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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지르며 피에 물든 두 손을 시노에게 향하더니 다시 움켜쥐려 했다. 상처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시노의 손에도 쏟아졌다.

경련하듯 떨리며 두 손이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야말로 권총은 요란하게 튀어 오르고 팔꿈치와 양쪽 어깨에 격통이 내달렸다. 몸은 뒤로 튕겨져 나가고, 등이 카운터에 격돌해 숨이 막혔다. 발사음은 이제 별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두 번째 탄환은 사내의 오른쪽 쇄골 밑에 명중하고 다시 관통되어 뒤쪽에 벽에 받혔다. 사내는 비틀거리더니 자신이 흘린 피에 발을 저깃며 리놀륨 바닥에 쓰러졌다.

"으아아아악!!"

그러나 그는 아직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분노의 포효를 지르며 다시 일어나려고 두 손을 바닥에 짚었다.

시노는 공황에 빠졌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사내를《정지》시키지 않는다면 자신과 어머니는 분명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뜯겨져 나갈 듯한 두 팔의 아픔을 무시하고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드러누운 자세로 윗몸을 2센티미터 정도 일으키려던 사내의 몸 한가운데에 시노는 총구를 겨누었다.

세 번째 사격에 오른쪽 어깨 관절이 빠졌다. 이번엔 반동에 날아가는 몸을 지탱할 방법이 없어, 시노는 바닥에 나뒹굴며 쓰러졌다. 그래도 권총에서 손을 놓치는 않았다.

두 번째 사격과 마찬가지로, 탄환은 반동 때문에 조준점을 크게 빗나가선 수십 센티미터 위쪽──.

사내의 얼굴 거의 한복판에 명중했다. 퍽 소리가 나며 사내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젠 움직이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시노는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사내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지쳤다.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그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어머니를 지켜냈다.

시노는 얼굴을 움직여 몇 미터 떨어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어머니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어머니의 두 눈에──.

분명히 자신을 향한 뚜렷한 공포와 두려움의 빛을 보았다.

시노는 자신의 손에 시선을 떨어트렸다. 아직까지 단단히 권총 그립을 쥐고 있는 두 손은 끈적끈적하고 검붉은 액체로 점점이 물들어 있다.

시노는 입을 벌리고, 그제야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목 안에서 가느다란 비명을 쥐어짜내면서 시노는 두 손으로 쥔 프로키온 SL을 응시하고 있었다. 두 손등이며 손가락 틈에 끈적끈적하게 젖은 피가 보였다. 몇 번이고 눈을 깜빡여도 사라지지 않았다. 뚝, 뚝, 끈적끈적한 물방울을 발빝에 떨어뜨리고 있다.

갑자기 두 눈에서 액체가 넘쳐났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모델건의 검은 광채가 모든 것을 뒤덮었다.

어둠 속에 그 사내의 얼굴이 보였다.

세 번째 탄환이 그 얼굴을 향해 날아간다. 탄환을 맞았는데도 흉터는 놀라울 정도로 작아 그냥 점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직후 머리 뒤쪽에서 붉은 안개가 짙게 피어났다. 얼굴에서 모든 표정과 생기가 사라진다.

하지만 갑자기 왼쪽 눈만이 부릅 움직이더니 바닥이 없는 구멍 같은 동공이 시노를 본다.

똑바로, 시노의 눈을 본다.

"아......아...........!"

갑자기 목 안으로 혀가 말려들어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동시에 위가 격렬하게 수축하는 것을 느꼈다.

시노는 이를 악물고 모든 정신력을 쥐어짜내 프로키온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리고 비틀비틀 뛰어가 문손잡이를 식은땀에 젖은 오른손을 돌렸다.

변기 뚜껑에 홱 젖힌 후 엎드린 것과 동시에 뜨거운 액체가 위장 바닥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 몸을 뒤틀며, 경련하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몸 안에 있는 것을 모조리 배출하듯 구토했다.

겨우 위장의 수축이 잦아들었을 때, 시노는 진이 빠져버렸다.

왼손을 뻗어 물을 내리는 레버를 당겼다. 간신히 일어나 안경을 벗은 후, 세면대에서 살을 에는 듯이 차가운 물로 두 손과 얼굴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씻엇다.

마지막으로 입을 헹구고, 천장에서 깨끗한 타월을 꺼내 얼굴을 닦으며 화장실을 나섰다. 사고능력이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감각이 없는 다리로 방까지 돌아왔다.

가급적 시선을 돌리려 하지 않으면서 손에 든 타월을 바닥에 굴러다니는 모델건에 덮어 들어 올렸다. 그리고 열린 채 방치 된 책상 서랍 안쪽에 집어넣었다. 탁 소리와 함께 서랍을 닫고, 이번에야말로 모든 기력을 소진한 시노는 침대 위로 엎어졌다.

젖은 앞머리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뺨을 타고 눈물과 섞여 이불에 스며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작은 목소리로 똑같은 말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었다.

"구해줘......, 누가......, 구해줘......, 구해줘......, 누가 좀......"

