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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이 그 지방에서도 거의 쓰이지 않는 곳이었으며, 특히 심야였던지라 완전히 왕래가 끊어졌던 것이었다. 또한 충돌의 충격 때문에 차내의 휴대단말은 파손된 상태였다.

다음 날 아침, 길을 지나가던 운전수가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신곤한 것은 이미 여섯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사이에 시노의 어머니는 내출혈로 천천히 죽어 가는 아버지를 곁에서 그저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어머니의 마음속 한 부분이 살짝 망가졌던 것이다.

사고 후, 어머니의 시간은 아버지와 만나기 전인 10대 무렵으로 역행하고 말았다. 어머니와 시노는 도쿄의 집을 떠나 외가에 몸을 의탁했으나, 어머니는 아버지의 유품, 특히 사진이며 동영상을 모두 처분하고 추억은 조금도 이야기하려들지 않았다.

어머니는 철저하게 평온과 정적만을 원하는 시골 소녀와 같은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 시노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사고 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고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여동생처럼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나마 다행히 어머니는 사고 후에도 변함없이 시노를 깊이 사랑했다. 밤마다 그림책을 읽어주고, 자장가를 불러준 것을 기억한다.

그래서 시노의 기억에 있는 어머니는 항상 연약하고 상처 입기 쉬운 소녀 같은 모습이었다. 자연스럽게, 철이 들면서부터 시노는 자신이 똑똑히 처신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이 어머니를 지켜야 한다고,

조부모가 외출했을 때, 끈덕진 외판원이 현관에 주저앉는 바람에 어머니가 겁을 먹은 일이 있었다. 어머니 대신 아홉살 난 시노가 안 나가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말해 쫒아냈다.

시노에게 바깥세상은 언제나 어머나와의 조용한 생황을 위협하는 요소로 가득 찬 존재였다. 지켜야만 한다, 지켜야만 한다. 언제나 그것만을 응시했다.

그래서──시노는 생각했다. 그 사건이 일어난 것은 어떤 의미로는 필연이었다고. 시노가 오로지 멀리 하려 했던 바깥세상의, 악의에 가득 찬 반작용이 아니었을까 하고.

열한 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시노는 밖에서 노는 일이 별로 없었다. 학교에서 곧장 집에 돌아와서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는 것이 일과였다. 성적은 좋았지만 친구는 적었다. 외부의 간섭에 지나치게 민감해, 실내화를 감추는 천진한 장난을 친 남학생을 호되게 때려 코피를 낸 적도 있었다.

2학기 들어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토요일 오후.

시노와 어머니는 나란히 근처의 조그만 우체국으로 외출을 나갔다. 두 사람 외의 손님은 하나도 없었다.

어머니가 창구에 서류를 내러 간 동안 시노는 대기석 벤치에 앉아 다리를 까닥까닥 흔들며 집에서 가져온 책을 읽고 있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았다.

끼익, 문이 울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한 남자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회색 옷에, 한 손에는 보스턴백을 든 말라빠진 중년 남성이었다.

사내는 입구에서 발을 멈추고 우체국 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시노와 잠시 눈이 마주쳤다. 눈동자 색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누리끼리한 흰자위 한가운데에서 깊은 구멍처럼 새까만 눈동자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동공이 지나치게 확장된 것이었다. 사내가 우체국에 나타나기 직전에 각성제 주사를 맞고 왔다는 사실이 그 후 판명되었다.

시노가 의아해할 틈도 없이 사내는 빠른 걸음으로 창구를 향해 다가갔다.

《입금 / 저축》창구에서 무언가 수속을 하고 있던 어머니의 오른팔을 사내가 느닷없이 잡아챘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확 떠밀었다. 어머니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으며, 너무나 놀라 눈을 크게 뜬 채 얼어붙었다.

시노는 벌떡 일어났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입은 부조리한 폭력에 큰 소리로 항의하려 했다. 그 순간.

사내는 카운터에 보스턴백을 턱 내려놓더니 안에서 무언가 시커먼 것을 꺼내들었다. 권총이라고 깨달은 것은 산가 이를 오른손으로 들고 창구에 있단 남자 직원에게 들이밀었을 때였다. 권총──장난감──아니, 진짜──강도?! 수많은 단어가 시노의 의식을 가로질렀다.

"이 가방에 돈 넣어!"

사내가 갈라진 목소리로 외쳤다. 외침은 잇달아 터져 나왔다.

"두 손 책상 위에 올려! 경보기 버튼 누르지 마! 너희들도 움직이지 말고!"

권총을 좌우로 움직이며 안에 있던 몇몇 직원들을 견제했다.

당장 우체국에서 뛰어나가 도움을 청해야 하지 않을까 시노는 생각했다. 하지만 바닥에 쓰러진 어머니를 남겨 놓고 나갈수는 없었다.

주저하는 동안에도 사내는 다시 외치고 있엇다.

"얼른 돈 넣어!! 있는 대로 전부!! 빨리 해!!"

창구의 남자 직원이 얼굴을 뻣뻣하게 굳히면서도 오른손으로 5센티미터 정도 두께의 지페 다발을 내밀었다.

실내의 공기가 한순간 부풀어 오른 것 같았다. 두 귀가 징징울렸다. 그것이 높은 파열음 탓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이어서 티잉 하는 조그만 금속음이 이어졌으며, 무언가가 벽에 튄 다음 시노의 발밑까지 굴러왔다. 금색의, 가느다란 금속제 원통이었다.

