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이다.
무엇보다 샤크티아는…
아, 루디아와 트리스탄도 있었지? 연병장에서 치고 받은 이후로는 둘 다 보지
못했다. 루디아야 내빈 호위의 임무를 띄고 있으니까 못 볼 수도 있겠지.
랜버트의 말에 의지하자면, 트리스탄은 그리하여 말수가 적어지고 성실해졌다고
들었다. 반성한 걸까? 아, 알 바 없어 알 바 없어.
때때로 밤에 겔란도의 주최로 술자리를 대판 벌이는 것 말고는 정말 할 일이
없다. 겔란도는 웬일인지 그런 때만 빼면 어딜 싸돌아다니는지 행방이 묘연하고.
심심한 건 사실이지만, 이따위 일을 자청하는 나도 참 바보지.
오랜만에 나온 햇빛은 펼쳐진 녹음 위로 눈부시게 쏟아졌다. 나의 끔찍한
어린양들이 이 좋은 날씨에 가만있을 리가 있나. 일해야 하는 뮤리엘까지
대동하고 정원에서 티타임을 가지기로 했다. 끔찍한 어린양들의 목양자 역할을
자처한 나 역시 끌려나와, 그늘 좋은 나무 밑에 마련된 테이블 위를 긁게
되었다(정신적으로).
"왜 그런 얼굴이야? 날씨에 걸맞는 표정을 지어봐!"
누군가가 내 뺨을 꾸욱 찔렀다. 웃…
아아, 찻잔이 그득한 쟁반을 든 하얀 에이프런의 샤크티아였던 것이다(뭐냐 이
비장미 넘치는 말투는)!
나는 찌푸린 얼굴 주름에 구슬픔을 더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 기분이 칙칙한 것에 이유를 대라면 너도 그 중의 하나야."
"응? 왜?"
샤크티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얘들과 어울려 다녀서 뇌가
퇴화되기라도 한 거냐…
"아니 됐어… 그래도 종일 뚱해 있던 때보다는 낫겠지…"
"그럼 얼굴 좀 펴."
경쾌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래, 좋은 일이지. 하지만 이렇게 차이가 나도