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2.0, 새로운 공간과 시간의 가능성, 박종진

미디어 전문가인 박종진님이 쓴 이 책 미디어 2.0, 새로운 공간과 시간의 가능성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경영학을 공부한 저자의 비즈니스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미디어 2.0의 양상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책 자체가 두껍고 큰 책은 아니지만 3개의 장에 걸쳐서 작가의 시선이 잘 드러낸 책이었다.


책은 앞에서 말했듯이 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장은 미디어2.0의 풍경들 이라는 제목으로 저자가 바라본 미디어 2.0의 양상들에 대해서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그 관찰을 바탕으로 해서 2장 컨버전스 시대의 미디어 전략에서는 정치경제학, 철학적인 시각으로 그 논의를 확장시킨 다음 비즈니스적으로 어떻게 이 변화가 이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본인이 일하고 있는 SBSi의 예를 통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매우 짧지만 이 책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바를 정리한 마지막 3장 정보양식의 변화와 미디어의 미래에서는 미디어의 무한한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한다.


책의 구성은 언뜻 보기에 깔끔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듯 하나 실제로 읽으면서 느낀점은 매우 난해한 구성이라는 점이었다. 큰 맥락 자체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본 주제에서 조금씩 벗어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점은 작가의 주된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지 어렵게 만드는 구성이었다. 먼저 1장에서 다루는 뉴미디어의 양상에 대한 이야기. 뉴미디어는 어떤 의미로 아직 진정한 미디어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먼저 시작된다. 뉴미디어가 '진정한' 미디어가 되기 위해서는 2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경제성, 수익모델과 기술적 변혁에 걸맞은 사회 제도적 변혁이다. 경제성, 수익모델에 대한 문제로 UCC가 가지는 한계성과 더불어 DMB의 실패를 언급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UCC의 비즈니스적 한계에는 공감하지만 DMB의 실패는 뉴미디어의 문제라기보다는 수익모델에 대한 진지한 고려 없이 사업화된 기술이 가지는 한계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DMB는 뉴미디어라기보다는 올드미디어의 새로운 플랫폼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기술적 변혁에 맞는 사회 제도적 변혁이 미비하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블로그의 신뢰성 문제와 저작권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동시에 팟캐스팅(Pod-casting)을 하나의 양상으로 소개한다.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없는 자'에게 나누어주면 일하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 결국 '없는 자'만 남는다는 로빈후드 법칙이 이야기하는것과 같이 뉴미디어가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 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나누는 쪽으로 편향된다면 이는 미디어 전체의 공멸을 가져올 것이다. 첫부분에서 이렇게 뉴미디어가 현재 갖고 있는 한계를 집어주면서 내용은 뉴미디어의 정의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일반적으로 뉴미디어의 정의나 개념에 대한 언급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그것들이 가지는 문제점 같은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비해서 이 책에서는 조금 특이한 구성을 택하고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침묵해야만 한다"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로 시작하는 뉴미디어의 정의에 대한 이야기는 미디어 2.0이 가지는 선험적 유사성과 선언적 정의 두 가지 측면을 이야기 하고 결국 미디어 2.0 이라는 것이 구체화된 정의를 가진다기 보다는 집단지성에 의해 발생된 개념의 측면에서 이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추상적인 개념에 가까운 미디어 2.0을 특정한 정의로 고정하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개념을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각각이 받아들이는 개념은 아마 모두 다를 것이다. 이 개념의 단편들이 모여서 집단지성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미디어 2.0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잇다. 이것에 대한 논의는 더 많은 여지를 남겨두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이 정도로 타협하고 그 다음 내용을 살펴보면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뉴미디어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통신,방송시장의 융합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실제로 책에서 1장에서 2장에 걸쳐서 이야기되는 통신,방송시장의 융합과 그 중심에 있는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내용은 거의 우리나라 시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통신시장이 방송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추세 속에서 통신사를 견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발전가능성에 있어서 한계에 부딪힌 거대 통신사들이 방송시장에 진출함으로 그 성장을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자본의 유입은 과거 미국에서 있었던 닷컴버블과 마찬가지로 미디어 시장에서 있어서 실제 가치를 뛰어넘는 기대를 형성하고 이는 '미디어버블'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융합은 피할 수 없는 길이고 결국 문제가 되는것은 누가 이익을 취할 것인가에 대한 분쟁일 뿐이다. 저자는 현재 SBSi 즉 방송사의 하부조직에 속해있다.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일어나고 있다 다만 나라의 특성에 따라 방송시장이 거대하면 방송시장쪽으로 통신시장이 거대하면 통신시장쪽으로 통합되는 형태를 취할 뿐이다. 우리나라는 명백히 후자에 속한다. 3대 통신사라 불리는 KT, SKT, LGT의 규모는 방송사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정도로 거대하다. 현대 경제는 순수하게 자본의 논리이므로 통신시장 주도의 통합은 자명한 것이고, 흡수되는 방송시장쪽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반발심이 생기는것은 당연할 것이다. 저자는 방송시장의 시선에서 통방융합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융합형태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소개했다고 보여진다. 미디어버블의 위험성은 충분히 견지해야 하지만 그것때문에 융합의 흐름을 막아서는 것은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인식 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역으로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이 방송시장이 주도권을 가진 시장이었다고 해서 통합과정에서 미디어버블이 생기지 않는다는 논리도 그 자체가 모순이다. 어떤 경우라고 해도 생길 수 밖에 없는 위험이라면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의 막강한 자본에 의해 통합된 콘텐츠는 Walled Garden의 형태로 관리되어 콘텐츠와 이용자의 흐름을 절단하고 그 사이에서 이윤을 취하는 형태를 가진다.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디지털 콘텐츠가 온갖 플랫폼을 떠도는 형태가 된다. 일단 경제적 이윤을 극대화하는 자연스럽게 기기들간의 기술적 융합이 일어나고 플랫폼들의 특성이 비슷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몇가지 장애요인을 맞는다. 기기간의 물리적, 기술적 특성의 제약, 기기에 대한 소비자 기대 차이와 더불어 TV,인터넷,모바일간의 콘텐츠 특성 차이 등이다. 책에서는 이 장애요인들의 해결책으로 콘텐츠 그 자체가 플랫폼이 되는 '디지털콘텐츠=플랫폼'의 개념을 뿌리줄기(rhizome)의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 콘텐츠가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종속성에서 벗어나 모든 플랫폼을 자유롭게 이동하고, 서로 다른 플랫폼을 이어 붙이거나 어떤 플랫폼에도 접속할 수 있는 뿌리줄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콘텐츠가 과거의 형식에서 벗어나 디지털화되면서 하나의 수학적 알고리즘 흐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개념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또한 중심이 되는 이야기 이다.


