.

“오?!”

갑자기 몸이 둥실 떠올랐다.

느릿느릿한 속도로 상승을 시작한다.

1미터 정도 떠올랐을 때 컨트롤러를 중립으로 돌리고, 이번엔 꼭대기에 달린 구체를 꾹 눌러보았다.

그러자 몸이 미끄러지듯 앞으로 이동했다.

하강이나 선회를 시험하는 사이에 나는 금세 조작을 익힐 수 있었다.

옛날에 신나게 플레이했던 비행형 VR 게임에 비하면 훨씬 간단했다.

“그렇구나. 대충 알겠다. 일단은 기본적인 정보가 필요한데……, 제일 가까운 마을은 어디 있니?”

“서쪽에 〈수일벤〉이라는 도시가 있네요. 거기가 제일……, 앗……?”

갑자기 유이가 고개를 들었다.

“왜 그래?”

“플레이어가 다가오고 있어요. 세 사람이 한 사람을 쫓고 있 것 같은데……”

“와，전투하나? 보러 가자”

“아빠는 여전히 태평하네요”

유이의 머리를 따콩 쥐어박은 후 나는 윈도우를 조작해 초기 아이템인 한손용 직검을 등에 장비했다.

뽑아들고 몇 차례 휘둘러본다.

“윽，어째 쬐끄만걸. 가볍고……. 뭐, 할 수 없지……”

검을 칼집에 넣은 후 나는 다시 스틱을 꺼내 손에 쥐었다.

“유이，안내 부탁해.”

“알았어요.”

방울 같은 소리와 함께 어깨에서 날아오른 유이를 따라 나도 공중이동을 시작했다.

살라만더가 쁨어낸 화염마법이 마침내 리파의 등을 강타했다.

“으옥!！”

물론 아픔이나 열기는 느껴지지 않지만，커다란 손이 등을 후려친 것 같은 충격을 받아 자세가 흐트러졌다.

도주를 시도 하며 풍(風)속성 방어용 마법을 펼친 덕에 HP바에는 여유가 있었으나，실프 영지는 아직도 멀었다.

게다가 리파는 가속이 둔해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지긋 지긋한 체공 제한시간이다.

앞으로 수십 초면 날개가 힘을 잃어 날지 못하게 될 것이다.

“크윽……”

이를 악물며 수해로 도망치기 위해 급각도로 다이브.

적들 중에 메이지가 있는 이상 마법을 사용하더라도 숨기는 어렵겠지만, 포기하고 얌전히 얻어맞는 것은 취향이 아니었다.

나무 사이로 파고들어 수도 없이 겹쳐진 가지 틈을 빠져나가며 지표에 접근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속도는 점점 떨어졌다.

마침내 전방에 풀이 무성한 공터를 발견하고 그곳을 향해 착륙을 감행, 발바닥을 미끄러뜨리며 제동을 건 후 정면의 거목 뒤로 뛰어들어선 몸을 바짝 숙였다.

즉시 두 손을 하늘로 치켜 들고는 은신마법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ALO에선 마법을 용하기 위해 마치 판타지 영화처럼 실제 〈스펠〉을 외워야 한다.

시스템이 인식할 수 있도록 일정 이상의 볼륨과 명확한 발음이 필요하며，도중에 더듬으면 마법은 금세 실패해 처음부터 다시 영창해야만 한다.

암기한 스펠을 가능한 빠르게，그러면서도 더듬지 않고 마치자 연녹색 대기의 흐름이 발밑에서 피어올라 리파의 몸을 에워쌌다.

이제 적의 시선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적이 고레벨 색적 스킬 내지는 간파마법을 시용한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숨 죽인 채 한껏 몸을 웅크렸다.

마침내 살라만더 특유의 둔중한 비행음이 여럿 다가왔다.

등 뒤의 공터에 착지하는 기척.

철컥철컥 갑옷 울리는 소리에 낮은 외침이 겹쳐졌다.

“이 부근에 있을 거다! 찾아라!！”

“아니야. 실프는 은신 능력이 높으니까 마법을 쓰지.”

그 말에 굵은 스펠 영창 소리가 이어졌다.

리파는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을 뻔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一몇 초 후，술렁술렁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등 뒤로부터 다가왔다.

거목 뿌리를 타넘으며 이쪽으로 기어오는 조그마한 그림자들은 붉은 피부와 눈을 가진 도마뱀이 었다.

화속성의 간파마법이다.

수십 마리의 서처(searcher)가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며 은신한 플레이어나 몬스터에 접촉하면 불타오르며 장소를 알려주는 것이다.

ㅡ오지 마! 저리 가!

도마뱀의 진로는 랜덤이다.

리파는 조그만 파충류에게 필사적으로 빌었다.

그러나 기도도 허무하게，한 마리가 리파를 에워싼 대기의 막에 닿았다.

순간 한층 높은 소리로 울며 새빨갛게 타오르는 도마뱀.

“찾았다，저기다!！”

금속 갑옷을 철컹철컹 울리며 달려오는 기척.

리파는 어쩔 수 없이 나무 그늘에서 튀어나왔다.

한 바퀴 돌며 일어나선 발검하고 자세를 잡으니, 세 명의 살라만더 또한 멈춰 서선 랜스를 이쪽으로 겨누었다.

“사람 애먹이는군”

오른쪽 끝에 서 있던 사내가 투구의 바이저를 젖히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어조로 말했다.

한가운데의 리더로 보이는 사내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미안하지만 우리에게도 임무가 있어서 말이다. 돈과 아이템 을 놓고 간다면 그냥 보내주마”

“에이, 왜애? 죽여버리자구!! 여자 상대하는 거 진짜 오랜만 인데.”

이번엔 왼쪽의 사내가 마찬가지로 바이저를 치켜 올리며 말했다.

폭력에 도취된，끈적끈적한 시선을 이쪽으로 향한다.

1년의 플레이 경험으로 보건대, 저런 식으로 《여성 플레이어 사냥》에 집착을 보이는 자들이 적다고는 할 수 없다.

리파는 혐오감에 소름이 돋는 것을 의식했다.

추잡한 말을 떠들어대거나 전투 외의 목적으로 공연히 몸을 더듬으면 매너 위반 행위로 즉시 통보를 받지만, 살상 자체는 게임의 목적이기도 하기 때문에 자유롭다.

VRMMORPG에서 여성 플레이어를 죽이는 것은 가상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이라고 지껄이는 자들마저 있을 정도였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ALO에서도 이 모양이니，지금은 전설이 된《그 게임》의 내부는 과연…….

그렇게 생각하니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리파는 두 발로 단단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