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났다. 헤카테 Ⅱ 는 레어 중의 레어 무기이므로 이를 짊어진 채 정면전투에 참가했다가 만약, 사망후 무기 드롭을 당했다간 보통 큰일이 아니다. 다인은 사전에 저격이 끝나면 그 후에는 대기해도 좋다고 말했다. 세컨드 타깃을 놓친 것은 미련이 남았지만, 나머지는《불길한 예감》이 기우로 끝나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논은 다시 라이플을 움직여 스코프의 배율을 낮추고 적 파티 전체를 시야에 담았다. 네 사람의 어태커가 황급히 부근의 바위며 콘크리트 벽 같은 엄폐물 뒤로 뛰어 들었으며, 그보다 후방에서는 대형 레이저 라이플을 든 후위와 망토 차림의 그 거한이──.

"앗......!!"

시논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마침 거한이 두 팔을 치켜들며 위장 무늬 망토를 몸에서 벗어던진 참이었다.

사내의 두 손에는 무기가 없었다. 허리에도 없었다.

그 넓은 등에 짊어졌던, 아이템 운반용 백팩이라고만 생각했던 물체가 드러났다.

다무진 어깨에서 어깨로 금속 레일이 완만하게 뻗어 나와 있었다. 그 레일에 매달려 있던 것은 무뚝뚝하고도 정교한 금속 오브젝트였다.

Y자형 지지 프레임에 에워싸인 원통형의 기관부. 상부에는 굵은 캐리어 핸들이 튀어나와 있엇으며, 그 아래로 뻗어 나온것은 다발로 묶인 여섯 개나 되는 총신. 길이는 1미터도 훨씬 넘었다.

기관부에는 탄피가 장착되며 있었으며, 그것이 마찬가지로 레일에 걸린 대용량 탄창으로 이어져 있는 것 같았다.

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하고 사나운 그 모습은, 시논이 과거 단 한 차례 GGO 정보 사이트의 무기 명감에서 본적이 있었다.

분명 이름은《GE M134 미니건》. 무기 카테고리는 중기관총. 건 게일 온라인에 등장하는 총기 중에서도 가장 큰 부류에 속한다. 6연장 총신이 고속회전하며 장전, 발사, 탄피배출을 행해 7.62밀리미터 탄환을 초당 100발이라는 광기 어린 속도로 흩뿌리는, 악몽의 대명사라고 할 만한 무기──아니, 이 정도면 병기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중량도 무시무시하다. 듣기로는 본체만 해도 18킬로그램, 저만한 양의 탄약과 함께 갖추려면 40킬로그램을 넘을것이다. 제아무리 스트랭스에만 집중한 플레이어라 해도 중량제한 내에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연히 과중상태 때문에 이동 패널티를 받을 것이다.

저 파티가 늦게 도착한 것은 사냥이 길어져서가 아니었다. 사내가 낼 수 있는 최대 보행속도 때문인 것이다.

경악하면서도 스코프를 들여다보던 시논의 시야 한가운데에서, 거한은 오른손을 등 뒤로 돌리더니 미니건의 핸들을 붙들었다. 거대한 기관총이 매끄럽게 레일을 따라 미끄러져 사내의 몸 오른쪽 앞으로 90도 회전했다. 두 다리를 크게 벌리고 6연장 포신은 정면으로 들이대는 자세를 취하고──그때 사내는 처음으로 고글 아래 드러난 입을 움직여, 무시무시한 웃음을 지었다.

시논은 황급히 다이얼을 조작해 스코프의 배율을 최소까지 낮추었다.

시야 왼쪽에서 긴로우를 비롯한 세 명의 어태커가 서브머신건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적 파티의 전위가 든 레이저 블래스터의 광탄(光彈)이 창백한 꼬리를 끌며 세 사람을 향해 날아 들었지만, 이는 모조리 이쪽 어태커 세 사람으로부터 1미터 정도 떨어진 공간에서 수면 같은 파문을 남기고 감쇄되었다. 고성능《대 광탄 방호 필드》의 효과였다.

되갚아주겠다는 듯 실탄계 단기관총이 불을 뿜고, 바위에서 몸을 내밀었던 적 블래스터 유저 중 하나가 진홍색 피탄 이펙트를 뿜으며 쓰러졌다. 긴로우의 어태커 팀은 더더욱 전진해 적 집단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벽 뒤로 숨으려 했다.

그때 거한이 자세를 콱 낮추었다.

미니건의 포신이 고속회전하며 이글이글 빛나는 빛의 띠를 겨우 0.3초 정도 뿜어냈다.

겨우 그것만으로도 콘트리트의 엄페물과 함께 긴로우의 아바타가 분해, 소멸되었다. 물줄기에 휩쓸린 모래인형처럼 어이없이.

