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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불이 붙었다.

이어서 담배를 빨아들이자 연기가 폐에 흘러들어왔다.

“후우..., 음!- 콜록, 콜록, 콜록!”

조급하게 들이마신데다가 담배에 익숙하지 않은 더블 펀치 탓에 요란하게 콜록거렸다.

“담배는 몸에 해로워.”

여자애는 교육 방송의 아저씨 같은 어조로 말했다.

“그쪽도 피우고 있잖아? 라이터까지 갖고 있고.”

“아-, 이거? 지금은 안 써.”

“지금은...? 그럼 전에는 피웠다는 말이잖아.”

“뭐, 그렇지. 하지만 끊었어. 몸에 안 좋기도 하고. 게다가 중학생은 담배 피우면 안 될 텐데?”

그렇게 말한 여자애는 히죽 웃었다. 그러고는 지포 라이터를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코헤이가 중학생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꿰뚫어본 것은 코헤이가 아직 조금 앳되어서 고등학생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너, 나하고 같은 학년이지?”

고등학생인 줄 알고 있었던 여자애가 그렇게 물어오는 바람에 코헤이는 다시 쿨럭거리고 말았다.

“어? 콜록!! 콜록콜록! 진짜? 혹시 너도 중3?!”

“응. 싱싱하지?”

여자애는 짓궂게 미소 지었다.

저, 전혀 동갑으로 안 보여어.

굉장히 어른스러워 보이는데.

그에 비해 나는...

친구가 피우니까 폼을 잡고 싶다는 이유로 담배를 시작하려는 유치함.

같은 중3인가...

여자애가 입고 있는 교복은 중등부와 고등부 공통에 넥타이 색깔과 디자인만 학년마다 각각 다르지만 코헤이가 그런 것을 구별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러고 보니... 어라?! 너네 학교는 에스컬레이터식이잖아? 왜 학원 같은 델 다니는 거야?”

부잣집 딸들이 다니는 학교라 입시를 보지 않고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그냥 올라갈 수 있을 터.

그러나 여자애는 태연히 대답했다.

“-공부하고 싶으니까.”

Is this 개그?

“입시 보지 않는 사람은 학원 오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없...지.”

“그치? 게다가 대학 입시고 있고.”

그렇게 여자애는 말했지만 코헤이는 또 떠올렸다.

분명 이 여자애가 다니는 학교는 대학 부속이니까 대학교까지 에스컬레이터식으로 올라갈 텐데.

그런데 웬 입시?

“아. 추천은 있지만 난 더 좋은 대학에 가고 싶거든.”

여자애는 마치 코헤이의 머릿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우와-.

뭔가 이 정도로 시원스러우면 불쾌감도 들지 않는구나.

코헤이는 그런 식으로 생각했지만 여자애의 목소리가 조금 변했다.

“난 말이야, 별로 꿈 같은 건 없지만 일단 할 수 있는 일은 해두고 싶거든. 후회하고 싶지 않다고나 할까? 그리고 내 아이한테 자랑스러운 멋진 엄마가 되고 싶어.”

놀랐다.

굉장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여자애였다.

코헤이에게는 엄청난 발상의 이야기였다.

그에게는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일도, 해야만 하는 것도.

그냥 살고 있었다.

숨을 쉬는 것도 금세 잊어버리곤 했다.

“난 없는데. 나 같은 건 별로 어떻게 되는 관심 없으니까, 지금은.”

코헤이의 마음은 비틀린 말이 되어 떨어졌다.

하지만 억지로 발돋움하며 허세를 부리는 것을 깨달았다.

발돋움을 해서 본 세상이 전부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자애는 말했다.

코헤이가 무릎을 꿇을 만큼 시원스럽게.

“그래...? 넌 바보 쪽인가보구나?”

“에엥-?!”

코헤이는 반쯤 뚜껑이 열려서 소리쳤다.

갑자기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바보라고?

여자애는 아까보다도 훨씬 더 가까이 코헤이에게 다가와 있었다.

그녀는 지포 라이터를 손에 든 채 다리를 끌어안다시피 하고 무릎 위에 턱을 얹고는 코헤이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 이 학원은 공부 잘 하는 애들이 다닌다고 했던가? 그럼 너도 공부는 잘 한다는 말이네?”

말투가 신경에 거슬렸다.

‘공부는 잘하지만 머리는 나쁘다’고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말이다.

아니, 말하는 것 같은 정도가 아니다.

바로 그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