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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나랑은 상관없어'를 관철시키고 있는 요코가 웬일로 말을 걸어오나 싶었는데, 역시나 퉁명스러웠다.

여자애들이 금세 소라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녀들은 지체없이 "선생님한테 의논하는 게 좋겠어."라든가 "마에시마, 분위기 파악 좀 해라."라며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은 고마웠지만, 진심을 말하면 소라는 이 무뚝뚝한 친구와 좀 더 이야기하고 싶었다. 같은 합창부였기 때문에, 라는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왠지 모르게 하나무라 요코라는 소녀에게 친근감이 느껴졌다. 그녀가 들고 있는, 반드시 커버를 씌우는 문고본이나 만화책 내용을 알고 싶었다.

소라는 한동안 여자애들에게 둘러싸인 채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요코를 신경 쓰고 있었다.

"뭐 하고 다니는 거야, 이 바보 같으니라고!"

옥상에 올라가기 전에 있는 층계참에 합창부 부장, 오카에 키요미의 고함을 울려 퍼졌다.

그 눈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은 마에시마 다이키였다.

"아니, 저는 그저 타카나시가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러니까 다른 방법을 쓰란 말이야!"

짧은 머리에 눈초리가 사나운 다이키는 무릎을 꿇고 있어도 나름대로 존재감이 있었지만, 키요미는 그런 것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다이키의 머리 꼭대기를 수도로 탁탁 때렸다.

"잘 들어. 타카나시는 너처럼 쓸데없이 힘만 넘치고 귀염성 없는 애랑은 다르다고!"

키요미는 불쾌한 얼굴로 다이키를 쳐다보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눈을 활홀하게 가늘게 떴다.

"예쁘고 섬세하고 조용하고… 아침에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눈을 뜨고, 오후에는 시집을 읽으며 허브티를 마시고, 밤에는 지붕이 달린 침대에서 잠이 드는… 그런 느낌이라고! 너는 아침에는 사발에 담은 밥이랑 낫토랑 된장국일 테고, 수업 중에 도시락이나 까먹고, 동아리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쇠고기 덮밥 곱빼기 같은 거나 사 먹겠지!"

"왠지 먹는 것뿐이네요."

키요미는 슈지의 지적을 일부러 무시하고 계속 이어 나갔다.

"오코노미야키라니, 말이 되냐?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할 거면 좀더 그럴듯한 메뉴로 정하라고!"

"으…."

다이키는 풀이 줄었다. 오코노미야키는 명안이었던 것 같은데….

"자자, 부장님. 그 정도로 해 두세요. 타카나시가 없어져서 제일 충격을 받은 사람이 이 녀석이니까요."

"아, 아니야! 난 타카나시한테 재능이 있으니까 합창부를 그만두는 게 아까운 것뿐이야…!"

"네네."

"진짜라니까!"

다이키의 주장은 씨도 먹히지 않았다.

"여하튼 어떻게 해서든지 타카나시를 합창부로 되돌아오게 할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빈틈없는 작전을 짤 필요가 있어! 귀하게 자란 아가씨처럼 얌전한 애라 막무가내로 밀어붙여도 소용없어. 오히려 그 아이한테 필요한 것은…."

키요미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그, 그러니까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