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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이 왜 이런 책을 보고 있느냐는 의문을 품을 것이며, 그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꾸며내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았으므로 애매하게 말을 흐렸다.

이제는 쿄지도 시노가 현실세계에서는 총에 대해 극도의 공포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당시는 시노의 반응을 오해하고 기뻐하더니 웃음을 지으며 옆자리에 앉았다.

화보집을 가리키며 그가 차례차례 늘어놓는 총기의 지식을 시노는 내심 식은땀을 흘리며 듣고 있었으나, 도중에 쿄지는 어떤《다른 세계》이야기를 꺼냈다.

몇 년 전 풀 다이브형 게임 머신이라는 것이 개발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며, VRMMORPG라는 이름을 들은 적도 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게임을 하던 습관이 없었던 시노는 흔히 말하는《검과 마법의 세계》라는 판타지 소설에서 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하지만 쿄지가 초면인 시노에게 열심히 들려준 가상세계에는 검도 마법도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대신──총만이 있었다.

그 세계의 이름은《건 게일 온라인》.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했던 수많은 수많은 총기가 정밀하게 재현되어, 이를 든 플레이어들이 오로지 서로를 죽이고 죽어 가는 처참한 황야.

시노는 갑자기 쿄지의 말을 끓고 물었다.

──그 게임에 ......라는 총도 있어?

소년은 한동안 눈을 깜빡이더니,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시노는 생각했다. 그 가상세계라면《그 총》과 다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5년 전, 11살이었던 자신의 마음을 깊게 깊게 드러내고 사라지지 않는 탄흔을 새겨 놓았던 그 검은권총과 다시 한 번 마주하고, 싸우고, 뛰어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시노는 식은땀이 배어드는 두 손을 꽉 쥐고, 갈라진 목소리로 쿄지에게 거듭 물었다. 그 게임을 시작하려면 비용이 얼마가 드느냐고.

그로부터 반년.

시노의 안에서 태어난《시논》이라는 이름의 소녀는 냉혹한 저격수가 되어 GGO의 황야의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그 총》을 가진 적과 만난 적은 아직 없었다. 그래서 시노는 알지 못했다. 시논이 아닌 현실의 자신은, 아사다 시노는 정말로 강해진 것일까?

그 해잡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

"......저기, 뭐 마시러 가지 않을래? 내가 살게."

쿄지의 목소리가 생각에 잡겨 있던 시논을 다시 일깨웠다.

고개를 들자 좁은 골목길에 비쳐드는 햇살은 이미 불그스레한 기운을 띠고 있었다.

"......정말?"

시노가 웃자, 쿄지는 기뻤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요전에 활약했던 거 들려줘. 여기 뒷길 쪽에 조용한 카페가 있거든."

몇 분 후, 쿄지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간 가게의 안쪽 자리에 앉아 좋은 향이 나는 밀크티 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으려니 그제야 마음이 차분해졌다. 어차피 엔도 일당은 또 시비를 걸겠지만, 그때는 그떄라고 걱정은 마음 한구석에 밀어놓았다.

"들었어, 그저께 이야기. 엄청나게 활약했다면서?"

쿄지의 말에 고개를 들자, 깡마른 소년은 아이스커피에 뜬 바닐라 아이스의 반구를 스푼으로 찌르며 시노를 살짝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렇지도 않아. 작전은 실패였는 걸. 이쪽 스쿼드론은 여섯 명 중 네 명이나 당했으니까. 매복하고 기습해서 그 모양이면 도저히 이겼다고는 할 수 없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현실세계에서 진짜 총기를 생각하는 것은 금세 혼란에 빠지기 십상이지만, GGO 내부의 이야기라면 버추얼 재활치료의 효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인지 요즘은 어찌어찌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대단해. 그 미니건 유저《베히모스》는 이제까지 집단전에서는 죽은 적이 없다고 하거든."

"헤에......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었구나.《불릿 오브 블리츠》랭킹에선 본 적이 없어서 몰랐어."

"그야 당연하지. 아무리 미니건이 강력해도 탄약을 500발이나 짊어지면 중량 오버로 뛸 수가 없는걸.《BoB》는 솔로 조우전이니까 멀리서 저격당하면 끝이잖아. 그만큼 집단전에서는 충분한 지원이 있으면 무적이지만. 반칙이야, 그런 무기는."

어린아이처럼 입술을 내미는 쿄지를 보고 시노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그렇게 따지면 내 헤카테 Ⅱ 도 반칙이라고 다들 그러는 걸.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름 이것저것 고생이 많지만, 분명 그 베히모스도 그랬을 거야."

"쳇. 배부른 고민이네. ......그런데 다음 BoB는 어떻게 할거야?"

"나갈 거야, 물론. 지난번 20위권 내의 플레이어 데이터는 거의 다 모았으니까. 이번엔 헤카테를 가져갈 거야. 다음에는 모조리......"

죽이겠다고 말하려다 황급히 말을 얼버무렸다.

"......상위입상을 노려보겠어."

시노 / 시논은 지지난 달에 치러진 제2회 GGO 최강자 결정 배틀 로열 대회, 즉《불릿 오브 블리츠》에 처음으로 참가해 예선 토너먼트를 돌파, 30명이 치르는 본선 대회에 진출했으나 22위라는 아쉬운 결과로 그쳤다.

