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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서 해주지 않겠어? 이 이상 닭살 돋는 말을 듣다가는 내 가련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고. 지금도 온몸에 소름이 돋고 현기증이 나서 쓰러질 것 같은데."

진심에서 우러나온 절실한 부탁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은 듯했다.

알렉산더의 분노의 창 끝은 켈리를 향해 날아왔다.

"당신은 자기 부인에게 이렇게 위험한 짓을 시켜놓고도 괜찮은 겁니까?"

"설마. 가능하면 그만둬주길 바라고 있어. 다른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특히 저 기체에 타는 것만은."

"그렇고 말고요. 그 기체라면 폐쇄상태의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다, 그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가 조종하면 될 것 아닙니까. 굳이 재스민이 조종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가 막혔다. 저도 모르게 눈을 껌벅였지만 알렉산더의 말은 진심인 모양이다.

"당신, 퀸 비가 어떤 물건인지 몰라?"

"재스민 전용 소형 우주선 아닙니까?"

"그냥 우주선이 아니야. 감응두뇌도 없고 물론 자동회피장치도 없어. 대물질, 대에너지 방어도 없고 자동착륙유도장치도 없고. 그 대신 최고속도는 1.72VL, 탐지능력은 최신형 탐사선의 세 배 이상, 무기로 보자면 연방의 신형 구축함하고도 맞짱 뜰 수 있을 만한 괴물이지. 엄청나게 구식이면서 동시에 최첨단 기술의 정수이기도 해. 현행 우주선들과는 규격도 완전히 다르지만 완벽하게 전투기야. 이 여왕말고는 아무도 그런 것 조종 못해."

이번엔 알렉산더 쪽이 눈을 껌벅였다.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농담은 그만 해주시죠. 그런, 전투기라니. 재스민이 조종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켈리는 다시금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당신 정말 모르는 건가? 이 여자가 군대에 있었던 것도, 전투기도 기갑병도 능숙하게 조종해내는 무기와 격투의 달인이라는 사실도?"

"무슨 소리입니까? 재스민은 군대 같은 데에 들어갔던 적이 없는데요."

"열다섯 살부터 12년간 몸담고 있었는데."

알렉산더는 켈리가 제정신인가 의심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실례지만 미스터 쿠어, 당신이야말로 뭔가 잘못 알고 있습니다. 그 시기라면 재스민은 엑셀시오르 학원에 있었으니까요."

공화우주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명문가의 따님들이 다니는 학교의 이름이다.

이번엔 켈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그건 내가 모르는 딴 재스민이야. 여기 있는 건 비골라스를 허리에 차고 성인 남자를 맨손으로 패서 기절시키는, 전 연방군 소속의 쿠어 대위니까."

알렉산더는 반론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재스민이 한번 숨을 토하고 말을 걸었다.

"알렉, 넌 지금까지 그렇게 믿고 있었군.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실 대까지 계속 양갓집 아가씨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고?"

"응. 하지만..., 사실이잖아?"

"네 아버지가 그렇게 말했어?"

"그래. 당신은 계속 엑셀시오르에서 신부 수업을 받고 있다고. 아니었어?"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자신이 없는 말투였다.

재스민은 계속 웃음을 참고 있었다.

"과연. 이제야 알겠어. 그러니 부자가 세트로 사람을 양갓집 규수 취급하고 있던 게로군."

"웃지만 말고 제대로 설명해주는 게 어때? 설마 당신이 두 사람 있는 건 아닐 테고."

"아니, 두 사람 있었어. 경력상으로는. 난 당신이 아는 대로 센트럴에서 군에 입대했어.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지. 죽기 전에 날 불러와서 중역들에게 처음으로 소개했을 때에도, 확실히 계속 엑셀시오르에서 공부하고 있던 딸 재스민이라고 소개했어. 아버지 성격을 생각하면 정말로 재스민 쿠어가 엑셀시오르에 재학하고 있던 걸로 꾸며놨겠지."

"거 농담이 심한 걸. 어차피 가짜 경력인데 뭐 하러 그렇게 거창한 설정을 한 거야?"

"글쎄. 아버지도 상당히 장난치기 좋아하는 성격이니까. 중역들을 놀려줄 생각이었던 게 아닐까? 하지만 설마 진짜라고 생각할 줄은 몰랐어. 그 뒤에 바로 저 60주년 파티가 있었고 나를 본 상급 장교들이 퍽퍽 기절하면서 쓰러졌잖아. 그때 당연히 진짜 정체도 들통났을 거라고 생각했지."

