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성숙한 몸에 군살은 전혀 붙어 있지 않고, 호리호리하면서도 강한 힘이 가득 차 있다. 필요한 순간에는 무섭도록 빠르게 움직일, 그런 위험한 폭발력마저 느껴지는 뭔가를 가지고 있었다.

접대부가 있다면 절대로 이런 남자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는다. 눈을 반짝이고 애교를 부리며 접근해 오겠지.

그것은 꼭 접대부에만 한정된 얘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남자의 왼쪽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울렸다.

"한잔 내도 괜찮을까?"

남자는 무표정하게 그 말에 응했지만, 약간 의뢰라고 생각했던 것은 확실했다.

무리도 아니었다. 그 목소리는 침착한 어조와는 걸맞지 않은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말을 건 사람은 카운터 끝에 앉아 있다가 남자의 시선을 받고서 생긋 웃음을 지었다.

남자는 포커 페이스를 유지한 채, 속으로 더욱 이상하게 생각하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체구가 큰 여자였다. 앉아 있어도 숨길 수 없었다. 틀림없이 180센티미터는 훨씬 넘으리라.

빈말로라도 모델 같은 날씬한 몸은 아니다. 넓은 어깨도, 풍만한 가슴과 탄탄한 허리 아래로 쭉 뻗은 다리도 깜짝 놀랄 만큼 멋지게 균형 잡혀 있지만, 연약한 구석은 조금도 없는 잘 단련된 몸.

나이는 20대 후반 정도일까.

상식을 벗어난 큰 키는 그렇다 쳐도 얼굴은 나쁘지 않다. 보기에 따라서는 미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선명하고 큰 눈이 인상적이었다. 전혀 화장기가 없는 맨 얼굴로, 머리도 목깃에 간신히 닿을 정도로 짧았다.

"옆에 앉아도 돼?"

남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따. 머릿속으로는 어떤 종류의 여자일지 고민하면서.

이렇게 눈에 띄는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지금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점이 가장 이상했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로 남자의 왼쪽에 앉았다. 언제라도 무기를 뺄 수 있도록 여유를 준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큰 몸이 움직이는데 전혀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여자도 오른쪽 허리에 총을 차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순간, 긴 앞머리에 가려진 남자의 오른쪽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검게 빛나고 있는 그 물건은, 아무리 잘 봐줘도 여자가 호신용으로 가지고 다닐 만한 총은 아니었다.

연방우주군의 정식 장비로도 채택되어 있는 MB72, 통칭 비골라스.

구경과 출력을 조정하면 정밀사격부터 확산사격까지 가능한 만능형 광선총이다.

무반동식이라고는 해도 전체 길이는 40센티미터를 훨씬 넘고, 중량은 4.8킬로그램에 달한다. 들고 다니기에는 거의 힘의 한계에 육박하는 대형총이었다.

그런 '괴물'도 이 여자가 차고 있으니 너무나 작아 보였다.

게다가 옷 위로 봐서는 알 수 없지만 오른쪽 겨드랑이에 차고 있는 홀스터에도 권총이 한 자루, 즉 좌우 양쪽으로 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남자의 오른쪽 눈은 보통 사람은 볼 수 없는 것을 찾아서 여자의 전신을 천천히 훑고 있었다.

검은 가죽 점퍼, 팔꿈치까지 오는 장갑, 다리의 선을 강조하는 가죽 부츠, 구석구석에 반응이 있다. 부츠 안쪽에도 뭔가 장치가 있었다.

남자는 조용히 웃었다.

"위험한 걸."

"뭐가? 여자 혼자서 이런 데 있는 것? 아니면 알지도 못하는 남자한테 쉽게 말 거는 것?"

"아니, 당신이."

여자도 웃었다.

"칭찬이라고 해두지."

이상한 웃음이었다.

활력과 패기로 가득 찬 표정. 평범한 여자라면 '당차다'든가 '활발하다'는 표현이 어울렸겠지. '발랄하다'고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여자는 아무리 잘 봐줘도 '호탕'하고 '대담'한 쪽이었다. 게다가 묘하게 상큼한 느낌까지 드는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한 손을 들고 남자가 들어본 적 없는 술을 주문한다. 무뚝뚝한 노인은 그 주문을 받자 희미하게 웃음을 짓는 듯했다.

