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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질질 끌 듯 신고 있는 샌들의 굽이 아스팔트에 부딪쳐 소리를 냈다.

딸각, 딸각.

코헤이는 평소에는 성큼성큼 빠르게 걷는데 오늘은 그녀의 샌들 리듬에 맞추어 천천히 걸었다.

뺨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은 아마도 석양 때문일 것이다.

그럴 것이다.

딸각.

-이런 식으로 시작해서 끝나고 끝나서 시작되었다.

그 사실을 아직 그는 몰랐다.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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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 데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괜한 꾀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코헤이는 오늘 학원 수업을 빼먹었다.

워낙 유명한 학원이었기 때문에 교실이 몇 개나 되고 넓은데다 학생들도 일일이 파악하지 못할 만큼 그 수가 많았다.

모두 진학교를 노리는 수험생들.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의 빈 시간. 대부분의 학생들은 예복습을 하거나 학교 숙제를 하곤 했다. 코헤이도 마찬가지로 항상 숙제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나지 않았다.

평소처럼 참고서와 공책을 펼쳐놓고 아무리 노려보아도...

빙글빙글, 빙글빙글.

형광펜으로 그어놓은 및줄이 또아리를 틀고 덮쳐왔다.

물론 착각이지만.

아-아.

중학교 3학년. 수험생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벌써부터 숨이 가빠지는 것 같았다.

샤프펜슬의 심을 괜히,

짤깍짤깍, 짤깍짤깍.

나온 심의 끝 부분을 엄지손톱으로 부러뜨려 날렸다.

똑!

코헤이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두 번째 앞줄에 앉아 수학 문장 문제에 무섭게 파고드는 중이던 천연 파마 군의 머리에 샤프심이 피융 날아가 빨려들어갔다.

천연 파마 군은 깨닫지 못했다.

짤깍짤깍, 짤깍짤깍, 똑!

이번에도 깨닫지 못했다.

짤깍짤깍, 짤깍짤깍, 똑!

짤깍짤깍, 짤깍짤깍, 똑!

짤깍짤깍, 짤깍짤깍, 똑!

짤깍짤깍, 짤깍짤깍, 똑!

짤깍짤깍, 짤깍-.

아, 알아챘다.

천연 파마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코헤이가 날린 사실까지는 깨닫지 못했는지 다시 공책에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자기 머리를 찰싹찰싹 때렸다.

풍성한 곱슬머리가 춤을 추듯 튀어올랐다.

더 이상 계속하기도 뭐해서 코헤이는 샤프펜슬을 팽개치고는 교과서와 공책에 뚜껑을 덮듯이 엎드렸다.

오늘도 그녀는 집에 와 있을까?

매일은 오지 않으려나?

꽃가게에서 일한다고 하고.

꽃가게는 바쁠까?

뭐, 그런대로 바쁘겠지.

아니면 매일 올 테고.

꽃가게도 힘들겠다.

겨울엔 추울 것 같고.

아니, 그나저나 꽃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이 왜 과일을 사 오는 걸까...?

아...

심심해...

시간이 남아돌진 않지만...

아니, 그보다 지금은 영어 시간인데 어째서 천연 파마 녀석은 수학을 하고 있는 걸까-?

아아아아~~.

“휴유...”

그런 이유로-.

땡땡이를 쳐보았다.

교실에서 나와 계단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어느 교실이든 벌써 수업이 시작된 시간이라서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학원 계단을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