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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받지 않는 고도의료 전문기관이므로 이 시간에는 이미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경비초소도 비었다.

나는 정문 앞을 지나쳐 주차장까지 달려가, 직원용으로 개방된 작은 게이트를 통해 부지 안으로 들어갔다.

주차장 끄트머리에 자전거를 세우고, 자물쇠도 채우지 않는 채 나는 달렸다. 나트륨등이 어렴풋한 오렌지색 빛을 드리운 한밤의 주차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굵은 눈송이만이 소리 없이 하늘에서 내려와 세계를 하얗게 물들이고 있었다. 거친 호흡과 함께 수증기 덩어리를 내뱉으며 나는 달렸다.

어이없을 정도로 넓은 주차장을 반쯤 가로질러, 키가 크고 색이 짙은 밴과 하얀 세단 사이를 지나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밴 뒤에서 불쑥 나타난 그림자와 나는 정면으로 충돌할 뻔 했다.

"아......"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몸을 피하려던 내 시야를ㅡ.

번뜩이는 , 생생한 금속의 광채가 가로질렀다.

"──?!"

그 직후 내 오른팔, 팔꿈치 조금 아래를 날카롭고 뜨거운 느낌이 스치고 지나갔다. 동시에 하얀 것이 대향으로 흩어졌다.

눈이 아니다. 작은 깃털이다. 내 다운재킷의 단열재였다.

나는 비틀거리며 하얀 세단의 뒷부분에 충돌한 뻔하다 간신히 발을 딛고 버텼다.

아직까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선 시커먼 실루엣을 멍하니 응시했다. 남자다. 검은색에 가까운 정장 차림. 무언가 하얗고 가늘며 긴 것을 오른손에 쥐고 있다. 오렌지색 빛을 받아 둔중하게 빛난다.

나이프, 커다란 서바이벌 나이프였다. 하지만, 왜.

벨이 만들어내는 그늘 속에서, 사내가 얼어붙은 내 얼굴을 응시하는 것을 느꼈다. 그의 입자가 움직이며 거의 속삭이는 듯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이리 늦은 거야. 키리토 군. 내가 감기에 걸리면 어쩌려고."

그 목소리. 톤이 높고 끈적거리는 그 목소리는.

"스...... 스고우......"

멍하니 내가 그 이름을 부른 것과 동시에, 사내가 한 걸음을 내딛었다. 나트륨등이 뿜어내는 빛이 얼굴을 비추었다.

며칠 전에 만났을 때는 꼼꼼이 빗어 넘겼던 머리카락이 요란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뾰족한 턱에는 수염이 덥수룩했으며, 넥타이는 거의 풀어져 목에 걸려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ㅡ메탈프레임 안경 밑에서 나를 쏘아보는 기묘한 눈빛. 기묘하다고 느낀 이유는 금세 알 수 있었다. 가느다란 눈을 흡뜬 채. 어둠 속에서 크게 확대된 왼쪽 동공이 가늘게 떨리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오른쪽 동공은 조그맣게 응축된 채였다. 세계수 위에서 내검이 꿰뚫었던 곳이 바로 그 자리였다.

"너무하는 거 아니야. 키리토 군?"

스고우가 삐걱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직도 통증이 사라지질 않아. 뭐, 이래저래 좋은 약이 있으니 상관은 없지만."

손을 양복 주머니에 집어넣더니, 캡슐을 몇 개 꺼내선 입에 털어 넣는다. 우적우적 소리와 함께 이를 씹으며 스고우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다. 나는 겨우 충격에서 회복되어 메마른 입술을 간신히 움직였다.

"ㅡ스고우, 넌 이제 끝났어. 그렇게 엄청난 범죄행위를 무마할 수 있을까? 얌전히 법의 심판을 받으시지."

"끝나? 뭐가? 아무것도 안 끝났어. 물론 렉토는 이제 써먹을 수 없겠지. 하지만 난 미국으로 갈 거야. 날 원하는 기업은 얼마든지 널렸어. 내게는 실험을 통해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가 있거든. 그걸 이용해 연구를 완성하면 나는 진짜 왕이, 신이ㅡ 이 현실세계의 신이 될 수 있어."

ㅡ미쳤다. 아니, 아마도 아주 옛날부터 이 사내는 머리가 망가졌던 것이리라.

"그 전에 몇 가지 정리해야 할 일이 있지만, 아무튼 널 죽여야겠어, 키리토 군."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중얼중얼 말을 마치더니, 스고우는 성큼성큼 걸어왔다. 오른손의 나이프를 마구잡이로 내 배를 향해 찔러댔다.

"......!!"

간신히 정신을 차린 나는 칼을 피하기 위해 오른발로 아스팔트를 걷어찼다. 하지만 발바닥에 달라붙은 눈 탓인지 크게 미끄러져 균형을 잃고 주차장에 쓰러졌다. 몸 왼쪽을 호되게 부딪쳐 한순간 숨이 막혔다.

스고우는 초점이 맞지 않는 동공으로 날 내려다보았다.

"야, 일어나."

그 직후, 고급 구두의 뾰족한 끄트머리가 둔중한 소리를 내며 내 대퇴부에 꽂혔다. 두 번, 세 번. 뜨거운 아픔이 척추를 타고 머릿속까지 울려 퍼졌다. 그 충격은 오른팔에도 전해져 묵직하고도 강렬한 고통을 자아냈다. 그제야 겨우 재킷만이 아니라 팔도 베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소리도 내지 못했다. 스고우가 쥔 서바이벌 나이프ㅡ날 길이 20센티미터를 넘는, 살상을 위한 도구가 가진 중압감이 나를 얼어붙게 했다.

