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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길었는걸."

"맥스가 본명이 아냐?"

아무리 잘 봐줘도 긴 이름은 아니었으므로 저도 모르게 반문하자 재스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의 본명은 맥스웰 오거스터스 노먼 윌버 조지프 러셀 쿠어. 아무도 한 번에는 못 외워. 아버지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의 부모님은 물론이고 살아 계시던 양 집안의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이름을 지어줬다더군. 그 자체에는 매우 감사하고 모두가 소중한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자기 혼자만 감사하면 된다는 게 아버지 말이었어. 다른 사람들하고 만날 때의 이름은 자기가 누구인지 상대가 알아볼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면서. 사실 아버지는 계속 맥스라는 애칭으로 불렸지. 내 자식도 이만큼 이름을 붙여주면 하나 정도는 마음에 드는 이름이 있을 테고. 너무 긴 이름이라 불편하다고 생각하면 알아서 댄 쿠어 정도로 줄일 거야."

자식에 대해 애정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분간이 안 되는 얘기였다. 게다가 '맥스웰'은 할아버지 이름은 그대로 따다 붙인 셈이 된다.

"그렇게 이름을 길기 붙여주려면 나한테도 하나 정도는 남겨줬으면 좋았을 텐데."

켈리가 말하자 재스민은 이상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남겨두다니?"

"이름 하나 정도는 지어줬어도 좋았을 거라는 소리야."

그러자 재스민의 눈이 동그래졌다. 의외라는 듯이 반문했다.

"이름, 붙이고 싶었어?"

"그야, 뭐...... 보통은 나한테도 반 정도 권리가 있는 거 아냐?"

"아니, 그건 그렇지만...... 잊은 건 아니겠지? 우리들은 1년 동안만 부부라는 거."

"그러니까. 어차피 그 애가 철도 들기 전에 헤어져야 하잖아. 그렇다면 아버지로서 이름 정도는 지어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그렇게 이상해?"

재스민은 이번에야말로 깜짝 놀란 듯했다. 입을 쩍 벌리고 켈리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실로 어울리지 않는 태도로 굉장히 주저하며 말을 걸었다.

"저기, 해적......"

"응?"

처음으로 재스민의 이런 표정을 보게 되었다.

과장스럽게 말하자면 인생의 기로에 선 사람이라고 할까. 어려운 문제의 답을 도저히 알 수 없어서 낙담하는 사람이라고 할까. 너무나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덤으로 긴장까지 하고 있었다.

굉장히 신중하게 주저하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너, 혹시... 아이가 태어나서 기쁜 거야? 기뻐하는 거야?"

"......"

켈리는 무신론자지만 혹시 신이 존재한다면 절실하게 묻고 싶은 기분이었다.

대체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란 말입니까?

10초 이상 머리를 싸쥐다가 켈리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그거, 기쁘다고 하지 않으면 따귀라도 맞을 소리 아냐?"

아무래도 비난하는 말투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켈리의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깨달은 재스민은 보기 드물게 시선을 피하며 불편한 듯이 말했다.

"네가 그런 것에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아이를 원했던 건 나 혼자만의 사정이지, 넌 내 계획대로 휘둘렸을 뿐이니까 신경 안 써도 괜찮아."

"진짜 남의 말을 안 듣네. 그야 우리들 경우에는 상황이 상황이니까 펄쩍 뛰어오를 정도로 기쁘냐고 물으면 좀 대답하기 곤란하지만, 부모가 이런 인간인 거야 아이 책임이 아니지. 부모의 사정 따위 애한테 무슨 상관이겠어. 게다가 그 아이가 내 자식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모처럼 태어나줬으니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라지. 적어도 태어나지 않는 편이 좋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

재스민은 뭔가 말하려다 어깨를 으쓱하며 팔을 벌렸다.

"난 널 잘 모르겠어."

"나도 당신을 잘 모르겠어."

"난 사실은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했어. 올라탄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니야."

재스민은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난 널 함정에 걸어서 억지로 결혼에 동의하게 만들었어. 1년 동안이라고는 해도 널 배에서 끌어내려서 원치도 않는 역할을 강요했지. 물론 나한테 필요한 일이었으니 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거나 변명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내가 똑같은 일을 당했다면 절대로 용서 못해. 그러니 네가 나에게 좋은 감정을 품을 리가 없잖아."

이상 증명 끝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이 당당하게 고개를 들다가 갑자기 얼굴이 흐려졌다.

"그.래.서. 모르겠어. 이런 상황에 놓인 남자치고는, 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싹싹해. 나 때문에 화나지 않아?"

진심으로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켈리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언제나 생각하는 바지만 이 여자의 사고 방식은 상당히 특이해서 재미있었다.

"나도 물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