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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이라도 총구를 향해 달려가다 죽어보란 말이야!"

이거야 원. 단순히 타깃이라고만 생각했던 자에게 왜 이런말을 하는 거람. 그 이전에, 이로서 이 스쿼드론과도 인연을 끊을 때가 온 셈이로군.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하며 다인의 위장 무늬 재킷 멱살을 붙잡고 억지로 끌어당겼다. 동시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는 세 사람에게 재빠르게 속삭였다.

"3초면 돼. 미니건의 주의를 끌어주면 내가 헤카테로 해치우겠어."

"......아, 알았어."

녹색 머리를 고글에 늘어뜨린 어태커가 더듬거리면서도 간신히 대답하고, 나머지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둘로 나뉘어서, 좌우에서 동시에 뛰쳐나가자."

시논은 부루퉁한 표정의 다인을 밀며 엄폐물 끝까지 이동했다. 왼쪽 허리에서 보조무장인 MP7을 뽑아들고 수신호로 카운트를 했다.

3. 2. 1.

"GO!"

동시에 있는 힘껏 땅을 박차고, 1초 앞에는 죽음이 연속으로 기다리고 있는 배틀필드로 돌격했다.

그 순간 바로 눈앞을 수많은 불릿 라인이 가로질렀다. 몸을 숙이고 슬라이딩해 회피하면서 적 집단을 시야에 담았다.

오른쪽 전방 20미터 정도 앞의 벽 너머에 레이저 블래스터 유저가 두 사람. 왼쪽으로 떨어진 곳에 또 한 사람. 미니건을 든《베히모스》는 중앙에서 10미터 떨어진 후방에 서서, 왼쪽으로 뛰어나간 아군 두 사람을 사선에 담으려 하고 있었다.

시논은 오른쪽으로 뛰면서 왼손의 MP7을 블래스터 유저들에게 들이댔다. 방아쇠에 건 손가락에 힘을 주자 불릿 서클이 표시되었지만, 역시 심박을 억제하지 못해 사내들의 몸을 한참 벗어날 정도로 맥동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랑곳않고 사격. 헤카테 Ⅱ 에 비하면 없는 거나 다름없는 반동을 손바닥에 느끼면서 4.6밀리미터 탄환이 든 20발들이 탄찰을 단숨에 비웠다.

무모하다고 해도 좋을 반격에 당황했는지, 블래스터 유저 두 사람은 벽 너머로 숨으려 했지만 몇 발의 탄환에 맞았다. HP를 모조리 날릴 정도는 아니었으나 몇 초 동안 벌 수 있을 것이다.

"다인! 엄호!"

시논은 외치면서 지면에 몸을 던지고, 동시에 등에서 헤카테 Ⅱ를 들어 두 팔로 들었다. 양각대를 펼칠 시간은 없었다. 엄청난 중량을 견디며 스코프를 들여다 보았다.

낮은 배율로 세팅해 놓은 시야에 베히모스의 상반신이 가득 들어왔다. 그 얼굴이 똑바로 이쪽을 향하는 것을 보고, 불릿 서클이 수렴될 시간조차 기다리지 않은 채 시논은 방아쇠를 당겼다.

굉음과 함께 필살의 섬광이 공간을 꿰뚫고──베히모스의 머리 바로 옆을 통과했다. 총격에 비틀거린 베히모스의 얼굴에서 고글이 떨어져 나갔다. 산산조각 나며 소멸되었다.

빗나갔다!

입술을 깨물며 일어나려는 시논과 스코프 안에 비친 베히모스의 시선이 교차했다.

먄얼굴을 드러낸 베히모스는 회색의 두 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여전히 입술에 대담무쌍한 웃음을 짓고있었다.

시논의 온몸을 거대한 붉은 빛이 뒤덮었다.

회피 불가능. 한순간 그렇게 판단했다. 엎드려 쏴 자세에서 일어나 좌우 어느 한쪽으로 점프할 만한 여유는 없었다.

하다못해, 총구를 향해서──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 시논은 몸을 일으키면서 똑바로 베히모스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그 거구의 몇 군데에서 퍼벅! 소리와 함께 빛이 튀었다.

다인이었다. 지면에 한쪽 무릎을 꿇고 일어난 채 어설트 라이플을 겨눠 명중 정밀도를 확보하고 조준사격을 퍼부은 것이었다. 이 상황, 이 거리에서 몇 발이라고는 하나 명중시키다니, 인격은 둘째 치더라도 역시 대단한 실력이었다. 그렇게 생가가며 시논은 오른쪽을 향해 있는 힘껏 뛰었다. 그 직후 이제까지 몸이 있었던 곳을 수십 발의 탄환으로 이루어진 폭풍에 찢어발겼다.

"다인!! 더 오른쪽으로 이동해서......"

여기까지 외친 순간.

다시 엄폐물에서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의 레이저 블래스터 유저가 막 일어나려던 다인에게 가차 없는 빛의 화살을 쏘아댔다.

너무 거리가 가까웠다. 열선이 다인의 방호 필드를 관통하고 잇달아 몸에 틀어박혔다.

다인은 한순간 시논을 보았다. 그러나 즉시 얼굴을 정면으로 향하더니──

"이야아아아!"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똑바로 앞을 향해 달려 나갔다.

