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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전설이 된다.

그 저주 받은 데스 게임《소드 아트 온라인》이 낳은 사망자의 수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 해도, 그것은 단순한 광인이 전자레인지로 유저들의 뇌를 구워버린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사총》의 힘은 그런 저차원적인 것이 아니다. 가상세계에서 쏜 총탄이 현실의 심장을 멈춘다. 그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은《그》와 그의 반신 이외에는 없다. 《사총》이야말로 최강자. SAO를 클리어했다는 소문이 도는《검은 검사》따위 문제도 되지 않는다. 모든 VRMMORPG를 통틀어 진정한 톱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날이 곧 찾아온다.

절대적인 힘──전설의 마왕──최강──최강──최강──......

《그》는 언제부터인가 오른손에 쥔 마우스를 짓이겨져라 움켜쥐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숨을 헐떡이며 어깨의 힘을 뺐다.

그렇게 될 날이 매우 기다려졌다. 그 전설만 손에 넣는다면 이런 하찮은 세계에는 이제 볼일이 없다.《그》를 성가시게 하는 우둔한 자들과도 영원히 작별할 것이다.

브라우저 위에 열린 탭 윈도우를 모두 닫은 후,《그》는 새로운 오프라인용 HTML 파일을 하나 불러냈다.

세로로 일곱 장의 얼굴 사진──GGO 내에서 촬영한 스크린샷을 잘라낸 화상이 배치되었으며, 각각 오른손에 이름과 무장 등의 정보가 나열되어 있었다. 가장 위의《젝시드》와 그 아래의《싱거운명란젓》의 사진은 색이 어두웠으며, 위에 핏빛 X

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은《사총》이 플레이어 리스트, 바꿔 말하자면 그 총의 탄창에 장전된《죽음의 탄환》과 같은 숫자였다. 일곱 명 모두 GGO에서 이름이 알려진 강력한 플레이어였다.

《그》는 천천히 파일을 스크롤해 가장 아래에 있는 사진을 한 가운데에 놓았다. 그들 중 유일한 여성 플레이어였다.

오른쪽에서 비스듬한 앵글로 찍은 스크린샷. 엷은 푸른색 쇼트 커트 머리에 얼굴 양쪽으로 묶어 놓은 머리카락 다발이 살짝 옆으로 움직여 뺨의 곡선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칭칭 감은 모래색 머플러 때문에 입가가 보이지 않는 것이 유감이지만, 어딘가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전남색 눈동자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빛을 발하고 있었다.

오른쪽에 표시된 이름은《시논》. 주무장은 안티 메터리얼 스나이퍼 라이플인《울티마 라티오 헤카테 Ⅱ》.

《그》는 몇 번이나 게임 안에서 직접 그녀를 본 적이 있다. 글록켄 상점가에서 쇼핑을 하는 모습. 공원 벤치에 앉아 노점에서 파는 핫도그를 먹는 모습. 그리고 전장에서 거대한 라이플을 짊어지고 질주하는 모습──. 그 모든 것이 소유욕을 자극 하는 요염한 매력으로 가득했다. 그녀가 미소를 보이는 일은 거의 없었으며 눈동자에는 항상 모종의 근심이 어려 있었지만, 그것 또한《그》가 끌리는 요소였다.

이 시논이라는 이름의 소녀를《사총》의 타깃으로 삼는것에《그》는 적잖은 망설임을 품었다. 만약 그녀가 게임 안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몸도 마음도《그》의 것이 되어준다면──.

그러나《그》의 반신인 《사총》의 한쪽 팔은 그녀의 죽음을 바랄 것이다. GGO의 시논은 냉혹한 저격수이며 명계의 여신으로 모르는 자가 없을 만큼 유명한 플레이어였다. 《사총》전설에 바칠 꽃으로 그녀만큼 어울리는 존재는 없다.

《그》는 오른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시논의 사진을 살짝 쓰다듬었다.