"헉........"

시논은 입술을 깨물고 헤카테 Ⅱ 를 집어 들며 일어났다. 양각대를 접고 슬링을 어깨에 걸쳐 짊어졌다.

전장 138센티미터에 달하는 헤카테 Ⅱ 는 150센티미터 정도의 신장밖에 안 되는 시논의 어깨에 묵직하게 파고들었으나, 그래도 중량 제한 내였다. 보조무장인 초소형 단기관총《H&K MP7》을 넣어도 어떻게든 제한을 초과하지 않는 것은 시논의 스트랭스 수치가 높은 데다, 헤카테 Ⅱ 의 탄약을 탄창 안의 일곱 발밖에 가지고 다니지 않기 때문이었다.

육안으로도 거의 1.5킬로미터나 떨어진 전장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머즐 플래시를 볼 수 있었다. 시논은 말없이 전속력으로 뛰어나갔다.

이렇게 된 이상 전황은 다인 일행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미니건 유저 한 사람만을 상대한다면 중거리 이상을 유지한채 항상 고속으로 이동하며 공격해 쓰러뜨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니건의 엄호를 받은 레이저 블래스터 유저들이 방호 필드가 효력을 잃는 근거리까지 육박한다면, 그쪽도 상대할 수밖에 없다.

스쿼드론 멤버들이라고는 하나 시논이 이 자리에서 철수한다 해도 불만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명령받은 타깃 저격 임무는 완벽하게 수행했으니까.

그래도 시논은 일직선으로 전장을 향해 달렸다. 동료를 구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오직 그 미니건 유저가 짓고 있던 웃음이 시논의 다리를 앞으로 움직였다.

사내는 전장에서 웃을 수 있을 만큼 강했다. 헤카테와 같거나 그 이상의 레어 총기인 미니건을 입수할 만큼 긴 플레이 시간. 무시무시한 스트랭스 요구치를 채우기 위해 외골수로 파고들 수 있었던 인내력. 게다가 시논의 저격에도 냉정하게 대처할 만한 담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 상대와 싸워 이길 수 있다면, 죽일 수 있다면 너무나도 약한 또 한 명의 자신──시논의 안에서 언제나 흐느끼고 있는 어린《아사다 시노》를 없앨 수 있다.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이 광기의 세계에 몸을 던진 것이다. 여기서 도망친다면 이제까지 쌓아 왔던 것이 모두 허사가 된다.

파라미터가 허용하는 최대 속력으로 메마른 지면을 박차고, 먼지투성이 공기를 가르며, 시논은 질주했다.

자갈 섞인 모래땅에 점점이 서 있는 바위며 무너진 벽을 피하고 뛰어넘어 겨우 수십 초의 이동으로 교전 에어리어에 돌입했다.

어질리티 파라미터 지원을 최대로 활용한 일직선 대시였다. 몸을 감추는 것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적 집단도 접근하는 시논의 모습을 이미 포착했을 것이다.

두 파티의 교전 영역은 개시 때와는 다른 완전히 바뀌었다. 당연히 후퇴한 것은 다인네 스쿼드론이었다. 미니건의 압도적인 제압사격에 힘입어 적 집단의 어태커는 착실하게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광학총의 유효 사정거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인은 포함한 네 사람은 엄페물에서 엄페물로 물러나고만 있었다.

황야를 누비는 일직선 질주도 더 이상은 불가능했다. 모습을 드러낸다면 즉시 폭포 같은 미니건의 총격을 받아 벌집이 될 것이다. 게다가 지금 다인네가 등을 기대고 있는 것과 같은 콘트리트 벽도 그들의 퇴로 뒤쪽으로는 이제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남음 것은 첫 접근에 이용했던, 반 이상 붕괴된 빌딩의 페허밖에 없었다. 그곳으로 도망친다면 독 안에 든 쥐가 될 뿐이다.

이런 상황을 순식간에 파악한 시논은 다인 일행이 몸을 웅크리고 있는 벽 뒤로 단숨에 뛰어들려 했다. 그 순간 세 줄기의 엷은 붉은색 빛줄기가 시논의 바로 전방에 표시되었다.

"큭......!"

이를 악물고 회피 태새에 들어간다. 이것은 적의 어태커가 든 레이저 블래스터의 불릿 라인이다.

시논은 우선 몸을 한껏 낮춰 첫 라인 밑으로 파고들었다. 그 직후 머리 위의 라인을 정확히 따라 착백한 열선이 공간을 태웠다. 눈앞에는 두 번째 라인이 뻗어 나와 있었다. 즉시 오른 발에 혼신의 힘을 담아 지면을 박차 허공에 몸을 날렸다. 배 바로 옆을 다음 레이저가 통과하며 한순간 시얄르 새하얗게 물들였다.