즉시 광탄의 비가 다인의 몸을 휩쓸었다. 이를 피하고, 해쳐 나가며, 다인은 맹렬하게 대시했다. 그러나 물론 모든 탄환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지막 몇 초 사이에, 다인은 예비로 들고 다니던 대형 플라즈마 그레네이드를 허리에서 뽑아들더니 엄폐물 너머로 집어 던졌다. 동시에 HP바가 바닥나 아바타는 시논에게 등을 돌린 채 무수한 폴리곤 파편으로 변해 흩어졌다.

그 직후 섬광이 세상을 새하얗게 물들였다.

거신(巨神)의 해머가 대지를 후려친 것과 같은 충격. 창백한 에너지 기류가 미친 듯이 날뛰고 요란하게 흙먼지를 피워 올렸다. 여기에 섞여 블래스터 유저의 몸이 하나 허공에 떠오르더니 지면에 닿기도 전에 터져나가며 사라졌다.

──멋진 근성이었어!

퇴장한 다인에게 짧게 찬사를 보내고, 밀려드는 흙먼지에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시논은 재빨리 전장을 흝어보았다.

좌익에서 돌격하던 아군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미니건에 당한 모양이었으나, 그쪽에 있어야 할 적의 블래스터 유저 한 사람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우익은 다인이 자폭에 가까운 돌격으로 적 어태커 한 사람을 길동무 삼았으며, 한 사람은 한동안 스턴 상태에 빠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뭉게뭉게 피어나는 흙먼지 너머에서 느릿느릿. 일직선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실루엣.

이렇게 되면 남은 것은 베히모스와 시논의 일대일 대결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거리에서 중기관총을 상대로 저격총은 승부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미니건의 사각으로 들어가 사격태세를 확보해야만 한다. 그러나 일대일의 정면 승부에서는 사각이고 뭐고......

ㅂ──아니다.

ㅅ시논은 한순간 숨을 멈추었다. 다인의 수류탄이 자아낸 흙먼지가 짙게 주위를 뒤덮고 있는 지금이라면 베히모스는 이쪽의 위치를 정확히는 인식할 수 없다. 물론 이쪽에서도 똑똑히는 보이지 않으므로 저격은 불가능하겠지만, 이 에어리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저 총탄의 폭풍이 미치지 않는 지점으로 이동할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에는 이미 몸을 돌리며 맹렬히 뛰쳐나가고 있었다. 전장의 바로 뒤쪽에는 다 허물어져 가는 건물의 폐허가 보였다.

입구로 뛰어들자 빌딩 뒤쪽 절반은 이미 붕괴되어 누런 하늘이 보였으나, 바로 오른쪽의 벽을 향하자──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바닥에도 쌓인 잔해를 무너뜨려 소리를 내지 않도록 신중하게 뛰어갔다.

금속제 계단도 여기저기 스텝이 떨어져나갔지만 아랑곳 않고 뛰어갔다. 층계참의 벽을 박차듯 방향전환하며, 더더욱 위로

20초도 되지 않아 5층까지 올라가자 그곳에서 계단은 끝났다. 바로 왼쪽에 커다란 창문이 있었다.

그곳이라면 베히모스에게 들키지 않고 저격태세를 확보하기 위한 몇 초를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논은 헤카테 Ⅱ 의 개머리판을 어깨에 대고 창에서 필드를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시야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10미터 이상 떨어진 아래쪽 지면에서는 이미 베히모스가 미니건을 한껏 치켜 올리고 정확히 시논을 조준하고 있었다. 간파했던 것이다. 시논의 생각과 작전을. 모조리.

후퇴할 시간도, 몸을 숙일 시간도 없었다.

강하다. 그는 진정한 GGO 플레이어, 아니, 솔저(soldier)였다.

그러나 시논은 바로 그런 상대를, 적을 바라고 있었다. 죽일테다. 반드시 죽일 테다.

주저하지 않았다. 저격태세는 취하지 않은 채 창틀에 오른발을 걸치고 단숨에 몸을 날렸다.

동시에 불타는 듯, 빛나는 에너지의 격류가 지상에서 날아들었다. 퍼벅! 처참한 충격이 시논의 왼쪽 무릎 아래를 두들 겼다. 아바타의 다리가 날아가고 HP바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아직 살아 있다. 미니건의 시선을 뛰어넘어, 시논은 하늘을 날았다. 다리를 벌리고 우뚝 선 베히모스의 바로 머리위를 향해.

탄창이 텅 빌 때까지 쏘아댈 생각인지 베히모스는 몸을 뒤로 젖히며 사선으로 시논을 따라갔다. 그러나 미치지 않았다. 등의 레일이 걸린 미니건은 머리 위로 사각(射角)을 잡을 수는 없다.

낙하가 시작됨과 동시에 시논은 헤카테 Ⅱ 의 개머리판을 어깨에 대고 스코프를 노려보았다.

시야 한가득, 베히모스의 우락부락한 용모가 비치고 있었다.

그 얼굴에서 마침내 웃음이 사라졌다. 이를 드러낸 채 두 눈으로는 경악과 분노의 혼합연료를 불태우고 있었다.

시논은 자신의 입가가 움직이는 것을 머릿속 한구석으로 의식하고 있었다.

베히모스와 표정이 뒤바뀐 듯, 웃었다. 사납게, 잔혹하게, 냉혹하게.

낙하 도중의, 안정된 자세와는 거의 거리가 먼 사격이었으나, 거리는 지극히 가까웠다. 총구가 베히모스의 머리로부터 겨우 1미터 정도까지 육박한 시점에서 녹색 불릿 서클이 한껏 수렴되더니 사내의 얼굴 중앙에 고정되었다.

"끝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