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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뒤에 도착했다.

성계간 통신단말기른 직원들의 오락시설 사이에 설치되어 있고 하나하나가 간단한 부스 식으로 나뉘어 있었다.

정보관리장은 편지를 받고는 어째서인지 그 자리에서 읽지 않고 통상단말기용으로 기록을 전환한 뒤, 자기 방의 단말기로 전송했다. 자료를 읽고 있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답장은 연방도서관에서 온 것으로, 정보관리장이 요청한 검색의 결과였다.

도서관이라면 이 '쿠어 킹덤'에도 있다. 장서도 정보량도 상당히 대규모이다. 물론 공화우주 최대급을 자랑하는 연방도서관에는 비할 수 없겠지만 '쿠어 킹덤'의 현재 위치에서 연방도서관까지의 거리를 고려하면, 겨우 두 시간 만에 해당 항목이 돌아올 정도의 검색이라면 선내의 도서관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도 굳이 통신규제가 풀리는 것을 기다렸다가 연방도서관에 문의한 것은 검색 항목을 선내의 살마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선내 도서관을 사용하면 누가 무엇을 빌리고 무엇을 조사했는지가 모두 기록에 남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강한 정보관리장이 이렇게까지 신중해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실제로 그는 마치 나쁜 짓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주위의 눈치를 보면서, 남의 눈을 피해서 자기 방에 틀어박혔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몸이 좋지 않으니 조금 쉬겠다고 해두었다.

방에 돌아온 정보관리장은 즉시 단말기에 매달려 아까 도착한 통신문을 열었다.

연방도서관에 문의한 검색 항목은 '위노아 특수군 및 위노아의 대학살에 대해'였다.

[위노아. 행성. 항성. 태양계. 국가. 926년 연방 가입. 그 이전에는 일종의 전제정치국가. 가입 시 유일한 거주가능행성 위노아의 자오선을 중심으로 두 개의 국가가 존재했고, 이 양다는 40년에 걸친 내전을 계속하고 있었지만 연방 가입을 계기로 통합.]

좌표도 기재되어 있었다. 상당히 변경에 위치한 나라였다.

내전에 이르게 된 경위는 의회 간의 대립이었다.

본래 이 나라는 태양계 내에 유익한 자원이 있어 경제적으로 풍요로웠고, 변경국가에는 흔한 일이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일부 특권계급이 정치와 경제를 독점하고 있었다.

국민의 출국이 규제되는 것은 물론이고 입국심사도 비상히 엄격했다. 본래 변경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몇몇 제한된 국가들과만 무역을 하며 그 이외의 나라와는 교류를 거부하는, 일종의 쇄국 상태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렇게 폐쇄된 사회였으니 이 의회 간의 대립이라는 것도 그리 심각한 문제였다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어느 평론가의 말을 빌자면 '유치한 형제싸움'이나 다름없었다.

사상이나 정책의 결정적인 차이 같은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서로 오기를 부리다가 '너 같은 녀석하고는 같이 안 놀아'가 되어버렸다는 말이다.

이후 두 개로 갈라진 국가는 제각각 동 위노아, 서 위노아로 불리게 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자신들이 사는 행성을 둘로 나눠서 제각각 자기들이야말로 진짜 위노아 정부라고 주장했으니, 당시의 의회도 상당히 대담한 짓을 한 셈이었다.

별을 세로로 이등분하는 선을 긋고 반쪽이 동쪽, 나머지 반이 서쪽이었다. 일반 시민은 물론 다른 쪽으로 자유롭게 오갈 수 없었다.

동 위노아도 서 위노아도, 공화우주연방헌장에 명기된 국민의 권리 따위는 인정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큰 문제는 없었다.

거기까지 간 이상 말다툼으로만 끝날 리가 없다. 양쪽은 서로를 무력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작은 행성에서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졌다가는 그야말로 큰일이다. 어느 쪽이 진짜 정보인가 하는 오기 따위도 부릴 수 없게 된다. 행성 그 자체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다.

그래서 동서의 수뇌부 사이에, 내전에 관한 협정이 상세하게 맺어졌다.