매끈매끈한 광택 패널의 감촉 속에《그》는 분명히 살아 있는 소녀의 보드라움과 따뜻함을 느꼈다.

【6】

깜빡이를 켜고 차제를 기울이며 커다란 문을 지났다.

그 순간 가로수 거리 양쪽을 지나던 사람들의 비난 어린 시선이 집중되는 것 같아 나는 황급히 바이크의 스피드를 낮추었다.

에길의 연줄을 이용해 입수한 태국제 고물 125cc 2스트로크 바이크는 전동 스쿠터가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요즘 시대에선 절망적인 만큼 큰 소음을 내는 바람에, 스구하는 뒤에 탈때마다 "시끄러워. 냄새 나. 승차감이 나빠." 라고 불만을 폭발시킨다. 그때마다 이 사운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바람이 될수 없다며 얼버무리기는 하지만, 나도 내심으로는 하다못해 규제 후에 나온 4스트로크 스쿠터로 해둘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참이다.

특히 달리는 장소가 이처럼 병원 부지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당나귀가 끄는 짐마차 같은 속도로 터널터널 가로수 길을 나아가자, 전방에 주차장 입구가 보였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입구를 지나 바이크 주차장 구석에 세워두었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진짜 열쇠식 시동장치를 뽑고 헬멧을 벗자, 12월의 한풍에 실린 어렴풋한 소독약 냄새가 느껴졌다.

키쿠오카와 고급 케이크 회담을 나눈 지 일주일이 지난 토요일.

건 게일 온라인에 로그인할 장소가 마련되었다는 메일을 받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 것인데, 지정받은 장소는 무슨 영문인지 치요다 구에 있는 큰 도립 병원이었다. 원래 도쿄 시내에 올 일은 별로 없지만 해매지는 않았다. 왜냐면 이 병원에 함께 마련된 재활치료 센터는 SAO에서 해방된 내가 근력 회복을 위해 입원했던 바로 그 장소였기 때문이다.

한 달 가까이 치러진 재활치료 후 퇴원하고 나서도 검사니 뭐니 여러 가지를 위해 몇 번이나 다닌 적이 있다. 최근 반년정도는 온 적이 없었지만, 이렇게 눈에 익은 하얀 건물을 올려다보니 그리움인지 불안함인지 모를 기묘한 감회가 느껴졌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어 감상을 떨쳐내고는 로비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엿새 전 일요일, 이 병원에서도 별로 떨어지지 않은 황거의 산책로에서 아스나에게 이번 일은 설명했을 때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뇌리에 떠올랐다.

『......뭐, 뭐어어?! 키......키리토 군, ALO 접으려고......?!』

놀란 표정을 짓는 아스나의 눈가가 젖어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당황한 나는 거세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아니야, 아니야! 딱 며칠 만이야. 금방 다시 컨버트할 거라구! 사, 사실은...... 조금 사정이 있어서, 다른 VRMMORPG를 살펴보러 가야 하게 됐거든......』

내 보충설명에 아스나는 겨우 어께에서 힘을 빼며, 이번에는 눈에 의아함을 드러냈다.

『살펴보러......? 그 정도는 지금까지도 자주 했잖아? 새로 계정을 만들어서. 왜 컨버트까지 해야 하는 거야?』

『그게, 그러니까...... 그, 총무성의, 안경 아저씨 때문에......』

그리고 나는 더듬더듬 데이트 장소가 황거였던 이유의 절반을 차지한 키쿠오가 세이지로의 호출에 대해, 일부를 의도적으로 생략하고 설명했다.

