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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오랜 재활치료 기간 내내 신세를 졌던 낯익은 여자 간호사였다.

긴 머리를 간호모자 아래에서 굵게 땋고 그 끝에는 조그만 하얀 리본을 묶어 노항ㅆ다. 여성치고는 상당히 키가 컸으며, 엷은 핑그색 유니폼에 감싸인 몸은 입원 환자들이 직시하기 힘들 것 같은 굴곡 뚜렸한 실루엣을 자랑한다. 왼쪽 가슴에《아키》라고 적힌 조그만 명찰이 달려있다.

생글생글 웃음을 짓고 있는 조그만 얼굴은 그야말로 백의의 천사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청초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무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나는 1초 후 경직에서 풀려나자마자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아...... 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그러자 아키 간호사는 느닷없이 두 팔을 쭉 뻗더니, 내 어깨에서 시작해 아래팔과 옆구리 언저리를 꽉꽉 움켜쥐었다.

"으, 으악?!"

"오~ 살이 제법 붙었는걸? 그래도 아직 멀었어. 밥은 잘 먹고 다녀?"

"머, 먹고 말고요. 아니, 근데 왜 아키 씨가 여기 있는 거에요?"

병실을 둘러보았지만, 좁은 실내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 안경 공무원 아저씨에게 이야기 들었어. 뭐라더라, 정부를 위한 가상......, 네트워크? 그걸 조사한다며? 돌아온 지 아직 1년도 안 지났는데, 나도 힘들겠다. 아무튼 재활치료 때 널 담당했던 나도 꼭 모니터링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그래서, 오늘은 업무에서 제외됐지 뭐야. 수간호사님하고도 얘기가 다 됐대. 역시 국가권력은 대단하지? 아무튼 또 당분간 얼굴 보게 되겠네. 잘 부탁해, 키리가야."

"아......, 저, 저야말로."

마치 내가 미인에 약하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듯한 얄팍한 책략이로군, 키쿠오카!! 이 자리에 없는 에이전트를 속으로 욕하면서, 나는 웃는 얼굴로 아키 간호사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런데, 그 안경 공무원 아저씨는 안 왔어요?"

"응, 빠질 수 없는 회의가 있다나. 대신 말 좀 전해달래."

그녀가 넘겨준 갈색 봉투를 뜯고 손으로 쓴 편지를 꺼내들었다.

『보고서는 늘 쓰는 E메일 어드레스로 부탁해. 경비는 임무가 끝난 후 보수와 함께 지불할 테니 꼭 청구하고, 추신: 미인 간호사랑 밀실에 단둘이 있다고 젊음의 충동을 폭주시키지는 말 것.』

순식간에 메모를 봉투와 함께 구겨버린 후 라이더 재킷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아키 간호사가 이걸 읽었다간 성희롱으로 고발당할 것이 분명했다.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는 그녀에게 굳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아...... 그러면, 지금부터 네트워크에 접속할게요......"

"아, 그래그래. 준비는 다 됐어."

안내를 받은 젤 베드 옆에는 거창한 모니터 기기가 늘어서 있었으며, 침대 머리맡에는 흠집 나 없는 새 어뮤스피어가 은색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럼 옷 벗어, 키리가야."

"엑...... 네엣?!"

"전극을 붙여야 하거든. 어차피 입원하는 동안 다 봤으니까 새삼 얼굴 붉힐 것 없어."

"............저기, 위만 벗으면 되죠......?"

아키 간호사는 잠깐 생각하더니, 다행히 고개를 가로로 젓지는 않았다. 나는 재킷과 긴팔 셔츠를 벗고 침대에 누웠다. 심전도 모니터용 전극이 상방신 여기저기에 철썩철썩 붙었다. 어뮤스피어에도 심박 모니터링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만에 하나 크래킹으로 그 기능을 없앨 수도 있다고 키쿠오카가 우려했던 모양이다. 그 점만 보더라도 그가 진심으로 내 안전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좋아, 이젠 됐고......"

마지막으로 모니터 기기의 체크를 마친 아키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나는 손으로 더듬어 어뮤스피어를 집어 머리에 쓴 후 전원을 켰다.

"음, 그러면...... 다녀오겠습니다. 아마 4, 5시간은 걸릴 거에요."

"그래. 키리가야의 몸은 내가 똑똑히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안심하고 다녀와."

"자......잘 부탁합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새삼스러운 의문을 품으며 나는 눈을 감았다.

동시에 귓가에서 스탠바이 완료를 알리는 전자음이 들렸다.

"링크 스타트."

커맨드를 말하자 눈에 익은하얀 방사광이 시야를 뒤덮으며 나의 의식을 육체에서 해방시켰다.

땅에 발을 디딘 순간, 어렴풋한 위화감을 느꼈다.

이유는 몇 초 뒤에 판명되었다. 온 하늘이 살짝 붉은 기운을 띤 노란색으로 문들어 있었던 것이다.

《건 게일 온라인》내의 시간은 현실세계와 맞춰져 있다고 들었다. 다시 말해 오후 1시가를 살짝 넘은 하늘은 조금 전 병신 창문 너머로 봤던 것과 같은 푸른색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 우울한 황혼색은 어떻게 된 것일까.

한동안 이것저것 상상해본 후, 나는 어깨를 으쓰가며 생각을 그만두었다. GGO의 무대인 황양한 대지는 최종전쟁 후의 지구라는 설정이다. 세기말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한 연출일지도 모른다.

새삼 눈앞에 펼쳐진 GGO 세계의 중앙도시《SBC 글록켄》의 위용에 눈을 돌려보았다.