광대한 맵에 30명이 무작위로 배치된 채 시작하는 BoB에서는 느닷없이 근거리 전투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었으므로 저격 라이플인 헤카테 Ⅱ 가 아니라 어설트 라이플을 장비했는데, 오히려 근접전투 중에《레밍턴 M40》라이플을 장비한 스나이퍼에게 원거리에서 저격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두 달, 엄청난 말괄량이인 헤카테를 다루는 데에도 많이 익숙해졌으며, 또한 레어 경량 단기관총인《MP7》을 입수해 근접전투에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조만간 치러질 제3회 BoB에서는 그 거대한 라이플을 짊어지고 참가할 생각이었다. 기본적으로는 엄폐물에 몸을 숨긴 채, 비겁하다는 말을 듣건 말건. 오로지 타깃이 시야 내에 나타나기만 기다렸다가 한 명도 남김없이 날려버릴 심산이었다.

강력한 전사들이 우글거리는 GGO에서 적을 모두 쓰러뜨리고 자신이 최강임을 확신할 수 있다면──그때는, 분명......

어두운 생각에 잠겨 있던 시노의 귀에 쿄지의 탄식 섞인 목소리가 들려 의식이 현실로 되돌아왔다.

"그렇구나......"

눈을 깜빡이며 시선을 돌리자, 쿄지는 눈이 부신 것을 보듯 눈을 가늘게 뜨고 시노를 보고 있었다.

"참 대단해, 아사다는. 그렇게 대단한 총을 손에 넣고...... 스탯도 딱 맞췄던 것처럼 스트랭스 우선이었잖아. GGO에 끌어들인 건 나였는데, 이제는 완전히 뒤처지겠어."

"......그렇지도 않아. 신카와도 지난 예선에선 준결승까지 갔잖아. 그 승부는 완전히 운이었어. 아깝게 됐지......? 결승까지 갔더라면 본선에도 나갈 수 있었을 텐데."

"아니야......, 틀렸어. 어질 타입은 웬만큼 레어 운이 따르지 않으면 한계가 있는걸. 스탯을 잘못 찍었나......"

푸념을 하는 쿄지의 어조에 아주 살짝 눈살을 찡그렸다.

쿄지의 분신인 캐릭터《슈퍼겔》은 GGO 초기의 시류에 따른 어질리티, 다시 말해 민첩성 파라미터에 집중한 타입이었다.

이 타입은 서비스 개시 이후 반년 정도까지는 압도적인 회피 능력과 속사능력──여기서《속사》란 총 자체의 연사속도가 아니라 조준 후 불릿 서클이 안정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덕에 다른 타입의 캐릭터를 압도했다. 하지만 맵이 공략됨이 따라 등장하기 시작한 강력한 실탄총을 장비하기 위해 스트랭스, 다시 말해 근력치가 요구되고, 총 자체의 명중률이 향상됨에 따라 회피도 생각만큼 쉽지 않게 되었다. 서비스개시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은 도저히 주류라고는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속사능력으로 먹고 사는 강력한 대구경 라이플, 이를 테면《FN FAL》이나《H&K G3》같은 레어 총기를 입수할 수만 있다면 그나마 아직 일선에서 통하며, 실제로 지난 BoB에서 2위에 오른《야미카제》라는 플레이어는 극단적인 어질리티 타입이었다. ──물론 그를 꺽은 우승자《젝시드》는 스트랭스──바이탈 밸런스 타입이었던 것 또한 사실이지만.

그러나──.

시노의 생각에 스탯 타입이란 어디까지나《캐릭터의 강함》일 뿐, 그보다도 중요한 요소는 엄연히 존재했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 자신의 강함. 마음의 강함. 그저께 싸웠던《베히모스》가 항상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동하며, 한쪽 뺨에 웃음을 짓고 있을 만한 여유를 겸비했듯, 그 사내의 강함은 M134 미니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무시무시한 웃음 그 자체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시노에게는 쿄지의 말이 다소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음...... 그야 레어 총기는 강하지만...... 강한 사람 중에는 레어 무기를 장비한 사람도 있다는 것뿐이지, 레어를 가진 사람이 모두 강한 건 아닌걸. 실제로 지난 본선 대회에 들어간 서른 명 중에서 절반 정도는 가게에서 파는 기성품 무기를 커스텀해서 왔잖아."

"그야......, 아사다는 그렇게 레어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데다 스트랭스를 올린 밸런스 타입이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거야. 역시 무장의 차이는 크다구......"

한숨을 섞어 커피 플로트를 해집는 쿄지를 보며, 더 이상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겠다고 생각한 시노는 대화를 수습하려고 했다.

"그럼 신카와는 다음 BoB에 참가하지 않으려고?"

"......응, 나가봤자 소용없으니까."

"그래...... 음...... 뭐 공부도 있으니까. 학원에서 검정고시 코스를 다닌다고 했지? 모의고사는 어때?"

쿄지는 여름방학 이래로 등교를 거부하고 있으며, 그 일로 인해 아버지와 크게 다투었다고 한다.

그럭저럭 큰 병원을 경영하는 아버지는 쿄지라는 이름 그대로 차남ㅇ니 그에게도 옛날부터 의학부에 들어가라고 굳게 다짐을 받아 놓았다고 한다. 매우 긴박한 가족회의 결과, 자택합습은 인정하되 내후년에는 대학 입학 자격검정을 치러서 재수하지 않고 아버지가 나온 유명 사립대학의 의학부에 입학하기로 약속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어......, 응."

쿄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웃었다.

"괜찮아. 전국석차는 학교에 다니던 시절이랑 별로 안 달라 졌으니까. 문제없으니다, 교관님."

"그럼 됐다."

농담처럼 대답하며 시노도 웃었다.

"신카와의 플레이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