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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고 몸의 힘을 빼면서 켈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여자는 좋겠어...... 남자가 여자한테 똑같은 짓을 하면 엄청난 소동이 날 텐데."

그러자 켈리 위에 올아타고 있던 재스민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걸 가지고 부러워하는 것도 좀 그렇기는 하지만,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는 알겠어. 틀림없이 따귀를 맞고 영영 끝이겠지."

"그렇지?"

거대한 부부가 사이좋게 소파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 이자드가 돌아왔다.

과연 집사의 귀감이라 할까. 주인 부부가 '손을 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눈으로 보고서도 당황하지 않고 묵묵히 술을 준비했다.

그러나 재스민은 그런 집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늦은 시간에 미안."

"아닙니다. 모쪼록, 계속하십시오."

충실한 집사는 정중하게 말을 남기고 물러났지만 계속 하란다고 할 만한 일도 아니었다.

재스민은 켈리에게서 몸을 떼고 일어났다.

이자드가 가져온 것은 술만이 아니었다.

술잔과 얼음이 준비된 테이블 발치에 그 은색 상자가 놓여 있었다. 재스민이 자기 방에 보관하고 있다가 가져와달라고 아까 부탁했던 것이다.

"이거 네 거지? 콜트 함장이 여기까지 가지고 왔어."

손잡이를 잡고 상자를 내말자 켈리는 활짝 웃으며 받아들었다.

"이야, 다행이다. 무사했군."

"굉장히 중요한 물건인가보지?"

"뭐야. 안은 안 본 거야?"

악당에게 납치된 남편의, 이를테면 최후의 유품인 셈이다.

켈리는 당연히 조사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재스민은 얼굴을 찌푸렸다.

"해적. 난 남의 물건에 멋대로 손대는 걸 싫어해. 남편 물건이라해도. 폭발물 유무만은 조사했지만."

"그럼 더 잘됐어. 당신한테 주려던 거니까."

"나한테?"

"응. 아이가 태어났으니 축하 선물로. 그러고 보니 아이는 어떻게 됐지?"

재스민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허리에 양손을 대며 가슴을 쭉 폈다.

"이 몸을 봐도 모르겠어? 이미 옛날에 태어났어."

"그건 알아. 남자이라는 것도 뉴스에서 봤지. 이름은 뭐라고 붙였어?"

처음부터 이름은 이미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태도였다. 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켈리 나름대로의 결백한 성품 때문이었다. 종마에게 명명권 따위는 없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재스민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다니엘이야."

"호오?"

의외로 평범한 이름이다 싶었지만 이유가 있다고 했다.

"내가 태어날 때ㅡ 우리 부모님은 조금 특이한 사람들이라서,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남자용 이름하고 여자용 이름을 미리 준비해뒀어. 아버지는 내가 남자였으면 다니엘이라고 붙일 생각이었대."

"헤에?"

그 이름을 그대로 자기 아이한테 붙여준다는 것도 상당히 특이했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머니한테 불공평하니까, 어머니가 지은 이름도 붙였어. 조너스지."

그럼 다니엘 조너스 쿠어?"

"아니, 그 뒤에 맥스월에 들어가. 그러니까 정식으로는 다니엘 조너스 맥스웰 쿠어지."

켈리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나쁜 이름은 아니지만 자기 이름이 길다고 애까지 그리 길게 붙일 건 없잖아?"

"아버지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