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Phase of My Journey (2014/09/14)

두 아이를 둔 주부로서 아이들 학교에서 하는 International Fair에 한복을 입고 자원봉사를 할 때, 사람들이 다가와 한복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면서 이 옷이 기모노이냐고 물어올 때 가장 곤혹스러웠고, 한국복식사를 연구한 학자로서 우리나라 옷의 이름이 ‘한복’이라는 것을 세계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누구나 한복을 “아름답다”, “우아하다”, “우수하다”라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복식사가로서 나의 임무는 “어떠한 점에서 아름다운가?”, “어떠한 점이 우아한가?”, “어떠한 점에서 우수한가?” 를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개념으로 뽑아내는 것이었다. 우리 옷만 자세히 안다고 해서 이런 개념을 집어낼 수 없다. 중국, 일본, 서양 등 다른 나라 옷의 특징을 함께 습득하면서 세계의 복식 속에서 보아야 우리나라 옷의 특징이 잡히기 시작한다. 가령, 몸에 맞는 드레스를 제작하기 위해 서양에서는 다아트가 기본적으로 발달했는데, 우리나라 옷에는 왜 다아트가 발달하지 않았는지? 우리나라에서는 왜 타이트한 바지를 만들지 않고, 행전을 치는 것에 의존했는지? 미국사람들은 기겁할 정도로 싫어하는 박쥐 문양을 왜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복(福)의 상징으로 즐겨 썼는지? 서양에서는 리본을 묶을 때 두개의 고리를 만드는데, 우리나라 고름은 왜 리본을 하나만 만드는 것으로 고착되었는지? 서양 옷은 그렇지 않았는데, 왜 우리나라 옷에는 형태, 사이즈, 색상, 문양 이 모든 하나 하나에 의미와 소망이 담겨있는지? 결혼한 아녀자의 저고리 끝동에 남색을 다는 것은 아들을 염원한 것이고, 활옷에 모란을 수 놓은 것은 신부가 결혼해 살 때 부귀를 상징한 것이며 유학자의 방건이 사각형으로 생긴 것은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평화로움을 얻으라는 의미였다. 이처럼 우리 옷은 형태, 색, 문양, 심지어 옷을 만드는 방법까지 거의 모든 요소에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는데, 이것은 우리 옷만이 가진 특징이다. 이러한 상징 의미를 역사적인 근거와 함께 이야기로 풀어내면 미국사람들은 무척 재미있어 한다. 우리 옷의 역사에는 세계인이 흥미있어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여기에 열거한 내용들은 미국에 살면서 우리 옷을 비교문화론적으로 깊이 바라보았기에 뽑아낼 수 있었던 특징들이다. 강의는 미국인이건 한국인이건 복식을 만드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했고, 디테일한 면도 시각적 자료를 이용하여 이해를 도왔다.


모교인 서울대학에서 1996년부터 5년간 한국복식사 시간강의를 하고 2000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해 지도교수님께서 퇴임하셨는데, 후임 교수를 뽑지 않아 그 이후 서울대학에서 한국복식사 연구의 맥은 끊어졌다. 나는 곧 개인적인 사정으로 미국에 오게 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내가 미국에 와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복에 관한 강의를 하게될 줄 몰랐다. 2013년 5월 게티박물관에서의 특강을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에서 두 차례, 몬터레이 아시안 아트 소사이어티에서 한 차례 강의를 했다. 강의에 와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 이면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즐기고 흐뭇하게 돌아가는 관객을 통해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09.14.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