"하워드는 알고 있었어."

"그런데도 제퍼슨은 아직까지 몰랐다는 건가. 정말 재미있어. 일곱 명의 중역들 전원이 굳게 뭉쳐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야. 네 말이 그대로 증명되었는 걸."

남편을 향해 활짝 웃고서, 재스민은 알렉산더를 돌아보았다.

"훌륭해, 알렉. 그래서 여기까지 와준 거로군. 정말 고마워."

"재스민! 그런 법이 어디 있어!"

"네 아버지에게는 동료들에게 따돌림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주도록 해. 혹시 그밖에도 내가 얌전한 아가씨라고 착각하고 있는 중역이 있어?"

"있어. 웨인즈버그 씨도 그렇다고."

"호오? 그거 고마운 걸. 나로서는 네 아버지도 내 편이 되어줬으면 좋겠는데. 가능하면 너도. 얌전한 아가씨가 아니라 다른 남자하고 결혼한, 50킬로그램 군장을 메고 열대 우림을 헤치면서 독사나 산초어도 태연하게 먹어대는 나라도 괜찮다면."

"그 얘기는 그만 해!"

진저가 소리 지르고서 한숨을 쉬었다.

"알렉, 당신은 언제나 설명이 부족하다고요. 나도 이제야 알겠네요. 알렉은 절대로 머리가 나쁜 사람이 아닌데 어째서 젬을 연약한 여성처럼 다루고 있었는지. 하지만 알렉, 내가 보기에는 당신이야말로 좀 이상해요. 저 모습이 정말 양갓집 규수로 보여요?"

연민에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자 불쌍한 알렉산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켈리도 씁쓸하게 재스민에게 말했다.

"대체 얼마나 우아하게 행동하고 있으면 이렇게까지 엄청난 오해를 하는 건데? 이건 완전히 사기잖아."

"난 억지로 양갓집 규수답게 행동한 적은 한번도 없어. 물론 남들 앞에서야 조금 정중한 말씨를 쓰긴 했지만 중역들 앞에서는 언제나 이랬는데. 하지만 그게 제퍼슨에게는 아무것도 못하는 계집애 주제에 지기 싫어서 강한 척하는 걸로 보였나봐."

정말로 썰렁한 얘기다.

켈리도 진저도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소름이 돋는 것을 참고 있었지만, 재스민은 즐거운 듯이 소리내어 웃고 있었다.

"알렉, 혹시나 싶어서 물어보는데, 넌 어떤 식으로 보고 있었지?"

"잠시..., 잠시만 기다려줘."

알렉산더는 아직도 혼란에 빠져 있었지만, 담갈색 머리를 필사적으로 흔들고 등을 쭉 펴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엑셀시오르 졸업생이든 전직 군인이든 그런 건 상관없어. 난 널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양갓집 규수답지 않다고 생각하던 건 사실이지만, 뚜렷하게 자기 의지를 가지고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끌렸던 거야. 실제로 당신은 그런 사람이잖아."

"너도 변함 없이 기쁜 말을 해주는 걸. 그럼 또 하나, 난 '버밀리온'을 발견할 만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 그건 이해하겠어? 구식인 아이아스의 화물선에게만 맡겨두는 건 굉장히 효율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

"난 '버밀리온'에 휴고가 타고 있으니까 가는 게 아니야. 나밖에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가려는 거야."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저항할 수 없는 기백이 담겨 있었다.

할 말을 잃은 알렉산더 대신 켈리가 말했다.

"확실히 그건 당신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요즘 파일럿들은 감응두뇌가 없는 완전계기비행 따위 아무도 안 배우니까. 그것까지 충분히 알고서 하는 말이야. 이번만은 포기해줘. 의무장도 절규하더군. 임신을 가볍게 보는 데에도 정도가 있다고."

임신이라는 두 글자가 알렉산더에게 어떤 충격을 주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재스민은 정면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켈리의 시선에도 물러서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버밀리온'에는 300명이 넘는 사원들이 타고 있어. 그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는 가족이 있지. 만일의 사태가 벌어져도 그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게 내 역할이야. 하지만......"

재스민은 날카로운 투지로 가득 찬 눈을 하며 켈리를 노려보았다.

"내가 그렇게 말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