우선 위노아 태양계 내에 일정한 전투구역을 설정하고 그 이외의 유역에서 함대전을 벌이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한편 행성 위노아 내에서는 자오선을 사이에 두고 동서 200킬로미터 지역을 지상전 전투구역으로 정하고 일반 구역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여기에서는 비행기도 장거리 미사일도 사용 금지하는ㅡ엄청나게 고풍스러운 전투가 벌어졌다. 말 그대로 병사와 병사가 육체로 직접 부딪치며 서로를 죽이는, 무참한 백병전이 행해진 것이다.

이런 협정이 40년이나 유지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한 얘기였다.

이 양자는 국가로서의 주의도, 이념이나 신조도 없었다고 다른 평론가가 논했다. 그들이 행하고 있는 것은 '인간을 사용한 최저, 최악의 체스에 지나지 않는다' 라고.

[ㅡ동서 위노아는 제각각 두 개의 군대를 소유하고 있었다.

하나는 국내의 치안을 맡는 위노아 자위군, 또 하나가 자국의 정당함을 증명하기 위해 가.짜. 위노아와 싸우는 특수군이다.

사실 이쪽 군대가 자위군이라는 이름을 지니는 편이 더 적당할 듯하지만 자위군이 이른바 엘리트인 데 비해 특수군은 쓰고 버리는 군대이며, 실험 재료이기도 했다.

위노아 정부는(주:동서 양쪽 모두) 병력 부족의 해소 및 우수한 병사의 확보를 위한 목적에서 일정 연령에 달한 국민에게 거의 예외 없이 난자와 정자를 제공하도록 하고 이를 배합한 뒤 유전자를 조작하여 병사가 될 인간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이런 행위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내전이 발발한 지 20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특수군 병사는 모두 시험관에서 태어난 인간으로 채워졌다. 게다가 전쟁터에서 죽을 숫자까지 고려하여 막대한 숫자의 병사가 만들어졌다. 이 때에는 동서 양군을 합쳐 연간 1만 5천 명 정도가 '생산' 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초기의 실험체가 성장한 뒤, 이번에는 그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더육 유전자를 개량한 병사가 만들어졌다. 유전적 특질이 변경되었기 때문에 부모라고 부를 수 있는 개체도 없는(유전자 조작 단계에서 재료가 된 난자나 정자에 없는 유전적 특징을 끼워 넣기 때문에 탄생한 아기의 부모를 알아내기란 유전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시설에서 태어나 자라고 무기 사용과 싸우는 방법을 철저하게 훈련받은 뒤 전쟁터로 보내져 죽어가는 사람들이 위노아에는 다수 존재했다는 말이다.

게다가 양쪽 위노아 정부에서는 이 내전을 일종의 오락으로 취급하기까지 했다.

태양계 내에는 다양한 각도에서 전투구역을 관찰할 수 있는 중계위성이 설치되고 지상의 사람들은 전황을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또한 지상에서 비행기기의 사용을 금지한 것은 비전투 구역으로 전화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 이외에 상공에서 격렬한 전투를 관찰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쪽의 무참한 '살인 쇼'는 특권계급에만 한정 공개되었고(함대전은 멀리에서 빛나는 불꽃 정도로 끝나지만 이쪽은 병사들의 육탄전으로 생생한 총격전이나 시체의 모습이 극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중계는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뒤에 이 사실에 대해 연방이 추궁하자 위노아 정부는 전황을 상세하게 알기 위해 필요했으며 승패를 결정하는 자료였다고 애써 변명했지만, 말 그대로 산 사람을 이용한 체스나 다름없었다.

동서 특수군 병사들은 국민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위노아에서도 더욱 비참한, 최하층 취급에 만족하고 살아가야 했다.

대학살이 실행된 당시, 동서 양 진영에는 약 10만 명 정도의 특수군 병사가 있었다고 추측되나 이는 곧 '생산'된 사람들 중 1/3밖에 살아남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필사적으로 문장을 읽어내려가는 멜빈 클라크 정보관리장의 온몸은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화면을 넘기는 손이 떨린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ㅡ표준력 925년, 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