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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못 돼."

분명히 현재의 기술에 혁신을 가져올 만큼 획기적인 우주선인데, 너무나 담담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왜? 비용이 너무 들어서?"

"그것도 있어. 저거 한 대면 최신예 전투기 일곱 대는 살 테니까. 하지만 그 이전의 문제가 있어. 저걸 상품화해봤자 나말고는 아무도 못 타."

켈리는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 여자가 엄청난 솜씨의 파일럿이라는 건 인정한다. 의심할 여지조차 없었다. 우수한 파일럿에게는 뻔뻔스러움과 종이 한 장 차이의 자신감이 따라다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기만이 유일무이한 인간이라고 단언해버리는 그 말투가 굉장히 신경에 거슬렸다.

"그거 엄청난 자신이시구먼."

경멸을 숨기지 않고 말을 내뱉는 켈리에게, 여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기분 상했어? 실은 말이지, 상품화해봤자 아무도 타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는 게 맞는 말이야. 개발 단계부터 아무도 시험비행을 하려고 하질 않았는 걸. 억지로 강요했다가는 사표라도 내버릴 상황이라 결국 전부 내가 했어."

"무리도 아니지. 감응두뇌도 없는 배라면 나라도 사양이야. 왜 안 실은 거야?"

여자는 감탄한 듯이 켈리를 바라보았다.

"알고 있었어? 과연 해적들의 왕."

"그 이름은 집어치워. 난 그냥 해적이다."

"그럼 그냥 해적. 그것만이 아냐. 저 배에는 방어장치가 전혀 없어. 대(對) 물질, 대(對) 에너지 방어벽은 물론이고 미사일 교란장치도 없지. 참고로 자동착륙 유도 장치도 없어."

켈리는 입을 쩍 벌리고 얼어붙었다. 순간 자기 귀가 어떻게 된 게 아닌지 의심했을 정도였다.

그런 건 전투기라고 부를 수 없다. 전투 이전에 우주를 날아다녀도 좋을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농담이지......?"

"아니. 우리 설계사들도 머리카락이 세도록 고민하면서 머리를 짜내봤지만, 그것말고도 하도 이것저것 실어서 말이야. 도저히 실을 수 있을 만한 공간이 없었어. 그러니까 실전에는 죽어도 배치할 수 없지. 감응두뇌와 방어장치가 없는 전투기를 어디에 쓰겠어? 억지로 날린다고 해도 귀환은 불가능하겠지. 활주로를 뜨자마자 아군 기체에 충돌하거나 적 미사일에 당하거나 해서 우주의 먼지가 되는 거라면 차라리 낫지. 최악의 경우엔 모함 입구에 정면 충돌해서 산더미 같은 아군들까지 같이 끌고 저 세상에 가는 거야."

즐거운 듯한 말투였지만 켈리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런 걸로ㅡ저런 걸 타고서 원시태양계로 돌진한 거야?!"

붉은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켈리와 나란히 서도 밀리지 않을 위치에서 인상적인 눈망울이 웃었다.

"그곳을 알고 있는 건 당신만이 아냐. 나도 날아본 적이 있거든."

뭐라 형용하기 힘든 표정으로, 켈리는 눈 아래의 전투기를 가리켰다.

"저 하늘을 나는 관을 타고?"

"이쪽 기술자들도 모두 퀸 비를 그렇게 불러. 덕분에 연습 잘 했어."

켈리는ㅡ얼굴에 드러내지는 않았지만ㅡ오한에 가까운 뭔가를 느끼고 있었다.

좀 전의 공중전을 다시 떠올려본다.

자신이 레이저 샤워나 물질공격을 발사했을 때 저 여자는 기체를 들어 피해냈다. 방어장치로는 충격을 전부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한 개라도 명중했다가는 그대로 사망, 그대로 폭발해 우주의 먼지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당신 그렇게 죽고 싶어? 아니면 정말로 미쳐버렸던가. 어째서 저런 결함품을 타고 우주에 나서는 거야?"

켈리의 목소리에는 분노마저 섞여 있었다.

너무나 당연한 의문이었지만, 여자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대답했다.

"당신, 남의 말꼬리 잡는 게 취미야? 나보고 뭐라고 할 자격이 있어? 당신이 한 짓도 충분히 자살행위 아냐. 가속도 줄이지 않고서 계속해서 게이트를 뛰어다닌 주제에."

"어쩔 수 없잖아. 어딘가의 누구 씨가 괴물 같은 배로 쫓아오고 있는데."

"나도 마찬가지야. 어딘가의 누구씨가 상식은 완전히 무시하고 계속 도망 다니는데, 기가 막햐서 말도 안 나오더군. 퀸 비가 아니었으면 도저히 못 잡았을 거야."

켈리는 발끈해서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외쳤다.

"알겠어, 여왕? 나도 해적이야. 다소 무모한 짓은 해. 하지만 당신한테 비상식적이라는 소리 들을 만한 짓은 해본 적 없어. 절대로. 최소한 난 맨몸이나 다름없는 배로 날아다니는 짓은 안 해!"

여자는 또다시 켈리의 얼굴을 응시했다.

살짝 푸른 기운이 도는 잿빛이 조명 때문인지 금색으로 반짝 빛난 듯한 느낌이 든다.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눈빛이었다.

"난 안 죽었잖아?"

"......"

"퀸 비에는 확실히 선체를 지키는 방어장치가 없어. 감응두뇌도 없지. 그 대신 반응 속도와 그 제어는 현재 존재하는 어떤 전투기보다도 훨씬 뛰어나. 물론 탐지 능력도. 감응두뇌를 이용하는 다른 전투기는 아무리 조종해도 한계가 있어. 완전히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를 않는다구. 그래서 저 배를 만들었지. 다른 배에서는 자동화하고 있는 부분을 내가 대신하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쉬운 거였어? 난 또 그게 장난이 아니니까 감응두뇌가 개발된 건줄 알았지."

이래서는 정말로 말꼬리를 잡는 것밖에 안 된다. 알고는 있었지만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여자는 차분한 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