마침 게이트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한 차례 설명이 끝난 후였다. 입장표를 창구에 반환하며 해자에 걸린 키리카와몬바시 다리에 접어들었을 때, 아스나가 매우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키쿠오가 아저씨의 부탁......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난 어쩐지 그 사람을 완전히 믿으면 안 될 것 같아...... 그야 많은 도움을 받기는 했어도......』

『어, 나도 그건 100퍼센트 공감해.』

그리고 둘이 동시에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아스나는 금세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가더니, 내 손을 꼭 쥐며 말했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와야 해. 우리 두 사람의 집은 단 한곳밖에 없으니까.』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 해자의 수면에 시선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물론이지. 금방 ALO로 돌아갈 거야. 《건 게일 온라인》이란 게임의 내부 상황을 잠깐 조사하는 것뿐이니까.』

──그렇다.

나는 아스나에게, 키쿠오카의 의뢰로 GGO에 다이브하는 진정한 목적, 다시 말해 수수께끼의 힘을 가진──가졌을지도 모르는──플레이어《사총》과 접촉한다는 임무의 핵심에 대해서는 조금도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말했으면 틀림없이 나를 말리거나 혹은 같이 가겠다고 나섰을 테니까.

이기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제 그녀를 조금이라도 위험한 냄새가 풍기는 가상세계에 가까이 가게 놔두고 싶지 않았다.

물론《사총》의 이야기는 99퍼센트 소문의 산물이리라 생각했다.

가상세계에서 현실의 인간에게 죽음을 준다니.

몇 번을 생각해도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믿을 수는 없었다.

아뮤스피어란 결국 평범한 TV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기계에 불과하다.《가상세계》와《풀 다이브 기술》은 어찌 보면 마치 테크놀로지가 자아낸 마법처럼 보이지만 실체는 어디까지나 단순히 편리한 도구일 뿐, 인간의 육체에서 혼을 떼어낸 이세계로 옮겨주는 매직 아이템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나머지 1퍼센트의 가능성이 내 발을 이곳으로 향하게 했다.

몇 달 전, PC의 저장공간 내에 잡다하게 쌓여 있던 오래된 전자잡지를 정리하다 SAO 기동 직전에 이루어진 아가스 개발 디랙터 카야바 아키히코의 쇼트 인터뷰 기사를 발견했다. 거기서 생전의 그 남자는 이런 말을 했다.

──아인크라드란 An Incarnating Radius,《구현된 세계》라는 말을 줄인 것입니다. 그곳에서 플레이어 여러분은 수많은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검, 괴물, 미궁. 그러한 게임 내의 기호가 현실로 이루어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 자신마저도 변용시킬 만한 힘이 그 세계에는 존재합니다.

분명 나는 변했다. 아스나도 변했다. 에길도, 클라인도, 리즈나 시리카도, 그 세계에서 지낸 2년간 시간 속에서 분명 원래대로는 돌아가지 못할 정도의 인격변용을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캬아바 말하는《변용》이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면......? VRMMORPG 제작 패키지《더 시드》덕에 이제는 무제한으로 중식해 가는 VR 넥서스의 한구석에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라는 틀, 그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모종의 인자가 태어났다고 한다면......?

위잉 소리를 내며 눈앞이 자동문이 열리고, 밀려드는 따뜻한 공기와 소독약 냄새가 나의 끝없는 생각을 끊어주었다.

아무튼 현실세계에서 사망자가 두 명이나 나온 것이 사실인 이상.《사총》과 접촉하는 데 일말의 위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는 나도 단언할 수 없다. ALO에 돌아간 후 아스나에게 이를 털어놓는다면 그녀는 분명 화를 내겠지. 하지만 나중에는 분명 이해줄 것이다.

내게는──한 점에 모였어야 할 아인크라드의 시간축을 끊고《더 시드》패키지를 세상에 퍼뜨린 키리토라는 사람에게는, 그 외의 선택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선 화장실에 들른 후, 프린트에 가져온 키쿠오카의 메일을 따라 입원병동 3층에 지정된 병실에 도착했다. 문 옆의 플레이트에는 환자의 이름이 없었다. 노크한 후 문을 열자──.

"여! 키리가야, 오랜만이네!"

나를 맞아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