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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 남편."

60세 이상의 노인으로 보이는 집사는ㅡ기가 막히는 일이지만 미소까지 지으면서 정중하게 절을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쿠어 가문의 집사를 맡고 있는 이자드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켈리가 입을 열 틈도 없이, 여자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옷 갈아입고 올게. 상대하고 있어줘."

"알겠습니다."

켈리는 멋대로 소파에 앉았다.

화가 나서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지금 엉덩이 밑에 깔려 있는 물건은 아무래도 수제 벨벳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앞쪽에 나무 문양의 테이블이 놓여 있어서 투시해보자 진짜 나무였다. 발 밑에 깔린 융단도 돈 덩어리나 다름없었다.

방의 정면에는 큰 난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굵은 장작까지 쌓여 있다. 설마 실용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지만, 단언할 수는 없다. 우주선 안에서 장작을 땐다는 비상식적인 행동조차 이 배에서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벽난로의 재질은 진짜 대리석인 듯했고 그 위에 놓인 꽃병도 진짜 유리로 보였다. 즉 떨어뜨리면 깨진다는 말이다.

오른쪽 눈으로도 살펴봤지만 과연 엄청난 방어 장치였다. 바닥도 천장도, 물론 안쪽 방도 투시할 수 없었다.

켈리가 방 안의 물품들을 감정하는 동안 어딘가에 연락을 하던 이자드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뭔가 드시겠습니까, 주인님?"

푹신한 소파는 자칫하면 그대로 파묻혀버릴 것만 같다.

형용하기 힘든 표정으로 이자드를 바라보았지만 상대는 너무나도 진지한 얼굴이었다.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묻는다.

"식사는 이미 마치셨는지요, 주인님. 그러시면 뭔가 마실 것이라도 준비할까요?"

"당신, 내가 누군지 알고서 말하는 거야?"

"아가씨와 결혼하실 분이지요."

정말로 알고 있는 건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태연한 데다 담담하기 그지없는 태도. 무슨 소리를 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듯했다.

난 해적이고 지명수배자인데 말이지,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켈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소중한 아가씨면, 왜 저런 걸 타고 우주에 나가도록 가만히 놔두는 거야?"

"저 붉은 우주선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그래.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그건 완벽하게 자살 행위야. 아니면 당신도 저 여자가 죽어주기를 바라는 인간들 중 한 명인가?"

노집사는 이 직설적인 질문에도 달관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대답할 뿐이었다.

"저는 아가씨께서 태어나기 전부터 선대 주인님을 모셔왔습니다. 비행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아가씨께서 저 우주선을 고안해서 스스로 타겠다고 말씀하셨을 때는 엄청난 소동이었지요. 저 비행기를 만들었던 당시의 기술자들을 필두로, 이 배의 인간 거의 전원이 필사적으로 애원하면서 만류했습니다. 황송하지만 저도 저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사람들한테 지겹도록 설명을 들었으니, 제발 그만두시라고 빌었습니다. 눈물로 호소해보기도 했지만 저 따위가 말린다고 해서 말을 들어주실 분이 아니었지요."

실로 득도의 경지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