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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때 파도 소리가 들리고 창 밖에 한 장.
벚꽃잎이 날아갔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기분이 들었을 뿐이다.
그래,
샌드위치나 또 만들자.
소풍 가는 기분으로.
미휘를 만나러 가자.
세상의 종말에 허밍을
세상의 끝에 서 있었다.
소녀는 혼자. 그 귀퉁이의 세계에 서 있었다.
지금 세상이 끝난다면 바뀔 것 같았다.
뭔가가.
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아침 목도리를 잃어버렸다.
세상이 변했다.
세상의 끝에 서 있는 소녀.
세상의 끝을 바라고 있었다.
다른 세상을 바라고 있었다.
예를 들면 한겨울에 반소매 티셔츠 하나만 입고 지낼 수 있을 만큼 따뜻하고.
예를 들면 한여름에 눈이 내려도 아무도 놀라지 않는.
1월16일, 월요일.
흐리고 가끔 목도리.
목도리는 두르지 않았다.
춥지만. 아침에 지각할 것 같았기 때문에 잊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는 것도 아니라서 상관없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추웠다.
소녀는 신발장에서 구두를 벗고 발뒤꿈치를 밀어 넣을 시간도 아깝다는 듯이 슬리퍼를 신고 종종걸음으로 교실로 향했다.
초등학교 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중학생이 된 후로 어째서인지 지각할 뻔한 적이 늘어난 자신의 수수께끼를 해명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
드르륵 하고 교실 문을 열었다.
시계를 쳐다보니 시작종이 울리기 1분 전이었다.
세이프....
딤임 교사는 아직 오지 않았다. 소녀는 흐트러진 호흡으로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지친 듯 좌석에 앉았다.
소녀는 깔끔하게 친 앞머리를 오른손으로 곱게 매만졌다. 딱히 흐트러지지도 않았지만 버릇이었다. 옛날에 앞머리를 너무 짧게 잘랐을 때 그것을 가리기 위해 조금이라도 길게 덮으려고 매만지다가 어느새 인가 버릇이 되고 만 것이다.
그 순간, 시작종 소리가 들리고 거의 동시에 양복 차림의 담임교사가 들어왔다.
앉아라. 정해진 대사를 말하면서 담임교사는 교탁으로.
시작종 소리가 완전히 그친 후 문이 열리고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정신 사납게 뻗친 남학생 하나가 숨울 헐떡이면서 뛰어 들어왔다. 담임교사와 교실에 있는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그 남학생에게 쏠렸다.
남학생은 빤히 쳐다보는 담임교사에게 기죽은 듯이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조금 바람에 져서!”
교실 안에 “와하하” 하고 웃음의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이 남학생은 지각 상습범으로 지각할 때마다 담임교사에게 그 이유, 아니 변명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변명을 이것저것 생각하던 남학생도 너무나 횟수가 잦아지면서 아이디어가 고갈되기 시작했는지 점차 엉뚱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무릎에 물이 고였다느니, 구급차에 치일 뻔했다느니, 치한을 만났다느니.
원래 이 남학생은 자전거 통학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도대체 무슨 수로 통근 시간대의 만원 전철에서 치한을 만날 수 있는가 말이다.
결국 이제는 다들 매번 남학생이 어떤 변명을 해서 웃겨줄까 기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의 변명은 바람에 졌다... 는 것이었다.
이 변명에는 담임교사도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늦잠을 자느라 지각한 게 뻔하다는 것은 그 뻗친 머리카락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변명을 들어주고 있다 보니 어느새 인가 ‘지각하면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한마디’가 습관처럼 굳어버렸다.
남학생이 실없이 웃으면서 자리에 앉자 가까스로 2학년 C반의 모든 학생이 모였다.
“그럼 늘 그렇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