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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치면서, 달려오는 것에 검을 쉴 새 없이 내리쳤다.

얼마나 지났을까?

얼마나 죽었을까?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실감’을 느낀다.

이렇듯 충만한 감정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죽느냐 사느냐 같은 절박함은 지금까지 느낄 일이 없었다.

집에서 학교. 학교에서 집. 그리고 무엇이 있나?

아무것도 없잖아?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나는 지금 살아 있다.

여기에 살아 있다.

여기에서 살고 있다.

아아, 즐거워. 더-.

-암전

그리고 울려퍼지는 귀울음.

내려다보이는 세계. 사람들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새하얀 여자아이가 그 광경을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이 인간을 제 손으로 죽인다.

하지만 거기에는 ‘삶’ 도 ‘죽음’도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는 거짓 세계니까.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그렇지가 않다.

진짜 세계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살아 있는 실감을 이렇 곳에서 얻고 있는 것이다.

가상현실은 현실로 바뀌었다.

그 순간 가짜와 진짜의 구분도 없어졌다.

그리고 새하얀 소녀는 속수무책으로 떨어져가는 것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눈을 뜨니 여기는 빛이었다.

“어...?”

아까까지 전쟁터였는데. 많은 사람들과 시체와 피바다의.

그런데 여기는 뭐지?

빨강, 노랑, 주황 등의 온갖 색깔을 지닌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데 바람에 날린 꽃잎은 가루눈처럼 허공에 날아올라 춤추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꽃밭. 멀리 문이 보였다.

어느샌가 새빨간 무엇인가에 물든 몸으로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멀리 있는 문은 분명 이어져 잇을 것이다.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오는 문. 흑백의 문. 그 크기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무리 가까워도 변함이 없었다.

눈앞의 문에 손을 댔다.

그 순간 시야가 파묻힐 정도로 수많은 꽃잎들이 중력을 거스르면서 하늘로 올라갔다. 꽃들이 얼마나 많이 피어 있었던 걸까

궁금할 만큼 그것은 긴 시간이었다.

가까스로 시야가 트이자 거기는 흑백이었다.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풍경이었다. 어디인지는 잊어버렸다.

분수 안에 조각상이 서 있고 물이 흐르고 있었다. 주위를 건물들이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광장히 편안했다. 마음이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해졌다.

-딸랑.

방울 소리. 먼 듯하면서 동시에 귀울음처럼 가깝게 들리는 소리.

그리고 홀연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