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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웠다.

“심하지?”

말하며 미쿠가 어깨를 떨어뜨렸다.

아니, 내가 말을 잘못했다.

촌스러운 게 아니라 세련되지 않은 신발이다.

그래도 여전히 미쿠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정말 이 사람, 우리 가족 같구나 하고 느꼈다.

석양이 밤으로 떨어지는 슈퍼까지의 길. 그림자가 사라졌다.

둘이서 걸었다. 신기하게도 감이 팍 와 닿았다.

오늘 처음 만났는데.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이 길을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걷던 때가 생각났다.

지금 옆에서 걷는 사람은 생글생글 미소 지으며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는 미쿠지만.

“어? 그, 그 곡..., 혹시 듣고 있었어요?”

코헤이는 미쿠의 콧노래를 알아듣고 얼굴을 조금 붉혔다.

콧노래는 코헤이가 아까 피아노로 쳤던 곡이었기 때문이다.

그 곡은-.

“응! 피아노 잘 치더라! 앗..., 저기, 미안해. 실은 키이치 씨의 방에 잠깐 누워 있다가 그만... 깜박... 졸아버려서... 코헤이의 피아노 소리에 잠이 깼어...”

미쿠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아, 그치만 나도 피아노를 배웠기 때문에 알아. 코헤이, 피아노 잘 치더걸.”

인사치레라는 느낌이 아니었다. 미쿠는 직선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코헤이가 쑥스러워질 정도였다.

코헤이는 귀까지 새빨개졌다.

하물며 자신이 치는 피아노를 아버지와 형 말고 다른 사람이 들은 것은 오랜만이었다.

“아까 그 곡, 무슨 곡이야?”

코헤이의 동요하는 모습은 깨닫지도 못한 채 ‘나는 내 길을 가련다’는 듯이 미쿠가 물었다.

“어? 그거요? 응..., 어, 그러니까 [유카린의 테마]라는 거예요.”

“유카린? 뭔가 재밌게 들리네! 와~~~, 몰랐다아.”

왠지 미쿠는 감탄했다.

“아니, 별로 유명한 곡은 아니에요. 우리 엄마가 만든 거니까.”

그러나 코헤이는 어머니가 직접 작곡하고 ‘유카리’라는 어머니 자신의 이름을 제목으로 붙인 곡이 겸연쩍었다.

게다가 유카린이라니.

장난으로 붙인 제목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어머니는 흔히 말하는 ‘천연기념물’처럼 독특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절반은 진심이었다고 봐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이제 와서 본인에게 물어볼 수도 없지만.

코헤이는 피아노를 칠 때면 반드시 그 곡을 쳤다.

원래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어머니가 학생들을 위해 만든 곡이었다.

그 곡은 인기가 있어서 많은 아이들이 배웠다.

하지만 어머니의 피아노 교실에 다니던 사람은 비교적 나이가 어린 초심자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연주 기술 지도에 힘을 쏟기보다는 음악의 즐거움을 전하는 쪽에 중점을 두고 있었던 것 같았다.

[유카린의 테마]는 피아노 교실의 졸업증서 대신에 어머니가 학생에게 선물했던 곡. 학생이었던 아이들 중에는 피아노를 통해서 음악의 즐거움을 배우고 음악의 길로 들어선 사람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이른 봄의 일이었다.

코헤이의 집에 한 젊은 여자가 찾아왔다. 옛날에 여기서 피아노를 배웠다는 그 여자는 코헤이의 어머니가 죽었을 때 학생 전원에게 주었던 그 곡의 악보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올 봄에 음악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음대에 입학한다고 말했다.

필시 코헤이의 어머니는 하늘에서 뛸 듯이 기뻐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자기가 남긴 마음이 단단히 뿌리박고 있었으니까.

코헤이도 기뻤다.

코헤이 자신이 치는 것과 똑같이 어딘가 모르는 곳에서 어머니가 만든 곡이 연주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그 사람은 어머니를 기억하며 치고 있을까?

그래서 울려 퍼지는 멜로디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또 이어져간다면.

그러면 좋겠다.

그 멜로디를 생각하면 어머니를 떠올릴 수 있었다.

언제까지나 잊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정말 멋진 분이셨구나.”

그렇게 말하며 미쿠는 순수한 웃음을 지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투명하고 바보처럼 정직한 미소였다.

코헤이의 머릿속에 떠올라 있던 어머니의 웃는 얼굴이 부옇게 흐려지며 어느샌가 그녀의 얼굴로 바뀌었다.

둘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슈퍼마켓까지 가는 짧은 거리. 주택가를 빠져나갔다.

딸각, 딸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