역시 SF계 VRMMORPG의 선두주자답게, 그 위용은 알브헤임의 세계수 위에 설치된 수도《위그드라실 시티》나 옛 아인크라드 주거구역의 판타지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금속 질감을 가진 고층건물들이 하늘을 찌를 듯 시커멓게 솟아 있으며, 이를 공중도로가 그물눈처럼 이어놓았다. 네온 컬러의 홀로그램 광고가 건물 틈을 요란하게 흘러가며, 지상에 가까울소록 이들의 수는 늘어나 소리와 색이 홍수처럼 넘쳐났다.

마지막으로 발밑을 보니, 내가 서 있는 곳은 흙이나 돌이 아니라 금속 플레이트로 포장된 길 위였다.

보아하니 초기 캐릭터 출현 위치로 설정되어 있는 곳인지 등뒤에는 돔 모양 건물이 있었으며, 눈앞에는 거리의 메인스트림으로 보이는 넓은 거리가 뻗어 있었다. 도로 좌우로 수상쩍은 상점이 빼곡하게 늘어선 것이, 어딘가 아키하바라의 뒷길과도 비슷한 정경이었다.

그리고 오가는 플레이어들도 보통이 아닌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들뿐이었다.

압도적으로 남자가 많다. 비교적 여성 비율이 높은 ALO를 홈으로 삼고 있는 탓인지, 아니면 그 세계의 주민들은 가녀린 요정들뿐이라 그런지 위장 무늬의 밀리터리 재킷이며 검은 보디아머를 걸친 우락부락한 남자들만이 잔뜩 활보하는 광격은 정말 압박감이 느껴진달까, 활력이 넘친달까, 솔직히 말해 갑갑해 보였다. 게다가 이놈이고 저놈이고 전부 눈빛이 험악해서 말을 붙이기조차 어려웠다.

압도당한 이유는 또 있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어깨며 허리에 검게 빛나는 울퉁불퉁한 무기──총을 걸치고 있는 것이다.

장식 요소가 있는 검이나 창과는 달리, 총에는 오로지 한 가지 목적밖에 없다. 무기라는 것. 적을 쓰러뜨린다는, 오로지 그 목적만을 위해 디자인된 형태이며 색채인 것이다.

그렇군. 결국 그건 이 세계 그 자체에도 적용되는 요소가 아닐까. 나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게임 세계에 존재하는 것은《싸우고, 죽이고, 빼앗는다》는 첨예화된 목적뿐이다. ALO가 내건 것처럼《가장세계의 생활을 즐긴다》는 요소는 거의 완전히 생략되었다.

그런 까닭에, 아마도 화려하거나 귀여운 용모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될 것이다. 전장에서 적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한 사나운 병사의 외견이 이미 중요한 파라미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남자들 대부분이 짙은 수염을 기르거나 얼굴에 눈에 띄는 상처 자국을 새겨 놓은 것도 그것이 이유다.

그렇다면 내 아바타는 대체 어떤 외견을 가지고 있을까.

새삼 그런 생각이 들어 나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이 세계에서 눈에 띄어《사총》의 타깃이 된다는 목적을 원해서는 할리우드 영화에 나올 법한 근육질 전사의 모습이 바람직──.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두 손의 피부는 하얗고 매끄러웠으며, 손가락도 깜짝 놀랄만큼 가늘었다. 검은 전투복을 입은 몸은 어쩌면 현실의 나보다도 더 말랐을지도 모르겠다. 시점으로 보건대 별로 크지 않은 것 같았다.

이 건 게일 온라인에 다이브하면서, 얼마 전 아스나에게도 설명했듯 나는 초기 캐릭터를 생성해 키울 생각이 없었다. 그러고 있다가는 강자들만을 노린다는《사총》과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노릇이다.

VRMMORPG 개발 지원 패키지《더 시드》를 이용해 생성된──정확히 말하면《카디널》시스템 상에서 기동하는 게임 세계에는 공통된 상위규정 하나가 있다. 다시 말해《캐릭터 컨버트 가능》이다. 더 시드를 이용하는 게임은 절대로 이 기능을 OFF할 수 없다.

그 기능을 이용하면 어떤 게임에서 키운 캐릭터 데이터를 그 능력 그대로 다른 회사가 운영하는 게임에 이동시킬 수 있다. 휴대단말의 SIM 카드를 바꿔 꽂으면 어느 통신회사의 단말이든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려나, 이를테면 A라는 게임에서 키운 근력 100, 민첩 80이라는 스탯의 캐릭터 데이터를 게임 B로 옮긴다고 사정하자, 그러면 게임 A의 스탯 비율을《상대적으로 유지한》변환이 이루어져, 게임 B의 스트랭스 40, 어질리티 30까리 캐릭터가 탄생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ALO 내에서 중상급 정도 능력을 지녔던 《육탄전사형》캐릭터는 GGO에서도《중상급 전사》로 재탄생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것은 캐릭터의 복제를 늘리는 기능이 아니다. 컨버트 한 순간 원래 세계의 캐릭터 데이터는 완전히 소멸하며, 또한 옮길 수 있는 것은 캐릭터 본체뿐, 아이템은 전혀 가져올 수 없다. 편리하기는 하지만 제법 결단력이 필요한 행위이다. 이번에 ALO에서 사용하던《스프리건 키리토》의 캐릭터를 GGO로 옮기면서 나는 아이템 거의 대부분을 신(新) 아인크라드 제 55플로어에 갓 개점한 에길의 잡화점 보관고에 억지로 떠넘기고 왔다. 하지만 이처럼 믿을 수 있는 지인이 없을 경우엔 재산을 모두 잃을 각오가 필요하다.

아무튼 나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