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전략, 토머스 셸링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책의 기본적인 성격에 대해 말하고 싶다. 처음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고, 지금에 와서 토머스 셸링 교수의 게임이론에 대해서 새롭다거나 참신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가 연구한 상호조정(Coordination)이나 포컬 포인트(Focal-point)와 같은 개념들은 현재 게임이론의 기본적 개념이 되었고, 순수갈등상황이 아닌 혼합된 갈등상황은 게임이론을 공부할 때 기본적으로 함께 다루는 주제가 되었다. 따라서 이 책은 최신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기 보다는 게임이론에 있어서 대표적인 기본서 중 하나로 그 가치가 두고 읽으면 좋은 책이다. 그리고 분명 대학교 학부 이상의 고등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게임이론의 내용 보다는 다소 쉽게 풀어서 쓰여진 책이어서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기본적인 전제로 삼고 있는 게임이론의 내용들을 알고 있지 못하다면 다소 지루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책의 뒷부분에 40p가 넘는 주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그것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상당한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외교정책이나 실제 갈등상황, 사례들의 해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이론적 측면을 설명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많은 실제 현실의 예시들이 등장하다 보니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책을 읽을 때 그 이론적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을 목적으로 책을 읽는다면 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갈등의 전략은 4가지 Part로 구분된 10개의 Chapter와 3개의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Part는 갈등과 협력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게임이론의 개념과 상황들을 소개한다. 게임이론은 기술게임이나 확률게임과 다르게 “게임에 참여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그 예측을 바탕으로 자신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결정하는 이론” 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1장에서는 국제 관계에서의 전략상황을 이야기하며, 전략적 갈등 상황에 대한 이론적 연구가 부족한 것을 지적한다. 다만 군사전략에 대한 이 장의 언급은 저자가 개정판의 서문에서 밝혀두었듯이 다소 오류가 있기에 해당 부분을 인지하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2장에서는 상대의 제안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여 행동을 선택하는 순수협상의 요소를 포함하여 묵시적, 명시적 협상 모두를 대상으로 이러한 협상들이 갖는 요소들을 설명한다. 위협, 약속 등의 언질(Commitment)에 대한 내용을 예시나 게임의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있는데, 그 다양성은 좋지만 부동상 매매게임 등의 상황예시는 다소 장황하고 나열적인 한계가 있다. 3장에서는 협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특이성이 기반이 되는 묵시적 조정, 묵시적 협상, 명시적 협상 등을 다루며, 어떻게 우발적 단서, 특이성이 타협을 위한 근거로 작용하는지 설명한다. 특히 묵시적 협상이 주로 다루어지는데, 제한전의 상황과 연결하여 커뮤니케이션과 상황이 어떻게 결과에 실질적인 구속력을 갖게 되는지 설명한다. 다만 내용을 설명하며 17개나 되는 게임 상황을 나열하고 그것들을 뒤에서 차례로 설명하는 구성을 가지고 있어서, 직관적인 파악이 어려웠고, 계속 앞의 게임 상황을 찾아보게 만드는 점에서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두 번째 Part는 수(手) 라는 개념을 다룬다. 4장에서는 게임이론의 대상을 Zero-sum 게임과 Non-zero-sum 게임이라는 기존의 게임 분류 대신 갈등과 상호의존성이 모두 포함된 혼합게임으로 파악한다. 책 전체에서 주로 혼합게임을 다루고 있지만 이 장에서는 순수조율게임의 요소도 함께 다루고 있으며, 복합동기게임에서의 암시와 상호 인지과정에 대해 설명하며 포컬 포인트 해법이 가지는 질적 원칙에 가까운 역학적 특징이나, 명시적 커뮤니케이션의 한계, 즉 수(手)의 전달은 주관적인 것으로 언어와 다른 특징의 정보나 증거를 포함하기 때문에 대화가 수를 대신할 수 없다는 내용 등을 설명한다. 5장에서는 게임이론의 틀 안에서 탐구할 가치가 있는 구조적 요소와 전형적인 수(手)의 종류를 제시하는데 특히 수(手)의 개념을 정의하고 설명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또한 게임이론의 구조적 요소로 위협, 약속, 위임, 중재, 커뮤니케이션의 구조나 역할 들을 설명한다. 