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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메이커명은 《렉토 프로그레스》였다.

“야. 왜 그래，키리토? 갑자기 무서운 표정을 하고.”

“어，아니……. 저기，에길. 이거 말고 다른 사진은 없어? 아스나 외의 《SAO 미귀환자》가 이《알브헤임 온라인》에 똑같이 유폐되어 있다거나”

그 질문에 에길은 두툼한눈썹에 주름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말은 못 들었어……. 아니, 뭐랄까，그런 사진이 있다면 이미 확실하겠지만. 네가 아니라도 경찰에 전화를 했겠지.”

“응,그건 그래…….”

고개를 끄덕이면서도,나느 그 사내ㅡ스고우 노부유키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현재 SAO 서버를 관리하는 것은 자신이라고 스고우는 말했다.

하지만 관리라고 해도 서버 자체는 여전히 블랙박스여서 내부까지 개입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놈에게는 아스나가 이대로 잠들어 있는 편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했다.

아스나와 닮은 소녀가 목격된 VRMMORPG,그리고 그 운영 기업이 렉토의 자회사ㅡ,과연 우연일까.

한순간 총무성의 구출팀에 연락을 해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금세 생각을 고쳐먹었다.

너무나도 막연한 이야기일 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고 거구의 마스터를 쳐다보았다.

“에길ㅡ이 게임,빌려줄 수 있어?”

“그건 괜찮은데……,가보게?”

“응,내 눈으로 확인하겠어.”

에길은 한순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우려는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설마 하면서도,또다시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가 발밑에서부터 슬금슬금 솟아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뿌리치고 나는 씨익 웃어 보였다.

“죽어도 상관없는 게임이잖아?껌이지 뭐.……아,게임기를 사야겠구나.”

“너브 기어에서도 돌아가.어뮤스피어는 그냥 너브 기어의 시큐리티 강화판이니까.”

“그건 다행이다.”

어깨를 으쓱한후 이번엔 에길이 씨익 웃었다.

“뭐，다시 한 번 그걸 써볼 배짱이 있다면 말이지만”

“벌써 몇 번씩 써봤어”

그것은 사실이었다.

아스나에게 무언가 연락이 오지는 않을까 해서，네트워크에만 연결한 너브 기어를 장착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물론 그 어떤 목소리도, 편지도 내게는 오지 않았지만.

그러나 이젠 그저 기다리기만 히는 나날은 끝났다.

커피를 단숨에 비우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가게에는 전자화폐 지불기 같은 고급스러운 것은 없었으므로 주머니에서 꺼낸 동전을 카운터에 우르르 쏟았다.

“그럼 난 갈게. 커피 잘 마셨어. 정보 있으면 또 부탁해.”

“정보료는 외상으로 해주마. 반드시 아스나를 구해내라.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겪을 그 사건은 영원히 끝나지 않아”

“그래. 나중에 여기서 번개하자.”

주먹을 툭 맞부딪친 후，나는 돌아서서 문을 열고 가게를 뒤로했다.

자신의 침대에 풀썩 엎드린 채，베개에 얼굴을 묻고 스구하는 몇 분 간격으로 다리를 버둥거리며 몸부림쳤다.

이제 곧 점심시간이나 아직 파자마 차림이었다.

오늘은 1월 20일 월요일，겨울방학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지만 스구하가 다니는 중학교에선 3학년 3학기는 자유등교이기 때문에 가봤자 검도부에 들르는 것 말고는 할 일도 없다.

스구하는 몇 번째인지 모를 기억의 재생에 돌입했다.

어젯밤 얼어붙은 카즈토를 어떻게든 따뜻하게 해주고자 함께 이불을 뒤집어쓰고, 온몸을 밀착시킨 채 그대로 깜빡 잠이 들어 버린 것이었다.

누우면 10초 만에 잠이 들고 마는 즉석체질이 오늘만큼은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난 바보야，바보，바보!

내심으로 외치며 두 주먹으로 퍽퍽 베개를 두들겨댄다.

하다못해 카즈토보다 먼저 일어났더라면 몰래 빠져나올 수라도 있었을 텐데，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즈토에게 자는 모습까지 보이고 말았다.

이제 맨정신으론 얼굴을 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부끄러움과 민망함, 그리고 일말의 기쁨이 한데 뒤섞인 감정 이 빙글빙글 멤돌아 숨도 쉬지 못할 만큼 가슴이 막막해졌다.

두손으로 얼굴을 덮으니，파자마에서 어렴풋하게 오빠의 냄새가 맴도는 것 같아 더더욱 가슴이 두근거 렸다.

아무튼 죽도를 휘둘러 머리를 비우자고 결심하고，스구하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수련할 때는 도복을 입는 것을 선호했지만，한시라도 빨리 앞뜰에 나가고 싶어 편안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카즈토는 오늘도 어디론가 나간 모양이었으며，어머니 미도리는 언제나 점심 전에 출근한다.

아버지 미네타카는 연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