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쌕거리는 절규를 내지르며 스고우가 나이프에 뛰어들려 했다. 나는 오른발을 구부려 놈의 턱을 운동화 밀창으로 걷어차 버렸다. 그리고 나이프를 집으며 반동을 이용해 일어났다.

"스고우......"

목에서 자신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갈라진 목소리가 새나왔다.

오른손의 장갑 너머로 단단하고 싸늘한 나이프의 존재를 느꼈다. 무기로 삼기에는 빈약하다. 가볍고, 사정거리도 짧다.

"하지만 널 죽이기에는 충분하지."

중얼거리곤 아스팔트에 주저않아 입을 딱 벌린 채 나를 바라보는 스고우에게 맹렬히 뛰어들었다.

왼손으로 머리카락과 함께 머리를 움켜쥐고 밴의 문에 처박았다. 둔중한 소리와 함께 알루미늄 보다가 우그러들고 놈의 안경이 떨어졌다. 스고우가 입을 쩍 벌렸다. 그 목덜미를 노려보며 나는 있는 힘껏 오른손의 나이프를 치켜들고ㅡ.

"끄으......, 으윽......!"

팔을 멈춘 후 이를 악물었다.

"아아악! 히이이이익! 으아아아아악!!"

스고우는 겨우 수십 분 전의 그 세계에서 들었던 것과 완전히 똑같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 사내는 죽어 마땅하다.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지금 이 오른손을 내리치면 이번에야말로 모든 것이 끝난다. 결판이 난다. 완전한 승자와 패자의 결정.

하지만ㅡ.

나는 이미 검사가 아니다. 검의 기술로 모든 것이 결정 나는 그 세계는 이미 먼 과거로 사라진 것이다.

"흐으으으으으......"

갑자기 스고우의 눈알이 휙 뒤집혔다. 비명이 끝어지고, 전기 끊어진 기계처럼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나의 손에서도 힘이 빠졌다. 나이프가 미끄러져 떨어지고, 스고우의 배 위를 굴러갔다.

왼손을 떼고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이젠 1초라도 더 이 사내를 보고 있다간 다시 살의가 끊어오를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는 정말로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스고우의 넥타이를 벗기고 몸을 노면에 굴려놓은 후 두 팔을 뒤로 돌려 묶었다. 나이프는 밴의 지붕 위에 던졌다. 나는 비틀거리는 몸을 채찍질하며 뒤로 돌아서서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리르 끌듯 주차장을 걷기 시작했다.

넓은 계단을 올라 정면 입구 앞에 도달하는 데 5분 정도가 걸렸다. 멈춰 서 크게 심호흡을 하고, 간신히 말을 듣기 시작하는 몸을 내려다보았다.

눈과 흙으로 지저분해진 처참한 몰골이었다. 베인 오른팔과 왼뺨이 시큰거렸지만 이미 피는 멎은 모양이다.

자동문 앞에 섰다. 하지만 열릴 기미가 안 보인다. 유리 너머로 엿보니 메인 로비의 조명이 꺼져 있지만 안쪽의 접수대에는 불빛이 보였다. 좌우를 둘러본다. 왼쪽 안에 조그만 유리문을 발견하고 밀자 이쪽은 다행히 열렸다.

건물 안은 정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넓은 로비에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의자의 대열을 가로질러갔다.

카운터에도 사람은 없었지만 그 안쪽에 인접한 간호 스테이션에서 담소를 나누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와 주길 기도하면서 입을 열였다.

"저어...... 실례합니다!"

내 목소리가 울리고 몇 초 후, 문이 열리더니 연녹색 제복을 입은 여성간호사가 두 명 나타났다. 양쪽에 얼굴에 떠오른 의문부호가 내 모습을 보자마자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ㅡ무슨 일 있었어요?!"

키가 크고 머리를 틀어 올린 젊은 간호사가 소리를 질렀다.

보아하니 내 얼굴에서 흘러나온 피가 생각 이상으로 많았던 모양이다. 나는 입구 방향을 가리켜 말했다.

"주차장에서, 나이프를 든 남자가 절 공격했어요. 하얀 밴 너머에 기절해있어요.