세 번째 라인은 허공에 떠 있는 시논의 궤도와 살짝 높은 위치에서 교차하고 있었다. 있는 힘껏 목을 움츠렸으나, 페일 블루 컬러의 쇼트헤어 끄트머리가 열션과 살짝 접촉해 빛의 입자가 파스스 흩어졌다.

간신히 레이저 블래스터의 연사를 피해 지면에 착지한 시논의 눈앞을──

무섭도록 굵은, 직경 50센티미터는 될 듯한 핏빛 라인이 물들이고 있었다.

틀림없이 미니건의 불릿 라인이었다. 이제 1초도 지나지 않아 그 폭풍 같은 연사가 날아들 것이다.

공포로 움츠러드는 몸을 채찍질해 시논은 지면에 막 닿은 오른발을 콱 구부리며 다시 있는 힘껏 뛰어올랐다. 공중에서 몸을 뒤틀며 높이뛰기의 포스베리 플롭처럼 한껏 들을 젖혔다.

그 직후 폭풍 같은 에너지의 분류가 등을 스칠 듯한 장소에서 요란하게 날뛰는 것을 느꼈다. 새하얗게 빛나는 실체탄의 무리가 시야 끝을 지나가며, 조금 떨어진 폐허 빌딩의 다 쓰러져 가는 벽의 일부를 둥글게 날려버렸다.

등부터 바닥에 격돌하기 직전, 시논은 다시 몸을 뒤틀어서 두 손 두 발로 착지했다. 동시에 있는 힘껏 몸을 전방으로 날렸다. 몇 번을 데굴데굴 구르자, 그곳은 이미 다인 일행이 웅크리고 있는 콘크리트 벽 뒤쪽이었다.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난 시논을 스쿼드론 리더는 경악에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리 호의적으로 보더라도 그 눈에 담긴 것은 감사의 광채가 아니라, 일부러 죽음에 목을 들이민 괴짜에 대한 의구심에 불과했다.

다인은 즉시 얼굴을 돌리더니, 손 안의 어설트 라이플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가 중얼거린 목소리는 낮고 갈라진 것이었다.

"......저 자식들, 보디가드를 불렀던 거야."

"보디가드?"

"몰라? 저 미니건 유저 말이야. 저놈은《베히모스》라고 하는데, 북쪽 대륙을 근거지로 삼고 있느 근육덩어리야. 돈은 있지만 근성이 없는 스쿼드론에 고용되어서, 호위꾼 비슷한 일을 한다던데."

당신보다는 훨씬 존경할 만한 플레이 스타일이군, 이라고 생각했지만 물론 입에는 담지 않았다. 대신 다인의 뒤쪽에서 이따금 엄페물로부터 고개를 내밀어선 적 집단을 향해 허무한 반격을 시도하는 어태커 세 사람을 쳐다보며, 그들에게만 간신히 들릴 정도의 볼륨으로 말했다.

"이대로 숨어만 있다간 금방 전멸할 거야. ──미니건은 이제 탄환이 얼마 남지 않았을 테니까, 모두 함께 공격하면 소사를 퍼붓지는 못하겠지. 그때를 노려 어떻게든 배제할 수밖에 없어. 서브머신건 두 사람은 왼쪽으로, 다인과 나는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M4는 여기서 백업......"

여기까지 말했을 때 다인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가로막았다.

"무리야. 블래스터도 세 놈이나 남았는걸. 근접전이 되면 방호 필드 효과가......"

"블래스터의 연사는 실탄총만큼 스피드가 빠르지 않아. 반은 피할수 있어."

"무리야!"

다인은 한사코 되풀이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돌격해봤자 미니건에 걸레가 될 뿐이라고. ......유감이지만 포기하자. 저놈들이 이겼다고 거들먹거리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당장 로그아웃해서....."

중립 필드에서 로그아웃에해도 즉시 소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혼이 빠져나간 빈 껍질 아바타는 몇 분 동안이나 그 자리에 남아 여전히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낮은 확률이지만 무기나 방어구를 랜덤 드롭할 수도 있다.

이제까지도 리더로서는 후퇴를 지시하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빠르다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이런 자포자기, 아니, 어린아이의 생때라고도 할 만한 제안을 할 줄은 몰랐다. 어이가 없어진 시논은 다인의, 겉으로만 보면 역전의 병사와도 같은 얼굴을 응시했다.

그 순간 다인은 이를 드러내며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러는데! 게임 가지고 너무 진지한거 아냐? 어떻게 해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어차피 돌격해봤자 개죽음만 당할 뿐......"

"그럼 죽어!"

반사적으로 시논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다못해 게임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