또 한가지 중요하게 볼 개념이 계열화 논리인데, 사실 이 부분의 서술은 너무 현학적으로 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담론(discourse), 무엇인가를 주장하는 기호들의 집합의 개념을 통해서 뉴미디어라는 개념전체를 아우르는 집단의식에 대해서 말한다. 또한, 들뢰즈의 '의미와 논리', 부르디외의 '장(camp)' 개념 등이 설명에 사용된다. 매우 어렵고 철학적인 이야기지만 공통적으로 보면 우리가 어떤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들뢰즈는 탈구조주의의 시각에서 사건을 자연과 문화의 경계면(형이상학적 표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고, 사건이란 지시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시란 지시 대상의 일정한 개별화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의미는 사건과 동일시 된다. 미디어 2.0이라는 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등장하는 것이 이 부분의 이야기이고 계열화 논리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사유들은 저자가 철학을 전공한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다만, 이 책의 전체적 흐름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전반적으로는 비즈니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미디어 2.0의 개념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사유를 하는 것에 대해 그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구성상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다음에 바로 다시 M.E. Porter 교수의 모델이나 범위의 경제(Economics of scope)과 같은 이야기가 이어지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결국 결론이 되는 이야기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본 미디어 2.0, 뉴미디어의 모습이다. 하버드 Business school의 Michael E. Porter 교수는 경쟁우위에 대한 이론과 Five forces model 매우 유명한 분이다. Michael Porter 교수가 Internet이 전통적 산업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언급한 '전략과 인터넷'에 따르면 인터넷은 기업의 Operational effectiveness를 증대시키거나 기업의 Strategic positioning에 영향을 준다. 사실 이러한 언급은 전통적인 기업에 대해서 인터넷을 어떻게 접근하고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시 생각하면 이렇게 올드미디어에 있어서 미디어 2.0의 개념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는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될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이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한 미디어 산업은 범위의 경제를 이룩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비즈니스적으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데 범위의 경제는 다시 말해서 규모의 경제의 달성을 의미하고 콘텐츠의 생산과 분배에 있어서 가능한 모든 자원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끌어올 수 있는 모든 콘텐츠를 끌어와도 된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소비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Long tail의 개념이 여기서도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가 가능해지려면 몇 가지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이 막대한 콘텐츠를 관리할 수단, 그리고 콘텐츠의 재생산 수단이다. 저자는 본인이 근무하는 SBSi의 예를 통해서 이런 수단에 대해 설명한다. 콘텐츠의 관리는 일단 기본적으로 Web에 기반한다. 가장 넓고 효율적인 콘텐츠의 유통경로인 Web은 그 자체가 미디어 2.0의 배경이다. Semantic Web, meta data를 기본으로한 database로 관리되는 미디어가 콘텐츠의 관리수단이 된다. SBSi는 UCI(Universal content identifier) 프로젝트 등을 통해서 콘텐츠 관리수단을 개발해왔다. 둘째, 콘텐츠의 재생산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 미디어 2.0에 있어서 사용자 참여의 중요성은 다른 포스팅들에서 충분히 언급해서 다시 여기서 강조하지는 않겠지만 UCC로 대표되는 콘텐츠들의 활성화와 비즈니스적 이용은 얼마나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SBSi는 NeTV라는 전용 플레이어와 편집기의 개발을 통해서 이런 점에 도전하였다. 사실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하였지만 발상의 측면에서 사용자 참여를 확대시키려는 많은 아이디어들이 첨가된 시도였다.


정보양식의 변화는 기존 미디어의 위계적 구조를 파괴하고 전달매체를 변화시켰다. Web 2.0과 Future media가 마주보고 공공선(Public good)의 실현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이 아마도 이상적인 미디어의 미래가 될 것이다. 비즈니스적으로는 콘텐츠 그자체가 플랫폼이 되어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이익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가 당면한 문제이다. 아직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아마 정답이 없는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세상은 누가 기득권, 이익을 갖느냐는 문제로 가득차있다. 우리는 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현학적인 요소와 구성상의 문제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만 생각해볼 여지를 만들어준다는 의미에서 좋은 책이었다. 미디어 2.0은 하나의 투쟁의 장이다. 또한 가능성이다. 거기서 승리할 것인가 패배할 것인가는 어떤 전략과 생각으로 그 싸움에 임하는 가이다. 당신은 미디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