본 장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게임상황을 나타내는 Matrix를 기반으로 하는 예제들이 다소 직관적이지 못한 면이 있고 특히 추상적 슈퍼게임을 나타내는 Matrix는 상당히 크기 때문에 이해를 돕는 지시선 등의 사용을 좀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Part의 마지막 장인 6장은 게임이론의 미래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을 달고 있는데, 이 장에서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여 협상게임을 연구하는데 적절한 방법론에 대한 몇 가지 결론을 도출한다. 그 결론들은 보상함수의 수학적 구조가 분석 자체를 압도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 추상적인 측면이 과도하게 부각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 연구의 본질적 부분이 경험적이라는 점 등이다. 6장의 후반부에서는 수많은 질문들을 통해서 게임이론에서 다루는 흥미로운 내용들을 제시하는데, 이 때문에 이 장의 제목이 게임이론의 미래라고 붙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Part는 게임이론의 무작위적 전략에 대해 설명한다. 7장에서는 순수갈등게임(Zero-sum 게임)의 이론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무작위적 전략이 상대가 이쪽의 게임방식을 알아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반해 Non-zero-sum 게임에서는 예측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과 관련이 없다는 차이를 지적한다. 또한 성공할 경우 희생이 큰 약속과 실패할 경우 희생이 큰 위협의 차이를 설명하고 실패할 위험과 본의 아니게 실행할 위험 이라는 두 가지 위험을 통해 적당한 위협으로 위협의 수준을 줄이는 동기가 존재함을 설명하고, 분수적 위협의 논리적 근거를 설명한다. 유사하게 무조건적인 언질 대신 무작위적인 언질이라는 전술도 언급된다. 이 장의 특이한 점은 기존까지 전혀 등장하지 않던 수학적인 요소가 등장한다는 것인데, 이는 확률의 개념을 도입하여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적절한 수준으로 보인다. 이어서 8장은 실제 실행할 경우 양쪽 모두에 큰 피해를 주는 위협을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복잡한 과정이나 불확실한 요소를 포함하는 것에 대해 설명한다. 우발전, 제한전, 벼랑끝전술(brinkmanship) 등을 예제로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이 어떻게 게임의 요소로 작용하는지 설명한다.

마지막 네 번째 Part는 기습공격의 딜레마라는 제목으로 미소냉전을 주 사례로 삼아서 기습공격이라는 게임상황을 설명한다. 9장에서는 상대가 두려워하는 것과 각자의 두려움이 복합된 결과로 기습공격의 초기 확률이 커진다는 직관적인 생각인 승수효과에 대해 분석한다. 비합리적 공격을 할 확률을 나타내는 매개변수를 통한 분석을 다루고, 순서의 도입이나 불완전한 경보 시스템과 같은 요소들이 기습공격 게임에서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도 분석한다. 이 장에서도 앞선 7장과 비슷하게 수식적인 전개가 등장한다. 미분과 같은 요소가 등장하여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고등교육과정을 수료한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수준으로, 해답이 연립미분방정식 형태로 나오는 과민함수를 통한 기습공격 같은 경우에는 언급만 하고 수식은 다루지 않는 점에서 보듯 수학적인 내용에서 장벽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 보인다. 다만 앞의 예제에서 게임의 Player를 의미한 R 이라는 표기가 뒷부분의 예에서 적의 기습을 식별해 공격을 제압할 수 있는 확률로 다시 사용된 부분과 같이 착오를 일으킬 수 있는 표기(Notation)의 사용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10장에서는 전략무기제한협정이 주 소재로 등장하는데 미소냉전을 사례로 기습공격과 보복능력에 대한 고찰을 다룬다. 공포의 균형과 전쟁억지력 개념을 소개하지만 군비경쟁의 합리화와 군비제한이 무용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9장과 유사하게 경보체계(감시체계)를 요소로 도입하고, 공격오인이나 상호오인, 제한전을 전략적 공격으로 오인하는 등의 오인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균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부록으로 달려있는 3개의 내용은 각각 별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핵무기와 제한전, 게임이론의 대칭성 폐기, 비협력적 게임 해법의 재해석이 그것이다. 각각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면 첫 번째 부록인 핵무기와 제한전에서는 어떻게 핵무기의 사용이 억지되고 있는지에 대해 풀어낸다. 