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 컬처, 헨리 젠킨스

컨버전스 컬처는 MIT 비교연구 프로그램의 창립자인 헨리젠킨스교수가 미디어의 변화양상에 대해서 정리한 책이다. 책의 내용은 서바이버, 아메리칸 아이돌, 매트릭스와 같은 여러가지 실례를 통해서 미디어 컨버전스가 어떤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한 그것이 미디어 제작자와 소비자의 관계같이 미디어 주체들간의 관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책은 크게 6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장에서는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서바이버>의 스포일러를 통해서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에서 지식커뮤니티와 집단지성이 어떻게 발생하고 그러한 커뮤니티가 어떤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작동원리를 밝힌다. 2장에서는 북미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새로운 개념의 TV쇼, <아메리칸 아이돌>을 통해서 미디어가 어떤식으로 산업과 연관되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감성경제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소비자가 능동적이고 정서적으로 몰입하며,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경제체계를 통해서 기업들이 소비자를 능동적 주체로 산업에 참여시키면서 발생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3장에서는 영화이자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인 <매트릭스>를 통해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Transmedia storytelling)의 개념을 소개한다.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에 새롭게 발전한 이 방식은 만들어진 하나의 세계가 능동적 소비자들에게 어떤식으로 욕구를 자극하고 그들을 참여시키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4장에서는 <스타워즈>의 예를 통해서 미디어 제작자와 2차 저작물을 만드는 팬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소개하고, 그 속에서 기존의 미디어 체계에 익숙한 기업들과 새로운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5장에서는 4장과 비슷한 이야기를 확장시켜서 유명 판타지소설 <해리포터>시리즈의 예를 통해서 유기적으로 조직화한 팬 집단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는 집단사이에 발생하는 문제들의 양상에 대해 소개한다. 마지막 6장은 문화의 범주를 공공문화로 확대하여서 미국대선의 예를 통해서 미디어 컨버전스가 어떻게 공공문화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렇게 이 책은 여러가지 실례를 통해서 미디어 컨버전스의 여러 모습들을 소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저자 핸리 젠킨스는 책의 곧곧에서 극단적인 주장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컨버전스 미디어에 대한 장미빛 찬양론이나, 구 미디어의 몰락에 대한 주장같이 최근 미디어 2.0이나 뉴미디어를 다룬 많은 책이나 저술에서 등장하지만 자칫 극단적이 될 수 있는 사항들에 대해서 철저하게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책의 결론 또한 미디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서만 컨버전스 미디어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 시대에서 주체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끝이 난다. 이러한 모습들 때문에 이 책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미래의 미디어에 대한 입문서로 추천받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어떤식으로라도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모습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가치를 지니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책에 대한 소개는 이 정도로 마치고, 컨버전스 미디어라는 화두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자. 책에서는 경계를 초월한 다양한 미디어 채널들이 콘텐츠의 교류를 촉진하고, 여기에 참여문화나 집단지성을 추구하는 미디어 수용자들의 적극적 의지가 가세되어, 콘텐츠의 자유로운 교합이 이루어지는 문화적 컨버전스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제목도 컨버전스 컬처(Convergence culture)였다. 우리가 생각해 볼 사항은 미디어와 문화가 오직 융합하기만 하는것인가 라는 의문이다. 실제로 컨버전스(convergence)와 다이버전스(divergence) 함께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미디어가 한데 묶이는 컨버전스 현상.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디어가 더욱 세분화되고 각각의 미디어가 특수한 집단을 타겟으로 하는 다이버전스도 동시에 일어나고있다. 이러한 측면은 글로컬(glocal)이라는 조어로 잘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가 서로 융합되어서 하나의 거대한 틀로 존재한다는 것은 획일화된다는 것과는 다른의미이다. 분명 미디어는 융합되고 있지만 또 그 내부적으로는 예전보다 더 세부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다. 이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 컨버전스와 다이버전스는 서로 모순되는 것 같지만 함께 존재하고 있다.

