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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에는 식당에서 옮겨온 커다란 테이블이 설치되어, 때 이른 가든파티가 벌어졌다. 커다란 그릴에서 마법처럼 요리가 튀어나올 때마다 아이들이 환성을 질렀다.

「이렇게 맛있는 게……이 세계에 있었군요……」

어젯밤 구출한 《군》 최고 책임자 싱커는 아스나가 실력을 발휘해 만든 바비큐를 물어뜯으며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곁에선 유리엘이 생글생글 웃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첫인상을 냉철한 여전사 같았는데, 싱커가 옆에 있으니 명랑한 새신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싱커는, 어제는 얼굴을 볼 여유도 없었지만 이렇게 새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보니 도저히 거대 조직의 톱으로는 보이지 않는 온화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키는 아스나보다 살짝 큰 정도. 유리엘보다는 분명히 작을 것이다. 약간 통통한 몸에 수수한 색의 옷을 걸치고 무장은 일절 하지 않았다. 곁에 있던 유리엘도 오늘은 군의 유니폼 차림이 아니었다.

싱커는 키리토가 권하는 와인을 글라스로 받으며 새삼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아스나 씨, 키리토 씨, 이번엔 정말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좋을지……」

「아니, 저도 저쪽에서는 《MMO 투데이》에 많은 신세를 졌는걸요」

웃음을 지으며 키리토가 대답했다.

「그리운 이름이네」

그것을 들은 싱커의 둥근 얼굴이 밝아졌다.

「당시에는, 매일 갱신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뉴스 사이트 같은 걸 왜 시작했을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 길드 리더에 비하면 차라리 그게 낫던걸요. 이쪽에서도 신문사를 했더라면 좋았을걸」

테이블 위에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피어났다.

「그래서……《군》쪽은 어떻게 되었죠……?」

아스나가 묻자, 싱커가 표정을 다잡았다.

「키바오와 그의 부하들은 제명했습니다. 좀 더 일찍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싸움을 싫어하는 제 성격 때문에 사태가 점점 악화되고 말았지요. -군 자체도 해산할까 생각중입니다」

아스나와 키리토는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그건……꽤나 과감하시네요」

「군은 너무나도 거대해졌습니다……. 길드를 소멸시킨 후, 다시 더 평화적인 상조조직을 만들 겁니다. 해산만 하고 도망치는 것도 무책임하니까요」

유리엘이 살짝 싱커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군이 축적했던 자산은 멤버들만이 아니라 이 도시의 전 주민들에게 균등하게 분배할까 생각해요. 이제까지 많은 피해를 입혔으니까……. 사샤 씨, 죄송해요」

갑자기 유리엘과 싱커가 깊이 고개를 숙여 사과하자 사샤는 안경 안에서 눈을 깜빡거렸다. 당황하며 두 손을 내젓는다.

「아뇨, 그런. 군의 좋은 부품이, 필드에서 아이들을 얼마나 많이 도와주셨는데요」

솔직한 사샤의 말에 다시 화기애애한 웃음이 퍼졌다.

「저어, 그건 그렇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리엘이 말했다.

「어제의 여자아이, 유이……는 어떻게 하신 건가요……?」

아스나는 키리토와 얼굴을 마주본 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유이는……집으로 돌아갔어요……」

오른손을 살짝 가슴께에 가져간다. 그곳에는 어제까진 없었던 가느다란 목걸이가 빛나고 있었다. 가녀린 은제 사슬의 끄트머리에는 같은 은색 팬던트 헤드가 걸려 있고, 그 한가운데에 투명하고 커다란 돌이 빛나고 있었다. 눈물 모양의 보석을 쓰다듬으니 약간의 온기가 손끝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 ◆

그 때-.

유이가 빛에 휩싸여 소멸한 후, 돌바닥에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아스나의 곁에서, 갑자기 키리토가 외쳤다.

「카디널!!」

젖은 얼굴을 들어보니 키리토가 천장을 노려보며 외치고 있었다.

