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방언 쌍형어의 어두격음 교체현상 小攷

※저는 관련 학문분야의 지식을 온전하게 갖추고 있지 못한 아마추어입니다. 다소 조잡하고 엉성한 글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졸고를 이곳에 공개한 이유는 다양한 관점에서 제 생각에 대한 의견과 조언을 얻고자 함입니다.

※각주를 삽입하기 어려운 환경이므로, 일부 각주가 본문에 포함되었습니다. 또한 본문내 인용이 아닌 각주로 들어가야 할 일부 출전을 본문 끝부분에 몰아서 기재한 점도 양해 부탁드립니다(출전은 추후 추가 예정).

1. 序論

이 글의 목적은 이 글의 목적은 제주방언에서 자음교체, 그중에서도 어두격음의 교체현상이 나타나는 쌍형어를 검토하고, 통시음운론의 관점에서 그 기원을 밝히는 데 있습니다. 방언구획에서의 제주도는 잔재지역으로, 제주방언은 한반도 본토의 諸방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古語나 古形態를 상당수 보존하였습니다. 또한 제주방언의 어휘부는 복수의 역사적 층위로 구성되어 있는데, 때문에 어휘부 속에 쌍형어로 여겨질만한 것이 다수 산재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그 중에서도 어두격음이 다른 자음으로 교체되어 최소대립쌍을 형성하는 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어중에서 격음이 교체되는 쌍형어의 사례는 후속 연구에서 다루어보겠습니다.

2. 중세국어 어두자음군의 変化樣相

중세국어 어두자음군은 크게 ㅅ계 어두자음군과 ㅂ계 어두자음군으로 양분되는데, 이곳에서는 제주방언에서만 독특하게 발생한 어두자음군 변화를 고려하여 후자에서 ㅄ계 어두자음군 범주를 임시로 분리시켜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논의하겠습니다. 중세국어의 어두자음군을 문자로 표현할 때 합용병서를 하게 되는데, 이들을 앞서 설정한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중 ㅅ계 합용병서 범주에 속하는 ㅻ은 ᄮᅡᄒᆡ[男]의 용례가 유일하므로 논의에서 제외할 것입니다. 또한 ㅅ계 합용병서를 경음표기로 보는 관점은 취하지 않겠습니다.

위 표에 나열된 어두자음군은 근대국어 시기에 각각 ㅅ- / ㅂ- / ㅄ-이 탈락하고 이들에 뒤따르는 자음이 경음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소실되었습니다. 이 음운변천의 결과로 국어의 저해음은 세 가지 대립을 갖추게 되었고, 현대국어의 자음체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어두자음군 소실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공식을 세울 수 있습니다.

중세국어 (S)C₁C₂ > 근대국어 C₂C₂ …… (공식 1)
(※C는 저해음을 의미. 경음표기는 편의상 동일 자음을 두 번 적는 것으로 함.)

그러나 제주방언에서는 이들 어두자음군의 소실 양상이 사뭇 다르게 나타납니다. ㅅ계 어두자음군과 ㅄ계 어두자음군을 포함하는 어휘의 경우 상기된 공식과 동일한 변천을 거쳐 변화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두 ㅂ계 어두자음군은 ㅄ를 제외하면 위의 공식을 따르지 않아 경음화하지 않고 격음화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제주방언에서만 독특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이를 반영하여 상기된 공식을 수정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C)C₁C₂ > 제주방언 C₂C₂ …… (공식 2)
*S₁S₂ > 제주방언 S₂H …… (공식 3)
(※S는 파열음을, H는 기식을 의미.)

이 공식은 이 글에서 앞으로 다루게 될 제주방언 쌍형어의 어두 격음교체 현상을 설명하는 토대가 됩니다. 이 글에서는 어두자음군의 변화 양상 외에도 후술할 중세국어 격음의 형성 과정을 근거로 제주방언 쌍형어에서 보이는 격음교체 현상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3. 어두격음 교체사례의 検討

제주방언의 쌍형어에서 나타나는 어두 자음 교체는 주로 상이한 유기파열음을 수반합니다. 어두 격음이 다른 자음으로 교체되는 쌍형어는 세 가지 전형적인 경우로 나누어지며, 각각 ㅍ~ㅋ / ㅌ~ㅋ / ㅊ~ㄲ로 교체됩니다. 이 중 마지막 경우는 후술하겠지만 본고에서의 주된 논의의 대상은 아닙니다. 우선은 각 격음교체의 유형과 쌍형어를 검토해봅시다.