노암 촘스키와 같은 학자들은 거대한 미디어 속에서 개인은 가치를 잃고 거대한 군중속의 일부로 취급당하는 문제를 제기하였고, 만일 컨버전스만이 존재한다면 이것은 정말 중대한 문제일 것이다. 실제로 미디어는 사회구성원들을 일정방향으로 유도하는 성질이 있고, 그것은 융합된 미디어에서 더욱 부각되는 성질이다. 하지만 겉보기에 미디어의 융합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할지라도 미디어는 과거의 융합과는 다른 형태의 변화를 겪고 있다. 올드 미디어에 있어서 융합이라는 것이 통폐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컨버전스 미디어 시대의 융합이라는 것은 전략적 제휴에 가깝다. 서로의 특성을 무시하고 획일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특성을 그대로 존중하면서 연결점을 찾고 그것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형태의 융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네트워크의 형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네트워크의 발전정도를 node와 path의 다양성으로 보는 것처럼 이러한 컨버전스 미디어 또한 그 안에 융합된 미디어의 종류와 그러한 미디어간의 연결이 다변화 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과거에는 주목받지 못하던 미디어 또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기존에 뭉쳐져 있던 형태 또한 세분화하게 된다. 이런식으로 컨버전스는 내적으로 다이버전스를 포함한채 이루어 지게 된다.

이 특성은 거대담론, 거대서사가 사라진 시대라고 불리는 포스트 모더니즘에 있어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의 융합은 사라진 거대담론의 부활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하나의 이야기는 미디어를 넘나들면서 여러 세부적인 부분을 추가하여서 거대화 한다. 하지만 이것이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인류에게 있어서 새로운 개념의 담론을 형성할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의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담론이 아니라 인류 개개인의 문제가 서로 융합하여 상위로 형성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공산주의와 같은 정치 이데올로기를 생각해보면 그것들은 몇몇 사상가들이 만들어낸 생각들이고 그것들이 정치권력에 의해 선택되었고 대중에게 교육되는 형식을 취하였다. 하지만 미디어 컨버전스를 통해 만들어지는 이슈들은 집단지성 혹은 집단감성을 통해서 발생하며 그것들이 정치권력이나 사회제도에 영향을 주는 형태이다. 풀뿌리 미디어가 기업형 구 미디어에 영향을 주는 형태인 것이다. 이 새로운 거대담론은 허무주의 혹은 비인간화로 귀결될 수 있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함정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 이러한 미디어의 융합이라는 것은 무엇으로부터 발생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큰 배경은 Web 2.0 과 같은 사용자 환경의 변화이다.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면 소비자들이 시장을 만드는데 참여하기 위한 기회비용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소비자들은 오직 수동적 시장 참여자였다. 시장을 설계하고 만드는 일은 오로지 기업과 정부와 같은 권력조직들의 몫이었고, 거기에 속하지 않는 이상 그 체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화와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새로운 IT 기술들은 그러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었고, 누구나 쉽고 편하게 시장을 만드는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능동적 시장 참여자로써의 소비자의 인구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었다.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특성은 이 능동적 소비자들은 주변의 수동적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쳐서 그들을 자신들과 같은 능동적 소비자로 변화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특성인데 왜냐하면 이 과정을 통해서 능동적으로 시장 설계에 참여하는 소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중문화는 매우 빠르게 이러한 변화과정을 겪고 있으며 그 결과는 이미 이 책에서 들었던 수많은 사례들처럼 곧곧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디어에 있어서 현재는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가 만나고, 풀뿌리 미디어와 기업형 미디어가 만나며, 미디어 제작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하는 시점에 있다. 컨버전스와 다이버전스가 동시에 일어나서 미디어를 특정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 졌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이 새로운 미디어가 인류 공통의 커뮤니케이션을 실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가장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것이 가장 특정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썼던 명승은씨의 미디어2.0 리뷰에서도 말했듯이 미디어의 미래의 모습은 비선형 동역학계의 형태와 유사해질 것이다. 분화된 미디어의 소분류들이 거대한 미디어의 체계의 유기적 일부로써 작용하는 형태의 미디어. 우리는 그러한 미디어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