「그렇게 언제나 언제나……마음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지 마!!」

뿌득 이를 갈더니, 그는 갑자기 방 한가운데의 검은 콘솔로 달려들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홀로그램 키보드를 재빨리 두드렸다. 놀람이 한순간 슬픔을 씻어내 아스나는 눈을 크게 뜬 채 외쳤다.

「키, 키리토……뭘……?」

「지금이라면……지금이라면 아직, GM 어카운트로 시스템에 간섭할 수 있을지도……」

중얼거리면서 키보드를 난타하는 키리토의 눈앞에 붕 소리를 내며 거대한 윈도우가 나타나더니, 고속으로 스크롤하는 문자열의 광채가 방 안을 비추었다. 멍하니 아스나가 지켜보는 가운데 키리토는 다시 몇 가지 커맨드를 잇달아 입력했다. 작은 상태진행창이 출현하고 가로선이 오른쪽 끝까지 도달한 순간-.

갑자기 검은 바위로 만들어진 콘솔 전체에서 창배한 빛이 번쩍이더니 파열음과 함께 키리토를 튕겨냈다.

「키, 키리토!!」

황급히 바닥에 쓰러진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윗몸을 일으킨 키리토는 초췌해진 표정 속에 엷은 웃음을 짓더니 아스나를 향해 꽉 쥔 오른손을 펼쳐보았다. 영문도 모른 채 아스나도 손을 내밀었다.

키리토의 손에서 아스나의 손바닥 안에 떨어진 것은 커다란 눈물 모양을 한 크리스탈이었다. 복잡하게 커팅된 돌 한가운데어서, 두근, 두근 하고 하얀 빛이 반짝이고 있다.

「이, 이건……?」

「……유이가 기동했던 관리자 권한이 끊어지기 전에, 유이의 프로그램 본체를 어떻게든 시스템에서 분리해 오브젝트화한 거야……. 유이의 마음이야, 그 안에 있는 건……」

그 말만을 남기고 키리토는 정신력이 바닥난 듯 그 자리에 드러눕더니 눈을 감았다. 아스나는 손바닥 위의 보석을 들여다보았다.

「유이……거기에, 있는 거구나……. 나의……유이……」

다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뿌연 빛 속에서 아스나에게 대답하듯 크리스탈의 한가운데가 한 차례 두근 하고 빛났다.

작별을 아쉬워하는 사샤, 유리엘, 싱커와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고 전이문을 통해 22층으로 돌아온 아스나와 키리토를 숲의 향기가 맴도는 싸늘한 바람이 맞아주었다. 겨우 3일간의 외출이었지만 꽤나 오랜 동안 집을 비웠던 것 같아 아스나는 가슴 가득 공기를 들이마셨다.

이 얼마나 넓은 세계인가-.

아스나는 새삼 이 신비한 부유세계에 대해 생각했다. 무수하다고 해도 좋을 층 하나하나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울고 웃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행복한 일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래도 모두가 자신의 싸움을 매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아스나는 집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바라보고, 이어서 상층의 바닥을 올려다보았다.

-전선으로 돌아가자. 불의에 그렇게 생각했다.

조만간 나는 다시 검을 쥐고 내 전장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이 세계를 끝내 모두가 다시 한 번 진정한 미소를 되찾을 때까지 싸우는 것이다. 모두에게 기쁨을-. 그것이, 유이가 바란 것이었으니까.

「있지, 키리토」

「응?」

「만약 게임이 클리어되고, 이 세계가 사라진다면, 유이는 어떻게 돼?」

「아아……. 용량적으로는 아슬아슬하지만 말이야.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의 환경 데이터의 일부로써, 내 너브기어의 로컬 메모리에 보존해놨어. 저 세계에서 유이로 다시 풀어놓는 건 좀 힘들겠지만……분명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구나」

아스나는 몸을 돌려 키리토를 꼬옥 끌어안았다.

「그럼, 저쪽에서도 유이를 만날 수 있구나. 우리의, 첫 아이와」

「그래. 꼭」

아스나는, 두 사람의 가슴 사이에서 빛나는 크리스탈을 내려다보았다. 엄마, 힘내……. 귓가에서, 어렴풋하게 그런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끝)

002-04

【루돌프 사슴 코】§ 아인크라드 제 46층/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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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꿰뚫는 《보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