3.1. 어두 ㅍ~ㅋ 교체

아래 표에 어두 ㅍ~ㅋ 교체현상을 보이는 제주방언 쌍형어와 대응되는 중세국어 및 현대국어 어형을 나열하였습니다.

표 1에 실려 있는 제주방언 쌍형어와 그 중세국어 형태를 비교하면서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사실은, 제주방언에서 어두 ㅍ~ㅋ의 교체를 보이는 어형이 중세국어에서는 모두 초성 ㅍ으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이는 후계언어인 현대국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주방언에서 어두 격음의 일부는 중세국어와의 비교로부터 알 수 있었듯이 어두자음군에서 기원합니다. 그러나 표 1에서 제주방언과 비교되고 있는 중세국어 어휘는 어두자음군을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어두 격음의 교체현상은 국어 내에서 격음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 현상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격음 형성에 관한 논의에 앞서, 우선은 거례된 모든 쌍형어를 검토해보기로 하겠습니다. 다음은 위 쌍형어에서 자음교체 외적으로 주목할만한 사실입니다.

1ㄱ) 「페다~케다」의 모음 ㅔ는 중세국어 모음 ㆎ와 정칙대응입니다. 小倉進平(1944)의 기술에 따르면, 20세기 초 제주도 일부 지역에서 모음 ㆎ /ö/는 변별적으로 음소체계상에 존재했으며, [e]와 [ɛ] 사이의 조음위치로 실현되었습니다. 이를테면 城山에서는 「배[舟]」를 현재와 같이 「베」로 발음했지만, 大靜에서는 「ᄇᆡ」로 발음하여 보수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페다~케다」의 20세기 초 이전의 어형은 중세국어 어형과 모음이 일치하는 「*ᄑᆡ다~ᄏᆡ다」로 재구될 수 있습니다.

1ㄴ) 「풀다~클다」의 두 쌍형어의 모음은 일치하지 않는데, 이는 양순음 ㅍ이 후행하는 모음을 圓脣化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부 조건에서의 모음의 원순화는 근대국어 시기에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하므로, 「클다」의 경우 해당 모음변화를 겪지 않았기에 중세국어 어형 「플〮다〮」와 모음이 일치합니다.

1ㄷ) 「품다~쿰다」은 다른 비교대상과 자음교체 외에는 별다른 불일치가 보이지 않습니다.

1ㄹ) 「일품~일쿰」에 대응되는 중세국어 어형이 문증되지 않기 때문에 현대국어와 비교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음교체 외에는 주목할만한 점은 없습니다.

李基文(1991:18)과 Ramsey(1991, 1993)는 중세국어의 유기저해음 ㅍ/ㅌ/ㅊ/ㅋ가 자음군 *HC 혹은 *CH에서 유래하는 이차적인 기원을 갖는다고 설명했습니다. C는 파열음 혹은 치찰음, H는 연구개음 [k] 혹은 후두음 [h]을 대표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중세국어 음소배열상의 공란, 즉 음소배열 제약에 기반합니다. ㅂ계 합용병서 중 어두자음군 ㅳ- / ㅄ- / ㅶ- / ㅷ- 문증되지만 ㅲ-는 그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기중세국어 문헌 『鷄林類事』에서 문증되는 후기중세국어 큰〮[大]에 대응하는 黑根 /hukun/과, 후기중세국어 ᄐᆞ〮[乘]-에 대응하는 轄打 /hoto-/가 이 설명을 뒷받침해줍니다. 중세국어 격음이 이차적인 기원을 갖는다면, 언문 창제 전의 중세국어 시기에 ㅂ에 후행하던 ㄱ이 유기음화를 유발하여 *ㅲ > ㅍ/#_의 변화가 발생했음을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이 가정은 중세국어에서 *ㅲ이 문증되지 않는 배경을 설명해줍니다.