죽인다ㅡ나를ㅡ저 나이프로ㅡ?

단편적인 사고가 흐르다가 사라졌다. 두꺼운 칼날이 소리도 없이 내 몸을 파고들어, 치명적인ㅡ말 그대로 목숨을 빼앗아가기에 충분한 손상을 입히는 그 순간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상상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른팔의 아픔이 마비되는 듯한 열기로 바뀌었다. 재킷 소매와 장갑 틈에서 검붉은 액체가 몇 방울 떨어졌다. 몸에서 혁액이 한없이 흘러나가는 이미지.HP 게이지로 표시되는 수치가 아니라, 명확한, 현실적인《죽음》

"어서 일어나. 일어나 보라니깐."

스고우는 기계 같은 움직임으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내 다리를 걷어차고 짓밟았다.

"너, 저쪽 세계에서 내게 뭐라고 했더라? 도망치지 말라고? 누구는 겁먹지 않았다고? 결판을 내 겠다고? 뭐가 잘났다고 지껄이고 앉았어."

스고우의 속삭임에, 그 어둠속에서 들었던 것과 똑같은 광기의 빛이 섞이기 시작했다.

"그거 알아? 너처럼 할 줄 아는 거라곤 게임밖에 없는 애송이는, 진짜 힘이라곤 아무것도 없다고. 하나에서 열까지 열등하기 짝이 없는 쓰레기야. 그런데도 나를, 다른 사람도 아닌 이 몸을 방해해......? 그 죄에 대한 벌은 당연히 죽음이지. 죽음 말고 뭐가 있겠어."

억양 없는 목소리로 중얼중얼 주워섬기더니, 스고우는 왼발을 내 배 위에 얹고 질끈 중심을 옮겼다. 그 물리적 압력과 놈의 광기가 뿜어내는 정신적 압박에 숨이 막혔다.

나는 얕고 빠르게 불규칙적인 호흡을 반복하며, 다가오는 수고우의 얼굴을 그저 보고 있을 뿐이었다. 몸을 구부린 스고우는 오른손에 쥔 흉기를 높이 치켜들었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이를 내리친다.

"──큭!"

내 목 안에서 옥죄인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과ㅡ.

둔중한 금속음과 함께 나이프 끝이 내 뺨을 스치고 아스팔트에 파고든 것은 동시였다.

"어라......? 오른쪽 눈이 흐릿해서 조준이 빗나갔구만."

스고우는 중얼중얼 내뱉더니 다시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나이프의 날에 나트륨등 불빛이 미끄러지고, 어둠 속에 오랜지색 라인을 그렸다.

단단한 노면에 꽃혔던 탓인지 끄트머리가 아주 조금 부러졌다. 그 흠집이 보다 현실적인, 물리적인 흉기의 존재감을 나이프에 부여하고 있었다. 폴리곤 무기가 아니라 금속분자가 치밀하게 응축된, 무겁고 차가운 진짜 살상력.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검은 하늘을 춤추는 눈송이, 일그러진 스고우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 덩어리. 나를 향해 날아드는 나이프 칼등에 새겨진 톱날 형태를 번뜩이며 이동하는 오렌지색 반사광.

그러고 보니 저렇게 톱니 같은 게 달린 무기가 있었지......

그게 뭐였더라 맞아, 아인크라드 중층 도시에서 팔던 단검계열 아이템이었어. 분명《소드브레이커》라는 이름이었다. 칼등의 톱날 모양 부분으로 적의 검을 패리하면 무기파괴에 성공할 확률이 약간 더 붙는 것이었다. 재미있을 것 같아 단검스킬을 슬롯에 넣고 한동안 써봤지만, 기본 공격력이 낮아 만족할 만할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지금 스고우의 손에 쥐어진 무기는 그보다도 훨씬 작다. 단검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정도였다. 아니ㅡ무기의 범주에는 없다. 이딴 물건은. 일상작업용 도구다. 검사가 전투에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다.

귓속에서 몇 초 전 스고우의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진짜 힘이라곤 아무것도 없다ㅡ.

그렇다...... 그 말이 맞다. 새삼스레 지적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날 죽이려 하는 너는 뭐지, 스고우? 나이프 기술의 달인인가? 무도에 소양이라도 있나?

나는 스고우의 안경 속, 핏빛으로 물든 가느다란 눈을 바라보았다. 흥분. 광기. 하지만 그 외에도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도망치는 자의 눈이다. 던전에서 몬스터의 대군에 휩싸여 절체절명의 죽음에 빠졌을 때. 그 현실을 차단하기 위해 광분하며 검을 휘드르는 자의 눈빛이다.

이놈도 나와 똑같다. 언제나 힘을 탐닉하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오로지 추악하게 발버등치고 있다.

"...... 죽어, 이 자식아아아아아아!!"

스고우의 절규가 내 의식을 감속도니 세계에서 되돌렸다.

나는 빨려 들어가듯 왼손을 들어, 날아드는 스고우의 왼손 손목을 붙들었다. 동시에 오른손을 뻗어 엄지를 스고우의 풀린 넥타이 틈, 목의 음푹 들어간 곳에 꽂았다.

"커억!!"

일그러진 목소리를 내며 스고우의 몸이 젖혀졌다. 나는 몸을 뒤틀어 두 손으로 스고우의 오른팔을 붙잡고는 놈의 손등을 얼어붙은 아스팔트에 있는 힘껏 비벼댔다. 비명과 동시에 손이 풀리고, 나이프가 땅에 떨어졌다.

피리 소리처럼 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