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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입,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춘 켈리 쿠어, 실은 결혼 전부터 애인이 있었다느니 숨겨둔 자식이 있다느니.

이쪼에서 꾸밎 짓이라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생각대로 움지여 주니 웃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나 한가한 인간이 많을 줄은 몰랐는걸. 남의 이혼 이야기 가지고 어째서 이렇게까지 신나게 떠들어대는 거지?"

"뻔하잖아. 남의 일이니까 그렇지."

실로 날카로운 지적이다. 자신하고 관계없는 일이니까 있는 소리 없는 소리 써댈 수 있다는 말이다.

연예잡지의 추측은 더욱 황당하게 굴러갔다.

홀몸이 아닌 재스민 쿠어는 남편의 배신에 큰 충격을 받고 침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기가 시기이니만치 임산부나 태아에 나쁜 영향이 미치지 않을지 걱정된다는 소리까지 나오면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두 그 여자한테 환상을 품고 있구만......"

어째서인지 켈리가 재스민을 버렸다는 기사가 대부분으로, 재스민이 켈리를 쫓아냈다는 종류의 기사는 볼 수 없었다. 이건 성차별에 속하는 게 아닐까.

연예기사만이 아니라, '메트로'로 돌아올 때까지 2주 동안 켈리는 쿠어 재벌에 관련된 기사를 꼼꼼하게 뒤졌다.

자연자원산업부국이 새로 개발해낸 천잠사의 평판, 무기개발부문이 신기술에 관해 연방군과 제휴를 맺는다는 발표, 완전히 파괴된 센트럴 시티 호텔이 행성도시개발부문에 의해 순조롭게 재건되어 조만간 행해질 낙성식에 책임자인 리처드 제퍼슨이 참석할 예정이라는 등등.

기사에 따르면 이 행사에 관해 연방 측에서는 원래 쿠어 부부를 초대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신혼여행 중에 그런 사고가 났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실은 재스민이 부숴놓은 거나 다름없지만,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기자들은 쿠어 부부가 참석할 수 없어 유감이라고 서술했다.

미스터 쿠어는 행방불명, 그렇다면 미즈 쿠어만이라도 초청하려 했지만 재스민은 정중하게 거절했고 미즈 쿠어가 이렇게 완고하게 공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역시 남편의 실종에 따른 심적 고통이 원인이지 않겠느냐는 억측까지 붙어 있다.

재스민은 정말로 남들 눈앞에 나오지 않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니 연예잡지도 신나게 기사를 써대고 있는 거겠지.

켈리는 표준시간으로 89일 만에 애드미럴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아수라장에 마주치게 되었지만, 켈리 본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였다.

장소는 본사 건물.

조심스럽게 부총수를 맞이한 직원 일동에게 켈리는 웃으며 말했다.

"잠시 자리를 비웠더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돌고 있어서 놀랐어. 연예잡지 따위 믿을 게 못 돼."

그리고 부재 중의 통신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회장실로 올라갔다.

명목뿐인 부총수라고 해도 기자회견 신청 같은 것은 의외로 상당히 많다. 그리고 와일리 건도 있었다. 그 뒤로 어떻게 반응을 보였을지, 아니면 기록에 남는 것을 피해 켈리가 연락해오기를 기다리고 있을지, 어느 쪽이건 접촉하려면 연락할 곳은 여기밖에 없다.

켈리가 자리에 없는 이상 회장실은 비어 있어야 하겠지만 실내에 들어섰을 때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회장실은 몇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다. 목소리는 집무실 쪽이 아니라 사적인 거실에서 들려왔다.

슬쩍 안을 들여다보자 거실 안쪽, 침실 근처에서 남녀 한 쌍이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화를 나누느라 켈리가 들어왔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켈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살짝 물러났다. 근무시간에 직원 중 누군가가 오랫동안 비어 있는 회장실을 밀회 장소로 사용하던 거라면 굳이 방해하기도 미안해서였다.