노인이 새 잔에 따른 것은 피처럼 붉은 액체였다. 진짜 피와는 달리 짙은 붉은 색이면서도 투명해서 마치 최고급 루비를 놓여놓은 듯한 빛깔이다.

여자는 우아한 손놀림으로 그 술잔을 남자 쪽으로 밀었다.

마시라는 뜻이었지만 남자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거, 안 내키는데."

"마셔보지도 않고 그럴 건 없잖아. 시험해봐."

남자와 다를 것 없는 칼우에 더욱 쓴웃음이 나왔다.

순순히 술잔을 잡은 것은 그 여자 자신에 대한 흥미보다도,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표정이 변하지 않는 노인의 반응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겉보기에는 여자들이나 좋아할 만한 달콤한 술로 보였지만 입 안에 머금어보자 예상외로 전혀 달지 않았다.

강렬한 존재감으로 입 안에 퍼지면서, 고혹적으로 혀를 자극하고 뜨겁게 목을 태운다. 압도당할 것 같은 강렬함과 동시에 의외일 정도로 깔끔한 맛.

겨우 한 모금 마셔본 것뿐인데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유쾌한 취기가 돌아, 남자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이거 멋진 걸."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무장한 여자도 같은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난 지고바 산 술 중에 이게 제일 좋아. 흔히 맛볼 수 없는 만큼 더."

이곳 행성 지고바는 술의 생산지로 유명하다. 그것도 극히 한정된 지역의 물건ㅡ이른바 지방주(地方酒) 쪽에 명품이 많다. 흔히 맛볼 수 없다는 여자의 말도 그런 뜻이겠지.

"이렇게 멋진 술을 여태 몰랐다니 나도 멍청했군."

솔직하게 말하면서 여자를 향해 술잔을 들어 보인다.

이 남자 나름의 칭찬이었다.

여자는 이런 장소에서 지켜야 할 예의에서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유혹적인 표정은 아니다. 남자의 무언가를 가만히 평가하고 있는 듯이 냉정하고 정확한 눈빛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기 소개를 했다.

"난 재스민."

"켈리."

"선원이지?"

"그러는 당신은?"

"뭘로 보여?"

"모르니까 묻고 있잖아.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는 것만은 알겠지만."

재스민은 유쾌하게 웃었다.

"그건 뜻밖인 걸. 난 평범한 여자라고."

"평범한 여자는 그런 것 안 차고 다녀. 더 가벼운 것도 얼마든지 있잖아."

비골라스를 가리키며 남자가 장난스럽게 웃자 여자는 어깨를 으쓱 움츠렸다.

"이게 쓰기 편하니까 갖고 다니는 거야. 가벼운 건 아무래도 불안해서 말야."

"불안?"

"그래. 조그맣고 귀엽고, 꽉 쥐면 부서질 것 같은 것. 위력도 기대할 수 없어. 잘해봤자 호신용이지."

켈리는 쓴웃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평범한 여자라면 호신용으로 충분할 테지만 그 말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

이 여자는 분명히 특수한 환경에 속해 있다.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ㅡ그것도 이런 괴물 같은 총으로ㅡ지켜야 할 상황일 텐데도, 그런 것 치고는 여유 있는 태도였다.

술잔을 드는 손놀림이나 천천히 술을 맛보는 모습에서도 조급함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쫓기는 인간의 긴장감도, 목숨을 위협 당하는 인간의 초조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뭘 하는 여자인지 더욱 신경이 쓰였다.

군인 같은 분위기도 약간 있었지만 적어도 현역은 아니다.

경찰이나 군 관계자라면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알아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 여자는ㅡ보면 볼수록 알 수가 없었다.

제대로 꾸미면 상당히 멋질 텐데도 그런 달콤한 분위기는 전혀 풍기지 않는다. 평범한 여자의 매력 따위를 바라보았자 소용없다는 의지를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것만이라면 능력 중심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일지 모르지만, 그런 '지기 싫어하는' 여자들에게 항상 따라다니는ㅡ무시무시하게 앞에 나서려는 기세가 없었다. 그저 조용히 주위에 녹아들어 있을 뿐.

여자는 남자의 얼굴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