"두 사람의 얼굴에 긴장이 스쳤다. 연배로 보이는 간호사가 카운터 안쪽에 있는 기계를 조작하더니, 가느다란 마이크에 얼굴을 가져갔다.

"경비원, 속히 1층 간호 스테이션으로 와주세요."

순찰 중인 경비원이 달려왔는지 금세 발소리와 함께 남색 제복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간호사의 설명을 듣자 사내도 긴장한 표정이 되었다. 작은 통신기에 대고 무언가를 말하더니 곧장 정문 쪽으로 달려갔다. 젊은 간호사도 그 뒤를 따랐다.

남은 간호사는 내 뺨의 상처를 자세히 바라보며 말했다.

"너, 12층에 있는 유우키 씨 가족이지? 상처는 그게 다니?"

조금 사실에 오해가 있는 것 같았지만, 정정할 기력도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금방 선생님을 모셔올 테니까. 거기서 기다리렴."

말하자마자 잽싸게 뛰어간다.

나는 크게 한 차례 숨을 내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단 부근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확인하고, 카운터 너머로 몸을 내밀어 안쪽에서 방문객용 패스가드를 꺼내들었다. 간호사가 향한 곳과는 반대방향, 몇 번이나 방문했다 입원동 통로를 향해 떨리는 발을 채찍질하며 뛰었다.

엘리베이터는 1층에 세워져 있었다. 버튼을 누르자 낮은 차임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쪽 벽에 몸을 기대도 최상층 버튼을 눌렀다. 병원이라 가속은 완만하지만 그 얼아 안 되는 부담에도 무릎이 꺾일 것 같았다. 필사적으로 몸을 지탱했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긴 몇 초가 지난 후, 엘리베이터가 정지하고 문이 열렸다. 반쯤 기다시피 통로로 굴러 나왔다.

아스나의 병실까지 겨우 수십 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가 무한히 느껴졌다. 쓰러질 듯한 몸을 벽의 난간으로 지탱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L자 모양으로 통로를 왼쪽으로 꺾자ㅡ정면에 하얀 문이 보였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

그때도ㅡ.

저녁놀에 물든 가상세계의 종막으로부터, 현실세계에 귀환해. 이곳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눈을 뜬 그날도, 나는 쇠약해진 다리를 채찍질하며 걸었다. 아스나를 찾아서, 그저 걸었다. 그 길은 이곳으로 이어져 것이다.

드디어, 만날 수 있다. 그 순간이 있다.

남은 거리가 줄어듦과 동시에 내 가슴에 가득 찬 온갖 감정이 무서운 기세로 드높아져 갔다. 호흡히 빨라진다. 시야가 하얗게 물든다. 하지만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다. 걷는다. 하염없이, 다리를 앞으로 뻗는다.

문 바로 앞까지 도달한 것 도깨닫지 못해 충돌한 뻔했으나, 간신히 다리를 멈추었다.

이 너머에 아스나가ㅡ. 이젠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떨리는 오른손을 들자 땀 때문인지 카드가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주워들고, 이번엔 제대로 메탈 플레이트 슬릿에 꽂았다. 한순간 숨을 멈추고, 단숨에 미끄러뜨린다.

인디케이터의 색이 바뀌고 모터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화악, 꽃향기가 흘러나왔다.

실내의 조명은 꺼져 있다. 창문에서 밀려드는 눈의 반사광이 어렴풋하게 흰색을 띠고 있었다.

병실은 한가운데가 커다란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그 너머에 젤 베드가 있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이 이상은 나아갈 수 있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문득 귓가에서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ㅡ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살짝 어깨를 밀어주는 손의 감촉.

유이? 스구하? 세 개의 세계에서 나를 구해주었던 누군가의 목소리. 나는 오른발을 앞으로 움직였다. 또 한 걸음. 다시 한걸음.

커튼 앞에 섰다. 손을 뻗어. 끄트머리를 잡는다.

당긴다.

초원을 오가는 바람처럼 어렴풋한 소리를 내며, 하얀 베일이 흔들리고, 흘러갔다.

"......아아."

내 목에서 짧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순백의 드레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