하지만 그 대화는 상당히 험악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도저히 사랑의 밀어를 주고받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남자가 여자를 일방적으로 책망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제야 이혼할 수 있게 됐다고. 이걸로 당당하게 너하고 살 수 있게 된 건데, 이제 와서 싫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야?"

"흥분하지 말고, 좀 진정해요. 내가 언제 결혼하고 싶다고 했죠? 난 한번도 그런 소리 한 적 없어요."

"나한테 부인이 있으니까 그랬던 거잖아. 넌 아무 말도 안 했어. 날 믿고 계속 기다려줬지.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해서 정말 미안했어. 그러니까 이렇게 책임을 지겠다는 거잖아!"

"그건 당신 착각잉라고요. 이봐요, 밥. 이혼 따위 관둬요. 그런 짓 해봤자..., 곤란하다고요."

"어째서?! 넌 날 사랑하잖아!"

"물론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고요. 어째서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거죠?"

"마누라하고 이혼하겠다고 했잖아! 너하고 결혼하려고! 어째서 못 알아듣는 거야?!"

"난 모르겠어요, 전혀. 당신은 이런 소리 안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반대로 남자는 완전히 흥분해버린 듯했다. 여자의 반응이 예상과 전혀 다르게 나오자 화가 난 거겠지.

"결국 장난이었다 이거야? 난 진심으로 널 사랑했는데, 마누라하고 헤어지겠다고 결심까지 했는데! 날 배신하는 거야?!"

"그만 해요! 당신도 처음에는 장난이었잖아! 서로 마찬가지 아니에요?!"

"시끄러! 넌, 넌 가만히 내 말만 들으면 돼!"

"놔줘요!"

대체 뭐야, 이 아수라장은?

켈리는 기가 막혀서 멍하니 있었지만, 뭔가를 때리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비명이 울리고 남자가 싫어하는 여자를 억지로 침실로 끌고 들어가는 기척이 나자 쓴웃음을 지으며 대담하게 침실로 다가갔다. 그동안에도 들려오는 소리는 더욱 심상치 않게 변해 있었다.

활짝 열린 침실 문을 가볍게 두드리고, 켈리는 입을 열었다.

"실례. 그건 내 침대인데, 비켜줄 수 있을까?"

반항하는 여자를 억지로 침대에 눕혀서 옷을 벗기려던 남자는 깜짝 놀라서 뛰어 일어났다. 여자 쪽도 서둘러 몸을 일으켰지만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켈리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재스민의 외견 담당반 치프인 헬렌이었다.

절망한 눈으로 켈리를 보다가 당황하며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얻어맞은 뺨을 숨기려 고개를 돌렸다.

남자 쪽은 모르는 얼굴이었다.

나이는 서른 살 전후, 체격이 떡 벌어진 남자였다. 아직도 거칠게 씩씩거리면서 굉장히 미련이 남는 듯 침대 쪽의 헬렌을 보면서도 불안하게 켈리의 눈치를 살피다가 갑자기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방해하지 마십시오, 미스터 쿠어. 이건 이 여자와 내 문제입니다."

"그러고 싶기는 한데, 여기는 내 방이고 당신은 불법침입자야. 당신, 우리 직원이 아니지?"

남자는 더욱 놀랐다. 놀고만 다닌다고 평판이 자자한 부총수가 직원 전원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겠지. 혀를 차며 이름을 밝혔다.

"체스터 보험의 로버트 에임스입니다. 크게 실례했습니다. 따라와, 헬렌."

"그만 해요."

에임스는 침대에 주저앉아 있는 헬렌의 팔을 붙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헬렌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와! 이야기는 아직 안 끝났어!"

"더 할 이야기는 없어요!"

"닥쳐!"

에임스가 짜증스럽다는 듯 다시 헬렌을 때리려던 순간, 재빨리 다가간 켈리가 그 팔을 붙들었다.

"상당히 거친 사람이군.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