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문의주세요 ✔ 인스타마케팅

랐다.

그림이 섞인 독특한 필적으로 [야마 중학교의 2학년 애가 죽은 거 알아? 사고였다고 하는데. 사실은 살해당했다나봐!]라고 적혀 있었다.

아침부터 기분 처지는 내용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소녀 자신 역시 타인에게 말할 수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몸이었으니 그런 말을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 한 번 더 돌아보니 남학생의 어깨너머에서 소녀의 친구가 몇 번이나 몹시도 진지하게 “응, 응!”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나 소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책상 앞으로 돌아앉았다. 실은 그 야마 중학교에 다니는 여자아이한테서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그 아이란 학원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것을 계기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해진 아이였다. 그러나 그 아이의 말로는 죽은 여자애가 다니고 있었던 것은 야마 중학교가 아니라 키타 중학교라고 했다.

‘뭐, 그렇겠지.’

소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하잘것없는 소문. 여자애들이 좋아할 만한 호러 종류에 가까웠다.

사고가 아니라 타살. 상대방은 무직의 직장인. 원조교제가 원인. 그런 여러 가지 옵션 딸림. 그나저나 무직의 직장인이리니, 뭐야~?

부디 소문에 놀아나 춤추지 말게나, 친구여~. 그런 심정으로 어이없어하며 소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책에 눈길을 떨구었다.

‘오늘은 책을 읽고 싶거든.’

그러나 담임교사의 목소리가 10분의 끝을 알렸다.

소녀는 앞머리를 매만졌다.

1월 23일. 월요일.

메모, 때때로 흐림.

다른 반에는 10분 동안 책을 상당히 많이 읽는 아이가 있어서 벌써 두 권, 세 권째로 돌입한 경우도 있었다.

그에 비해 소녀의 친구는 여전히 책을 읽을 마음이 없는지 하품이나 늘어지게 해대고 있었다. 소녀도 크게 다를 바가 없어서 아직 책을 반도 읽지 못했다. 하지만 조급히 서두를 마음도, 어서 읽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책을 읽는 것은 싫지 않았다. 지금 ‘10분의 독서’ 시간에 읽고 있는 책도 재미없지 않았고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는 부류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소중한 건 그 10분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틈틈이 책의 활자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지금 생각하고 있던 것이 책 안의 문장과 들어맞거나 하면 왠지 책과 대화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그 순간이 매우 즐거웠다.

그리고-내가 이 책을 다 읽지 않으면 세상도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소녀는 이 10분간이 자신에게 가장 분에 넘치는 사치스런 시간인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그런데 요즘은 독서는 물론이고 멍하니 있는 것조차 허락해주지를 않으니-.

콕콕.

또 뒤의 남자애가 등을 찌르고 상당히 귀찮다는 표정으로 건네준 친구의 메모.

“휴우~”하고 한숨을 내쉬면서도 소녀는 쪽지를 열어보았다. 여전히 암호 같은 그림이 섞인 문자들.

[죽은 야마 중학교 애 말이야. 죽기 며칠 전에 새하얀 사신을 봤다고 말했다더라?]

그러니까 마지막은 어째서 물음표냐고.

그리고 이런 얘기는 쉬는 시간에 해달라고. 얼마든지 같이 놀아줄 테니까. 그러니까-.

소녀는 공책 귀퉁이를 아무렇게나 찢어내고 적당히 떠오른 말을 겹쳐 써넣었다. 그리고 그것을 뒷자리의 남학생에게 건네려고 했다.

그때.

“거기! 지금은 독서 시간이다.”

담임교사가 그 쪽지를 빼앗고 말았다.

소녀는 당황해서 얼른 몸을 돌렸다. 하지만 책의 활자는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살짝 혼란에 빠져버린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소녀가 크게 심호흡을 하려고 숨을 빨아들이는 그 순간에 오늘의 10분이 끝났다.

담임교사에게 빼앗긴 쪽지는 나중에 그 내용을 펼쳐 보지 않은 상태로 고이 소녀의 손에 돌아왔다. 뭐, 어차피 시시한 글이 적혀 있었으니까 별로 돌려주지 않아도 상관없었지만. 그래도 빼앗겨서 다행이었는지 몰랐다.

[너야말로 그 사신한테 잡아먹혀라!]하고 적었으니까.

1월 24일. 화요일.

흐림, 나중에 비.

아침 서리가 내린 탓으로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뭐라 표현하기 힘든 불쾌한 공기가 가득 차 있었다. 자리에 앉으니 책상과 의자가 끈적끈적하다기보다 미끈거려서 상당히 찜찜했다.

‘10분간 독서’ 시간이 되어도 소녀의 불편함은 계속되었다. 어제 담임교사에게 들켰기 때문에 오늘은 쪽지가 오지 않았지만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을 기분도 나지 않았다.

거리를 뒤덮는 안개가 머릿속과 마음속까지 뒤덮고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10분은 순식간에 끝났다.

내친김에, 지각 소년은 완전히 지각했다. 그리고 썰렁한 핑계로 모두에게서 빈축을 샀다.

1월 25일. 수요일.

흐림.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텔레비전 드라마의 싸구려 대사 같은 그런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어제의 불편한 느낌은 없어졌지만 이번에는 쪽지 공격이 다시 시작되고 말았다.

시간이 남아돌면 혼자서 뭐든 하고 놀면 될 텐데. 남을 끌어들이지 말라니까.

독서를 싫어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