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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하고 다이애나에게 조종을 맡긴 켈리는 깊은 안도감과 극한의 피로에 밀려 조종석에 누웠다.

말하기조차 귀찮았다. 오른쪽 눈의 시야를 되돌리고 축 늘어져 조종석에 등을 기대자, 더 이상은 움직일 수도 없었다. 두 손에는 힘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고, 온몸이 식은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삐걱거릴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도 빨리 누워서 쉬고 싶었다. 그 전에 술이라도 한잔 마시고 샤워까지 할 수 있다면 더 바를 게 없지만, 이런 상태에서는 샤워하는 도중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우선은 납처럼 무겁게 늘어진 몸을 조종석에서 일으키는 것이 먼저였다.

쉽지는 않았지만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 데에 성공했을 때, 스크린에 다이애나가 나타났다. 묘하게 진지한 표정이었다.

"켈리."

"미안하지만 잠시만 쉬게 해줘."

"응, 나도 그러고 싶기는 한데. '오, 마이 갓!'하고 소리 질러도 괜찮을까? 따라왔어.

소리 지르고 싶은 것은 켈리 쪽이었다.

자칫하면 조종석 옆에 쓰러질 뻔하면서, 당황하며 후방을 비추는 스크린을 보자 확실히 우주선이 보였다.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도저히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저 기체는 분자구름 속에서 미행성에 충돌해 우주의 먼지가 되거나, 중력왜곡에 말려들었어야 했다. 아니면 그렇게 될까봐 돌입을 포기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정말 세상은 넓어."

다이애나는 더욱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순간 근접거리에서 광선이 통과했다. 아니, 광선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만만한 물건이 아니다. 미행성이라도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 수 있을 만한 엄청난 빛의 다발. 한순간 스크린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의 에너지였다.

켈리의 머리 속도 새하얗게 변했다.

저 여자가 공격해온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건 전투기의 공격이 아니라 전함의 포격 자체였다.

"뭐야, 지금 그건?!"

"추측이지만 20센티미터 포가 아닐까?"

"내 기억이 틀린 게 아니라면 20센티미터 포라는 건 구축함 이상의 군함에나 탑재할 수 있는 물건이라구!"

"내 기억으로도 그래. 최소한 현재의 상식으로는 그런 걸로 되어 있지."

"빌어먹을 년!"

"그 빌어먹을 년한테서 통신. 연결할까?"

켈리가 내뱉은 욕설을 다이애나는 '허락'으로 이해한 듯, 조종실에 그 지긋지긋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건 경고야, 해적."

저 엄청난 분자구름 속을 전투기로 돌파했으니 켈리 이상으로 체력을 소모했을 것이 분명한데도, 그런 기색조차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엔진을 멈춰. 안 그러면 배를 쏘겠어."

켈리는 필사적으로 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