이와 같이 가정된 음운변화는 제주방언 어휘에서 나타나는 어두 ㅍ과 어두 ㅋ의 교체현상을 설명할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공식 3을 상기하자면, 제주방언은 파열음 연속에서 선행하는 파열음이 탈락되고 후행하는 파열음이 격음화되는 음운변화를 거쳤습니다. 이는 본토 諸방언에서 후행하는 파열음이 경음화한 것과는 구별되므로 제주방언의 독자적인 개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되는 어두자음군 *ㅲ는 제주방언에서 어두 ㅋ으로 변화했을 것이며 어휘부 내에서 오래된 층위를 구성합니다. 쌍형어 가운데 어두 ㅍ으로 나타나는 어형은 훗날 본토에서 유입된 새로운 층위의 어휘일 것입니다. 국어의 격음은 자음군 *HC 혹은 *CH 양방에서 유래한다고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표 1에 제시된 어휘는*pk-의 자음군을 포함하는 어형으로밖에 재구될 수 없습니다. 이를 설명하려면 우선 어두 ㅌ~ㅋ 교체 현상을 논의해야 합니다.

3.2. 어두 ㅌ~ㅋ 교체

아래 표에 어두 ㅌ~ㅋ 교체현상을 보이는 제주방언 쌍형어와 대응되는 중세국어 및 현대국어 어형을 나열했습니다.

제주방언에서 어두 ㅌ~ㅋ의 교체를 보이는 어형이 현대국어에서는 모두 초성 ㅌ으로 나타난다는 점은 어두 ㅍ~ㅋ의 교체의 경우와 유사합니다. 그러나 일부 중세국어 어형에서 어두 ㅳ 혹은 어두 ㅷ를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음에 자음교체 외적으로 주목할만한 사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2ㄱ) 「카다」의 경우 자음교체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어휘이지만 중세국어와 현대국어의 어형으로부터 기대되는 어두 ㅌ 대신에 어두 ㅋ을 가지고 있기에 포함시켰습니다. 격음교체가 발생하지 않는 설명으로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하나는 모종의 이유로 어형 「타다」가 쓰이지 않게 되었거나 方言調査에서 수집되지 않은 경우, 둘은 「카다」가 애초에 위 표에서 비교되는 중세국어 및 현대국어와는 다른 기원을 지니는 상이한 어휘인 경우입니다. 후자의 경우를 먼저 논해보자면, 그 근거로 모음의 불일치를 거론할 수 있습니다. 중세국어 어형 「ᄩᆞ다〮」을 고려했을 때 제주방언 어형에서는 용언어간에서 모음 아래아 「ㆍ」가 기대되지만, 예상과는 다른 「ㅏ」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이 어휘가 중세국어 「ᄩᆞ다〮」와는 기원적으로 별개의 어휘임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전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기대되지 않는 모음의 불일치는 해당 용언의 활용형으로부터 유추되어 재구조화를 거치며 발생한 것일 수 있습니다. 두 동사 「ᄏᆞ다」「카다」는 어미 「-아」를 수반하여 활용될 때, 이를테면 「캇저」와 같은 동일한 활용 형태을 갖습니다. 앞서 제시한 두 가능성 중 어느 하나가 더욱 타당한지 확신할 수 없으므로 이 문제에 관한 이 이상의 논의는 어렵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중세국어 어형에서 어두 ᄩ를 갖는다는 점입니다. 후술하겠습니다.

2ㄴ) 「터럭~꺼럭」의 경우 어두 ㅌ~ㅋ 교체가 아닌 어두 ㅌ~ㄲ 교체가 나타나기에 (2ㄱ)과 함께 특수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주방언에서는 동일한 의미를 가진 「털~껄」의 교체도 나타납니다. 이로써 「터럭~꺼럭」과 「털~껄」은 현대국어의 「터럭」과 「털」의 관계와 비교될 수 있습니다. 또한 「머리카락」에서 나타는 「카락」은 이들과 유관한 어휘로 보이는데, 본고에서 다루는 다른 자음교체 사례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후술할 격음 형성과 관련 지어 곧 간단히 재방문해보겠습니다.

2ㅁ) 「튀다~퀴다」는 중세국어 어형에서 기대되지 않는 어두 ᄠ을 갖습니다. (2ㄱ)의 경우와 더불어 후술하겠습니다.

