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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분명 바로 뒤까지 따라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광경을 보면 뒤를 쫓는 것도 포기할 수밖에 없겠지.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였다.

구름 내부에 돌입함과 동시에 배가 크게 기울었다.

"항로만이라도 유지해!"

"괜찮으니까 당신은 충돌이나 잘 피하라구."

"그 피한다는 게 엄청 어렵다구."

지금 켈리의 오른쪽 눈이 보고 있는 것은 까만 윤곽과 새빨갛게 불타는 내부를 갖는 원시 태양, 그리고 계속해서 충돌을 거듭하고 있는 미행성군의 움직임이었다. 육안으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배의 탐지기가 보고 있는 광경이다.

탐지기조차 듣지 않는 어둠 속을 몇 킬로미터에서 몇 백 킬로미터에 걸치는 크기의 암석군이 차례차례 맹렬히 날아온다.

우주에 대해 아는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농담이라도 안 보고 싶다고 할 만한 광경이었다. 게다가 이 악몽은 앞으로 최소 다섯 시간 이상 지속된다. 최고속도로 날아도 구름을 빠져나가는 데에만 그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켈리는 이런 긴장상태를 다섯 시간이나 견딜 수 있는 인간을 자신 이외에 본 적이 없다. 착각이나 자만이 아니라 단순한 사실로, 자신과 똑같은 조종을 해낼 수 있을 만한 기량을 가진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다이애나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켈리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켈리는 아슬아슬하게 선체를 향해 덮쳐드는 암석을 피하고 있었다.

하나를 피하면 그 뒤에서 또다시 나타나는 미행성을 채 인식하기도 전에 회피한다.

한순간이라도 실수하거나 반응이 늦어지면 그대로 끝. 감속으로 피하려고 해도 시간이 맞지 않는다.

긴급상항에서 수동조종이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현재, 조종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감'이었다. 영감이라고 말해도 좋을지 모른다.

애초에 감응두뇌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야 처음으로 인간이 나서게 되는 것이므로, 규칙에만 따라 판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흘러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정리해서 지식과 경험으로부터 최선의 수단을 선택한다. 그런 본능과도 비슷한 반사신경과 판단력, 혹은 그 이상의 요소ㅡ야성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는 무언가, 어쩌면 살아남으려는 의지력일지도 모르지만ㅡ필기시험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특수한 재능이 무엇보다도 꼭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켈리의 비행이 바로 그런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거대한 에너지가 지배하는 원시태양계 안에서는 인류의 지혜가 만들어낸 우주선도 그저 작은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켈리는 필사적이었다. 생각할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 속에서, 자신의 모든 기량을 발휘해 반사신경과 감에 의지하면서 수없이 교차하는 미행성을 피하고 중력의 소용돌이를 뛰어넘었다.

아무리 날아도 끝이 없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피부 아래의 근육은 심한 긴장으로 경련하며 혈관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기계로 대치된 오른쪽 눈에서는 피가 스며 나올 것 같았다.

한없이 고문에 가까운 비행이었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정확하게 탈출좌표를 계산했고, 켈리는 단 한번도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은 채 자신의 배를 미행성과 중력왜곡으로부터 지켜냈다.

원시태양계의 가스형 원반의 위쪽에서 돌입해 전속력 항행, 몇 시간에 걸쳐 몇 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반대편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어느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돌입으로부터 5시간 20분 동안 켈리는 그 엄청난 비행에 서공한 것이다.

중간부터는 자신이 어떻게 조종을 했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죽지 않았다. 배도 전혀 손상되지 않았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은 없었다.

구름을 빠져나온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