아직까지 2차 세계대전 이후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설명은 잘 맞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두 번째 부록인 게임이론의 대칭성 폐기에서는 기존에 내시와 하사니, 루스, 레이퍼 등이 분석한 순수한 수(手)없는 협상게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엄밀하게는 존재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다 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게임을 정의할 때 대칭을 전제로 하고 그런 대칭을 양측이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규정한다면 협상게임에서 흥미로운 요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혀 수가 없거나 완벽하게 수-대칭적 게임은 일반적인 경우의 게임이 아니라 평범한 묵시적 게임으로 전락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칭의 대안으로 수(手)인 언질, 위협, 약속,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적 요소를 제안한다. 세 번째 부록인 비협력적 게임의 재해석에서는 조율게임이 보여주는 게임이론의 해법 개념 배후에 있는 논리를 통해서 엄밀한 비협력적 게임에 대한 해법의 논리를 파악하는 것에 대해 소개한다. 순수하게 수학적인 게임공식에서도 다른 신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의 해법의 특별한 성격은 합리적 해법이 많은 잠재적 결정인자의 하나에 지나지 않고, 어떤 신호를 인식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선험적 연역에 더해 어느 정도는 경험적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게임이론은 수학적 해법을 통해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게임이론이 사용되는 많은 경제학, 공학 분야에서 그러하다. 게임 Player들의 대립관계 혹은 협력관계에 대한 수학적인 해법이 있어야 그것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본 갈등의 전략에서 저자 토머스 셸링 교수가 다루는 게임이론은 갈등과 상호의존성이 혼합된 많은 현실적인 게임상황에서 대칭적이지 않은 게임 요소들이 어떻게 작용하며, 그것들을 어떻게 분석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합리적인 행동은 선험적인 요소 외에도 문화적, 심리적, 환경적인 요인에 대한 많은 경험적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는 그의 생각은 포컬 포인트와 같은 게임이론의 주요 기본 개념에 녹아 들었다. 갈등을 어떻게 타협하여 풀어낼 것인가, 무엇이 주어진 갈등상황에서의 합리적 행동인가에 대한 해법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수많은 갈등상황이 만연한 지금의 사회에서 다시 한번 조명되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모든 것이 그러하듯 이 책도 아쉬운 점들을 가지고 있다. 먼저 번역서의 한계라고도 볼 수 있지만 원래 사용되는 영어로 된 용어들을 한글화 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한계, 그리고 저자가 미국인이기 때문에 서술 곳곳에서 미국을 1인칭으로 서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을 번역 과정에서 조금만 더 신경 써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내용의 측면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들의 예시가 상당히 등장하기는 하지만 전쟁, 냉전상황, 핵무기 등 거시적인 국가 레벨의 예제들이 주가 되는 부분이 많다라는 점에서 사례들이 일반인들에게 아주 가깝지는 않은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은 책의 페이지 내용 구성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그림, 설명선, 주석 등의 보조요소들을 사용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것이다. 서술에만 의존하는 게임상황 설명에 그림을 더하거나, 수식전개에 있어서 사용되는 표기나 Matrix의 설명에 좀더 적극적으로 설명선이나 주석 등을 사용했다면 독자가 더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총평을 통해 리뷰를 마무리 하자면, 이 책은 본 리뷰의 처음에서 말했듯이 게임이론에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해 알아보려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하는 기본서이다. 이 책을 통해 바둑의 정석처럼 주어진 특정한 상황에 따른 해법을 직관적으로 찾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그다지 좋지 않은 선택이겠지만, 대립과 협력의 상호의존성에서 출발하는 게임이론의 이론적 토대를 이해하고 그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자 한다면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인생은 게임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갈등과 대립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올바른 선택을 찾는 방법을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시작으로 게임이론에 대해 공부해 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