2ㅇ) 「퀴눈이~퀘눈이」는 자음교체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어휘이지만 (2ㄱ)과 비슷하게 현대국어 어형으로부터 기대되는 어두 ㅌ 대신에 어두 ㅋ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국어 어형과 모음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도 있습니다. 대응되는 중세국어 어형은 문증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어휘가 「틔〮」와 「눈〮」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은 자명하므로 중세국어 어형은 「*틔〮눈〮」으로 재구될 수 있습니다. 제주방언 어형에 붙은 지소접사 「-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어형과 비교했을 때 두 가지 주요한 문제점이 떠오르는데, 하나는 첫 음절의 모음 불일치, 둘은 제주방언에서 「퀴~퀘」라는 어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에 현대국어와 동일한 「티」만이 있을 뿐입니다.

상기 외의 예시는 자음교체를 제외하면 지금 단계에서 크게 지적할만한 사항은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어두 ㅍ~ㅋ의 교체 현상과 어두 ㅌ~ㅋ의 교체 현상은 중세국어와 현대국어 어형에서 나타나는 각각의 ㅍ과 ㅌ을 우세적인 어두자음이라고 분류했을 때, 열세적인 어두자음인 ㅋ을 공통되게 갖는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면, 쌍형어에서 어두 ㅍ 및 어두 ㅌ이 교체형에서 공통적으로 어두 ㅋ으로 나타나지만, 어두 ㅍ과 어두 ㅌ이 서로 교체되는 경우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격음교체상의 제약은 이 현상이 단순히 산발적인 파열음 교체가 아님을 시사합니다.

3.3. 어두 ㅊ~ㄲ 교체

아래 표에 어두 ㅊ~ㄲ 교체현상을 보이는 제주방언 쌍형어와 대응되는 중세국어 및 현대국어 어형을 나열했습니다.

표 3에서 제시된 제주방언 쌍형어의 어두 자음교체 현상은 복잡한 유래를 갖습니다. 또한 본고에서 논하고자 하는 격음교체 현상과는 유형이 다르기에 이 문제에 관해서는 후속 연구에서 논의하고자 합니다.

4. 어두 격음교체의 起源

이들 격음 교체현상을 수반하는 쌍형어의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해당 쌍형 어휘군이 제주방언 어휘부에 편입된 경위를 파악해야 합니다. 제주도는 내륙으로부터 격리된 절해고도인 데다가 고려시대 이래 유배지로 사용되어 왔기에 외부 언어의 유입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져왔음은 주지의 일입니다. 따라서 제주방언 어휘부는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온 비교적 오래된 층위와, 이주 및 유배 등의 이유로 본토로부터 간헐적으로 유입된 비교적 새로운 층위가 구분되어 있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 현상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교체되는 두 어형 중 어느 것이 더 고어형인지를 밝혀줄 문헌 증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중세국어와 현대국어 어형과 비교했을 때, 제주방언 어형중 2.2.1에서는 어두 ㅍ이 다른 비교대상과 공유되며, 2.2.2에서는 어두 ㅌ이 공유됩니다. 제주도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언어가 유입되었음을 고려했을 때, 공유되는 어두자음을 갖는 어형은 본토에서 유입된 더 새로운 층위의 어휘일 것입니다. 반면에 어두 ㅋ으로 나타나는 어형은 다른 본토 방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제주방언에서 독자적으로 발생한 개신이므로, 이쪽을 제주방언 어휘부상의 고어형으로 설정하는 것에는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즉, 徐廷範(1965)에서처럼 본토의 어두 ㅍ과 어두 ㅌ이 제주방언에서 어두 ㅋ으로 변화하였다는 관점이 아닌, 육지어와 제주방언이 각각 구분되는 개신을 거쳤다는 관점을 취하여, 따라서 고어형이란 어두 ㅍ과 어두 ㅌ으로 변화한 개신이 어두 ㅋ으로 변화한 개신보다 제주방언 어휘부에 늦게 반영되었다는 의미로부터 성립합니다.