사건 직후로부터 며칠 간의 기억은 그다지 선명하지 않았다.

남색 제복을 입은 어른들이 긴장된 어조로 총을 이리 달라고 했을 때, 손가락이 굳어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던 것.

빙글빙글 돌아가는 수많은 붉은 램프,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테이프, 그 너머에서 쏟아지는 새하얀 빛이 눈부셨던 것.

순찰차에 탄 후에야 겨우 오른쪽 어깨에서 아픔이 느껴져 조심스럽게 이를 호소하자, 경찰관이 황급히 시노를 구급차로 옮겨 태워주었던 것──이 정도만이 드문드문 기억났다.

병원 침대에선 두 명의 여경이 사건의 전말을 끊임없이 물어 보았다. 엄마를 보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 바람이 이루어진 것은 한참 뒤였다.

시노는 사흘 후에 퇴원해 주부모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갔으나, 어머니의 입원은 한 달도 넘게 이어졌다. 사건 이전의 평온한 일상이 똑같은 형태로 돌아오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었다.

매스컴의 자주 규제 덕에 사건의 상세한 내용이 그대로 보도되지는 않았다. 우체국 권총강도 사건은 피의자 사망으로 검찰에 송치되었으며, 공판도 없었다. 그러나 지방의 조그만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인 만큼, 우체국 안에서 일어난 일은 수많은 억측이 덧붙은 소문이 되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초등학교에서 남은 1년 반 동안 시노에게는《살인자》를 뜻하는 온갖 파생어가 쏜아졌으며, 중학교에 올라간 후로는 이것이 철자한 무시로 바뀌었다.

그러나 시노에게는 주위의 시선 그 자체는 별다른 문제가 아니었다. 원래 옛날부터 집단에 소속되는 것에 대한 관심은 매우 엷었다.

하지만 사건이 시노의 가슴속에 남긴 발톱 자국──그것은 몇 년이 지나도 좀처럼 아물지 않은 채 시노를 괴롭혔다.

그날 이후 시노는 총기라는 것을 보기만 해도 사건의 선명한 기억이 되살아나, 극심한 충격 상태에 빠지게 되고 만 것이다.

과호흡을 비롯해 온몸의 경직, 방향감각 상실, 구토, 심할 경우에는 기절에 이르는 그 발작은 길거리에서 어린아이가 들고 있던 장난감 권총을 보았을 때는 물론 TV에서 영화를 볼 때마저 쉽게 일어났다.

그래서 시노는 드라마나 영화는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사회 과목 수업 때 나온 비디오 자료 때문에 발작을 일으킨 경우도 몇 번이나 있었다. 비교적 안전한 것은 소설이어서──그것도 아주 오래전 문학작품에 한정되었지만──중학교 시절의 대부분은 도서관의 어스름한 한구석에서 커다란 전집을 넘기며 보내게 되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어디 먼 곳에 가서 일하고 싶다고 조부모에게 말했다가 강경하게 반대를 당했을 때, 그렇다면 하다못해 먼 옛날──시노가 어렸을 적 아버지와 어머니와 셋이서 살았다는 도쿄의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항상 따라다니는 소문과 호기심 어린 시선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도 당연히 있었지만, 그보다도 이곳에서 살아가는 한 평생 마음의 상처가 아물 날은 없으리라는 확신도 있었다.

물론 시노의 증상은 전형적인 PTSD, 즉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진단을 받았다. 4년 동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카운슬링을 받았다. 처방 받은 약도 잘 먹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딘가 다들 비슷한 웃음을 지은 의사들의 말은 시노의

마음 표면만을 건드리고 긁어댈 뿐 상처가 있는 곳까지 미치지 않았다. 청결한 진찰실에서 "이해해, 힘들었지? 괴롭겠구나." 라는 말을 들으면 시노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똑같은 소리를 중얼거렸다.

──그럼 당신은 총으로 남을 죽여본 적이 있어요?

지금은 그런 자신의 태고가 신뢰를 지배하고 치료를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라 반성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하나 그것은 지금도 시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시노는 아마도 자신이 했던 일이 선인지 악인지──그것을 누군가가 확실하게 규정지어 주기만을 바랐던 것이었으리라. 물론 대답해줄 의사가 있을리 만무했지만.

그러나 제아무리 기억과 발작에 시달린다 해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려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사내에게 총을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겼던 것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그가 어머니에게 총을 들이댔을 때, 그러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시노에게는 있을 수 없었다. 설령 사건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해도 역시 똑같은 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노가 자살이라는 도피구를 선택한다면 죽은 남자도 성불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므로 강해지고 싶었다. 그 상황에서는 그행동을 선택한것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지고 싶었다. 전장에서 쉽게 적을 죽이는 여전자처럼. 혼자 자취를 하고 싶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났을 때 작별인사를 나눈 것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시노를 언제까지고 사건 이전의 어린아이로 인식하고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준 어머니뿐 이었다.

시노는 공기도 답답하고 물가로 비싼 이 도시로 이사했다.

그리고 신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