다시 고개를 들자 카운터 너머에서 남자 직원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가슴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넥타이 아래의 하얀 와이셔츠에 어렴풋이 붉은 얼룩이 보였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는 직원이 의자와 함께 뒤로 기울어지더니, 곁의 서류 캐비닛과 함께 쓰러지고 있었다.

"버튼 누르지 말라고 했지!!"

사내의 목소리는 찢어질 듯 높았으며 성조도 불안정했다. 총을 쥔 오른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보였다. 폭죽과 비슷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야, 너! 이리 와서 돈 담아!"

사내가 권총을 들이댄 쪽에는 여직원이 두 사람 굳은 채 서 있었다.

"얼른 안 와?!"

사내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펴졌지만, 여직원들은 목을 가늘게 가로저을 뿐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강도 사건에 대한 훈련은 받았겠지만, 실제로 발사된 탄환은 그 어떤 메뉴얼도 막아주지 못했다.

사내는 화를 내며 카운터 아래쪽을 몇 번이나 걷어차더니, 다시 한 명을 더 쏘려고 생각했는지 권총을 쥔 오른손을 다시 들어 올렸다. 높은 비명을 지르며 여직원들이 주저앉았다.

그러나 그때 사내는 몸을 반회전시켜서는 고객용 대기석 쪽을 돌아보았다.

"얼른 안 하면 또 쏜다! 쏠 거야!!"

사내가 권총으로 겨눈 것은──바닥에 쓰러진 채 허공으로 퀭한 눈을 향하고 있는 시노의 어머니였다.

눈앞에서 벌어진 사건이 가져온 과중한 부담 때문에 어머니는 꼼짝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시노는 생각했다.

──내가, 엄마를, 지켜야 해.

유아 시절부터 항상 그렇게 생각해온 시노의 신념, 의지의 힘이 시노의 몸을 움직였다.

책을 대던지고 달려 나간 시노는 구너총을 쥔 사내의 오른손에 매달려 있는 힘껏 깨물었다. 어린아이의 예리한 이는 쉽게 사내의 힘줄에 파고들었다.

"아아악!"

사내는 놀라 소리를 지르더니 오른팔을 시노와 함께 휘둘렀다. 시노의 몸은 카운터 옆에 부딪쳤으며, 그 순간 유치가 두개 빠졌지만 그때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눈앞에 사내의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새까만 권총이 굴러왔기 때문이다. 시노는 무의식중에 그것을 주워들었다.

무거웠다.

두 팔에 묵직하게 전해져 오는 금속의 무게, 세로로 라인이 들어간 그립은 조금 전까지 쥐고 있었던 사냐의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으며, 사내의 체온 때문에 생물처럼 열기를 띠었다.

무엇을 하기 위한 도구인지, 그 정도 지식은 당시의 시노에게도 있었다. 이걸 쓰면 무서운 사내를 막을 수 있다. 그런 생각에 이끌려 시노는 흉내를 내듯 권총을 들어선, 양손 검지를 방아쇠에 걸고 사내에게 향했다.

그 순간 괴성을 지르며 사내가 시노에게 달려들어선 권총에서 시노의 손을 떼어내려 했는지, 양손으로 시노의 가느다란 두 손목을 꽉 붙들었다.

그 사실이 시노에게는 다행이었는지 혹은 불행이었는지 지금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단순히 사실만을 놓고 보자면, 사내는 자신에게 향한 권총의 홀드를 직접 도와준 셈이 되었다.

이제는 시노도 그 강도 사건에서 쓰인 권총──《그 권총》에 대해 충분하고도 남을 만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1933년, 다시 말해 90년도 더 전에 소련 육군은《토카레프 TT33》이라는 권총을 정식 채용했다. 후에 중국에서 라이선스 생산되었을 때는《54식 헤이싱(黑星)》이라 불렀다. 그것이 그 총의 이름이었다.

30구경, 다시 말해 7.62밀리미터 구경의 강심탄(鋼芯彈)을 사용한다. 후속 핸드건의 주류가 된 9밀리미터에 비하면 소구경이지만, 화약량이 많아 탄의 초속(初速)이 음속을 넘기 때문에 권총 중에서도 매우 뛰어난 관통력을 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반동도 커서, 소련에서는 1950년대에 소형화된 9밀리미터 탄을 사용하는《마카로프》가 토카레프 대신 정식 채용된 경위가 있다.

그런 권총을 열한 살까지 여자아이가 제대로 조준해 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내에게 손목을 꽉 불들리는 바람에 총을 빼앗긴다고 생각한 순간, 시노는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맹렬한 충격이 두 손에서 팔꿈치를 거쳐 여깨로 전해졌지만, 총구를 엉뚱한 방향으로 돌려야 할 반동 에너지는 거의 사내의 두 손에 흡수되었다. 다시 공기가 뜨겁게 터져나갔다.

사내는 딸꾹질 같은 소리를 내며 시노에게서 손을 떼더니, 그대로 천천히 몇 걸음을 후퇴했다.

사내의, 무늬가 들어간 회색 셔츠 복부에 검붉은 원형이 급속도고 퍼쳐 가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아!!"

놓은 소리를 지르며 사내는 두 손으로 배를 움켜쥐었다. 굵은 혈관이 터졌는지 손가락 틈에서 피가 한 줄기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사내는 쓰러지지 않았다. 헤이싱에 쓰이는 수구경 풀메탈 재킷 탄환은 인체를 그대로 관통하기 때문에 스토핑 파워 자체는 낮다.

사내는 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