이곳에서 주요 논점이 되는 2.2.1과 2.2.2의 어두격음 교체현상은 모두 파열음을 수반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쌍형어 어형은 우세적인 어두 ㅍ과 어두 ㅌ에 대비되는 열세적인 어두 ㅋ을 공유합니다. 이 격음교체상의 제약은 중세국어 격음이 연구개음 [k]나 후두음 [h]를 수반하는 이차적인 기원을 가진다는 가설과, 제주방언에서 파열음을 수반한 어두자음군이 변화한 양상을 일반화한 공식 3을 상기시킵니다. 종합적으로, 2.2.1과 2.2.2의 어두격음은 SH 혹은 HS의 어두자음군에서 유래한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식 3에 따르면, CH 혹은 HC의 어두자음군의 두 선택지는 더 좁혀질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두 파열음이 연속될 때, 선행하는 파열음이 탈락하고 후행하는 파열음이 기식화됩니다. 때문에 쌍형어 중 어두 ㅋ을 갖는 고어형은 SH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따라서 2.2.1과 2.2.2의 어두격음은 각각 *pk-와 *tk-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주방언에서 반대로 격음교체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어두 파열음 격음을 포함하는 어휘는 이론적으로는 HS의 어두자음군에서 유래해야 합니다. 이를 뒷받침해주듯이, 훗날 어두격음이 되는 『鷄林類事』 상의 黑根 /hukun/과 轄打 /hoto-/는 모두 HS 자음군으로 이어지며, 반면에 예비적인 SH 자음군은 문증되지 않습니다. 즉, HS 자음군은 더 이른 시기에 기식화된 것으로, 본토 국어의 제주방언이 공유하는 음운현상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치우친 예비 어두격음 사례는 단순히 자료의 부족 탓일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SH에서 유래한 현대 제주방언 어형은 모두 어두 ㅋ을 수반해야 하므로, 제주방언 사전에서 ㅋ 색인은 다른 격음에 비해 더 두꺼워야 하겠지만, 실상은 중세국어나 현대국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가장 빈약한 색인 중 하나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두 가지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하나는 애초에 어두에서 SH의 연속을 갖는 어휘가 적었을 가능성, 둘은본토에서 유입된 새로운 층위의 어두 격음 어휘가 대응되는 오래된 층위의 어휘를 완전히 대체했을 가능성입니다. 전자는 실증하기 어렵지만, 후자는 (2ㅇ)의 사례를 참고하면 새로운 층위의 「티」가 오래된 층위의 「퀴~퀘」를 완전히 몰아내고, 고어형은 화석어인 「퀴눈이~퀘눈이」에만 그 흔적을 겨우 남긴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ㄱ)과 (2ㅁ)은 특이한 사례입니다. 전자의 경우 중세국어에서 어두 ᄩ를 가지며, 후자의 경우 중세국어에서 어두 ᄠ를 가집니다. 전자는 *ptk-를 가정하면 파열음만으로 구성된 ᄠ계 어두자음군이 되는데,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자음이 기식화되는 기존의 공식에 크게 위배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후자의 사례인데, 중세국어에서 어두 ᄠ를 갖는 어형은 제주방언에서 어두 ㅋ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이 유일례이기 때문에, 육지어로부터 유유입된 지배적인 어두격음을 포함한 새로운 층위의 어형을 더 규범적으로 여기게 되면서, 애초에 어두 ㅌ을 갖는 어형을 유추를 통해 어두 ㅋ으로 변화시킨 예시라고 짐작해볼 수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일부 쌍형어 어휘는 다소 복잡한 문제를 가지므로, 단순히 일괄적으로 적용하여 어두자음군 SH로 소급시킬 수는 없습니다. (2ㄴ)의 교체 양상은 열세적인 교체형이 어두 ㅋ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것이 제주방언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닌 중세국어를 비롯한 현대 본토 諸방언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다른 설명을 요합니다.

외에도 현대 諸방언에서 「(머리)까락」「(머리)커럭」 등의 다양한 어형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가느다랗고 긴 사물을 대표하는 「가닥」「가락」과 의미상으로나 형태상으로나 유관한 어휘임은 자명합니다. 상세는 알 수 없으나, 「가닥」「가락」에 서로 다른 접두사가 붙어 형성된 최소대립쌍의 어휘라고 생각됩니다. 특이하게도 「머리」는 ㅎ 종성체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대국어에서 초성에서 ㅋ으로 나타나는 어형이 「머리카락」으로부터 얻어집니다. 이는 HH 연속으로부터 유래하는 ㄲ계 어형과 같은 유래를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에 관하여 더 자세한 논의는 이 글이 다루는 범위를 벗어나기에 이 이상 다루지 않겠습니다.

5. 結論

결론은 제주방언 쌍형어의 어중격음 교체, ᄭ~ᄎ 교체 문제에 관한 개인연구가 진행될 때까지 유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